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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마감이 오늘(16일) 자정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08년부터 유형별 수가협상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자율타결에 성공한 단체는 한시름을 놓게 될 것이고 실패한 단체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 5월 2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에 반대해 탈퇴를 감행한 대한의사협회의 전략은 어디로 흘러갈까.
"정부 원하는 방향, 바라만 볼 수 없다"
전문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비합리적인 건정심 운영 구조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건정심 탈퇴를 결심한지 5개월여가 훌쩍 흘렀다. 사실 그 간 건정심 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공급자단체는 물론 가입자단체,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묘책이 나온 적은 없었다. 의협은 지난 5월 제13차 건정심에서 "포괄수가제 강제 적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심도있는 재논의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의견은 묵살됐다"면서 결국 회의석상에서 퇴장 한 후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송형곤 대변인은 "포괄수가제 사태와 같은 혼란이 온 것은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가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문제점을 진단,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송형곤 대변인은 "현재 건정심 운영 구조는 전문가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위원 구성 속에서 다수결이 원칙으로 인해 전문성과 객관성이 없는 결과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의 건정심은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 대변인은 "그 동안 이러한 문제점을 간과하고 오직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제도가 흘러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정책추진 도구가 아니라면 단호한 결단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비중 높이고 객관성 향상시켜야" 한 목소리
현재 의협은 의료 분야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전문가 의견을 비중을 높이고 가입자와 공익대표 위원 구성을 조정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정심이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기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4년 감사원은 건정심 위원 구성의 부당성을 지적했고 그 원인으로 '건정심 위원 구성과 운영이 적정하지 못한 것은 복지부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감사원은 '공익대표 중 공무원 2인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은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독립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를 임명 또는 위촉'토록 권고했다.
노환규 회장은 탈퇴 당시 "감사원의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전문성은 도외시한 채 그저 형식적으로 8-8-8이라는 동수를 맞추어 놓고 있으니 여기서부터 구성상 오류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건정심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면 현행 위원 구성을 변경, 전문가>공익>가입자의 순으로 차등을 둬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환규 회장이 임기 우선 순위로 수가 및 국민 신뢰 회복과 함께 건정심 구조 개혁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회장은 "법에는 굉장히 공정한 의결기구로 규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기구"라면서 "의협이 무려 10년 동안 방치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성토했다.
노 회장은 "건정심이 자문 기구가 아닌 의결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불자와 공급자가 1:1로 가야 한다"면서 "현 구조에서는 공급자에게 돌아가는 가격만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의료서비스 비용의 문제에서는 항상 16:8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의미다.
윤창겸 상근부회장도 "의사를 대표하는 위원들은 공급자 8인 중 3인에 불과하다"면서 "표결로 결정하는 경우, 전문가단체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묵살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러한 구조에서 결정된 급여확대 및 보장성 강화 정책들에 대해 정부는 책임을 지지도 않으며 건보재정 또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입자·공급자·공익=9:9:3 제안
의협이 제시하고 있는 건정심 구조 변화의 큰 그림은 가입자(9), 공급자(9), 공익(3)으로의 재편이다. 독일의 유사 위원회로 '연방의료심의위원회'를 참고한 셈이다. 의협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의사 대표 9명, 가입자 대표 9명(지역의보조합대표3, 대체의보조합대표2, 직장의보, 직능의료, 농민의보, 광산업보험조합 대표 각 1인) 및 공익대표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성은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소 연구보고서 및 가정의학회 학술지에도 소개된 바 있다.
또한 독일 사회법전 최신판에는 연방위원회 이외에 중앙위원회 개념의 'Landesausschu'sse'로 9:9:3의 위원구성을 법령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 회장은 "독일의 경우도 우리나라와 같이 건강보험 분야에 상당히 많은 위원회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와 보험자가 동수로 참여해 협의하는 독일의 위원회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지난 5월 의협이 건정심을 탈퇴키로 결정을 한 데에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건정심 구조 개편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의협은 "현재 정 의원은 입법 발의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며 우려감은 예상하지만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정심 구조가 개선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복지부는 "건정심은 수가나 보험료율 등 건보의 주요사항에 대한 정책결정을 위한 심의·의결기구로 수가·보험료간 연관관계를 고려해 보험금 부담 주체인 가입자와 수가 적용 주체인 공급자를 동수로 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사실상 구조 개편에 있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건정심의 위원 구성이나 구성원 변경은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며 운영 중인 건정심 구성을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재차 언급했다.
"수가 인상 중요하지만 건정심 탈퇴, 장기적 안목서 바라볼 것"
당장 의료계의 내년 살림을 결정짓기 위해서는 자율타결 마감 이후의 행보가 중요하다. 만약 자율타결에 실패해 건정심行이 수순이라면 의협의 전략에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의협의 의지는 단호해 보인다. 송형곤 대변인은 "정부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건정심에 더 이상 들러리로 설 수 없어 탈퇴한만큼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기본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송형곤 공보이사는 이날 "수가협상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개선은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겠다는 틀은 변함이 었지만 아무런 제도 개선없이 건정심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멀리 봤을 때 도입 6년째에 접어드는 유형별 계약제도 역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의도와 달리 유형별 수가계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시 하다 보니 결국은 서로 간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수가계약=파이 나눠먹기 싸움'으로 변질돼 버렸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송형곤 공보이사는 "조만간 보험위원회 및 수가협상단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협상 전략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재정 흑자에 기여한 의료계에 그간의 희생과 불이익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2013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주 보험이사는 "지속적으로 일차의료기관이 쇠퇴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젠 원가보전의 적정성을 명확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 왔다고 판단한다"고 피력했다.
이 이사는 "그 간 공급자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희생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의사 임금이 어느 선이 적정한지 합리적이고 정확한 기준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