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 휴가 다녀오면 자리 뺏길까봐 두려워요.” “임신할까봐 피임약을 먹고 있어요.”
온라인상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여성 직장인, 흔히 말하는 직장맘들의 한 섞인 토로다. 최근 워킹맘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자 정부가 근로기준법을 손질하는 등 다양한 묘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무(無)관용 업체들이 많다보니, 여전히 출산휴가 동안 복직에 대한 근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이다.
출산휴가만 놓고 봤을 때 지난 2011년 관련 근로기준법 위반업체는 모두 66개로 나타났다.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추산하면 훨씬 많다는 얘기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휴직 기간 동안의 승진은 바라지도 않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제약업계에 출산휴가는 물론 육아휴직까지 다녀온 두 명의 워킹맘이 승진이라는 행운까지 거머쥔 사례가 있다. 국내 제약사 한독약품의 메디컬사업본부 김경은 마케팅 팀장과 영업사원 전선희 주임이 그 주인공이다.
근로기준법 제74조는 임산부 보호에 대한 내용이 기술돼 있다.
제1항 “사용자는 임신 중의 여성에게 산전과 산후를 통해 90일의 보호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휴가 기간의 배정은 산후에 45일 이상이 되어야 한다.”
제5항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보호휴가 종료 후에는 휴가 전과 동일한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신설 2008.3.28.>
한독약품 메디컬사업본부 마케팅실 김경은 팀장의 휴직기간은 지난 2010년 10월 1일부터 2011년 12월 29일까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까지 포함해 총 1년 3개월이 된다. 일수로 따지면 출산휴가 근로기준법 보호 일보다 365일이 더 많다.
복직 후 연속 승진…“더 열심히 일 해야겠다는 결심 생겨”
▲ 김경은 팀장 | 그럼에도 김 팀장은 복직 후 약 두 달 뒤 차장으로 승진했고 이어 11일 후에는 팀장으로 한 계단 더 올라갔다. 사측에서 2005년도에 입사한 김 팀장의 그 동안 성과와 미래 기여도를 고려한 방침이었다는 전언이다.
김경은 팀장은 “출산휴가를 보내면서 육아휴직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사회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상무님과 수 차례 상의도 하고 결국 휴직을 하게 됐다. 그 동안 1년 이상을 통째로 쉬는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복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일상이었다”며 당시 고충을 설명했다.
김 팀장은 “연차가 쌓이면 승진이 된다지만 휴직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걱정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며 “복직 후 곧바로 차장, 며칠 후엔 팀장으로 승진하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팀장은 “대개 승진의 경우 현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업무에 있어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재직 중인 직원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육아휴직 역시 경력에 포함되면서 회사 차원에서 사람을 믿고 기다려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은 팀장은 이어 “과거에는 육아휴직 신청 자체에 많은 눈치가 보였지만, 이제는 육아휴직은 엄연한 여성의 권리가 돼가는 모습이다. 사측의 포용으로 복직을 하자마자 승진을 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앞선다”며 감사의 뜻을 피력했다.
사실 이러한 한독약품의 타사들과 차별화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다. 당시 주말에도 일하는 게 일반적이었던 우리나라에서 한독약품은 격주 휴무제 도입이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단행했다. 또 주 5일 근무제는 실제 법제화된 2005년보다 7년이 앞선 1998년부터 도입했다.
더불어 출산 후 업무 복귀 직원들이 가정 일과 직장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탄력근무제도와 육아기 단축근로, 재택근무제도 등도 마련됐다.
이 같은 기업문화를 인정받아 지난 2010년에는 보건복지부 주관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 경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여성가족부 주최 가족친화기업인증제에서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지난 2006년 8월부터 본사에 운영되고 있는 ‘엄마방’에는 모유 수유를 원하는 엄마들을 위해 유축기, 침대, 소파 등이 구비됐다. 최근 리모델링도 이뤄졌다. 한독약품의 워킹맘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끊임없이 투영되고 있다.
“동종 업계서 흔치않아…휴직 기간 중 승진 소식 들어”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영업팀 전선희 주임이 당사자이다. 한독약품은 승진은 물론 전 주임이 신혼 동안 지방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 전선희 주임 | 전 주임은 2011년 10월 1일부터 지난 6월 17일까지 총 8개월 17일 동안의 휴직 기간 중, 사원에서 주임으로 승진했다. 복직하기 약 3개월 전의 일이었다.
여기에 전선희 주임이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회사는 전 주임에게 지난 2010년 11월 1일 대전 근무 발령을 내렸다. 이는 전 주임이 남편과 신혼여행을 간 사이 결정된 회사의 배려였다.
전 주임은 “사원에서 주임이 되려면 여성의 경우 보통 만 4년을 재직해야 가능하다. 출산휴가까지 근무일 수로 포함해도 3개월이 부족해 사실 승진이 어려울 줄 알았다”며 당시의 걱정을 되뇌었다.
근심 속 회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육아휴직 대상자라고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게 됐다는 전 주임은 “그 순간부터 갓 태어난 아이를 마음 편히 돌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종업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주변에서도 놀라 한다”는 그의 상기된 목소리는 회사에 대한 짙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육아휴직까지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동종업계에서도 한독약품의 여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 소문이 나있다”며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선희 주임은 “워킹맘이지만, 앞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 한 순간부터 일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았지만 기우였다. 회사로부터 받은 대우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해 나갈 생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