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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지난 2008년 Y대학병원에 납품하던 J상사는 영업손실 수 천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같은 해 법인 소유권을 가진 Y대학병원에 약 12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냈다.
사례2. B병원은 지난 2010년 제약사와 도매업체들에게 S약품에 약품을 공급할 것과 타 업체에 비해 2~3배 높은 마진을 요구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S약품은 B병원 내 사무실을 두고 있어 실 소유주가 B병원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응하지 않을 경우 병원에서 의약품 납품 코드가 빠질 수 있다”며 불안해 했다는 전언이다.
병원이 직접 운영하며 기부금, 마진, 배당 등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고 있는 이들 의약품 도매회사가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월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의료기관과 병원 친족이 소유하는 제약ㆍ도매회사 간 거래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약사법 47조에 따르면 의료기관과 도매법인과의 관계가 2촌 이내의 친족 및 특수관계인이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도매상 법인의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 등은 서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이로 인해 얻은 경제적 이익은 몰수된다. 이러한 법령이 시행된 까닭은 그간 제약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소위 ‘병원 직영 도매’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가 되는 이유
감사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도매상을 동시에 운영할 경우 지위를 이용해 실거래가를 부풀리고 독점 가능성이 있어 의약품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거나 불공정거래를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기관과 관련이 있는 도매업체들이 독점 공급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것은 정설처럼 알려졌다. 한림대 소속 성심병원 직영도매상 소화는 강동성심병원에 2005년, 2006년 각각 95.4%, 90.7% 약품을 공급했고 다른 한림대병원에도 약품 구입량의 90%를 담당했다.
수인약품은 춘천성심병원에 93.5%, 91.3%를 공급했으며 두레약품도 100%, 99.5%를 공급했다.
2006년 28.5%를 공급해 가장 비율이 낮은 인제대 소속 백병원 직영도매상도 2005년에는 61.6%를 공급하는 등 다른 업체들도 병원에서 구입하는 의약품 과반수 이상을 납품했다.
감사원이 지적했던 자료를 보면 이들 9개사는 전체 매출이 낮은데 비해 순이익은 1~10위 업체보다도 훨씬 높다.
상위 10개 업체 순이익률이 2.0%에 불과한데 보나에스 경우 8.8%로 4배가 넘고, 전체 평균 1.64%에 비해서도 소화 8.4% 원익양행 3.8%, 한서약업 2.2% 등 높은 수준이다.(2006년 기준) 도매업체는 이러한 순이익을 기부금 형태로 다시 병원에 돌려줬다.
2005년과 2006년 이들 업체가 병원과 관련단체에 기부한 내역을 보면 제중상사 154억원, 보나에스 130억원, 수창양행 13억원, 성산약품 8억5000만원, 원익양행 7억원 등이다.
이뿐 아니다. 도매업체에 직접 투자한 병원은 도매업체 실적이 우수해짐에 따라 배당금도 챙길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민주당 전혜숙 의원실은 병원이 직접 운영하는 도매회사들이 과도한 배당금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B병원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Y사는 1년 만에 B병원 가족이 소유한 주식의 약 8배를 배당금으로 돌려줬고 S병원이 소유한 B사는 2007년과 2008년 투자금액의 약 4배씩을 배당금으로 나눠줬다.
수면 위로 떠오른 병원 직영 도매
지난 2008년 감사원은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보고서를 통해 병원 직영 도매 문제를 시정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다. 이 사안은 이후 국회 국정감에서도 지적되는 등 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9개 도매상 지분 대부분을 특정 병원이 속한 학교법인, 의료법인 또는 법인 이사장이나 출연한 장학재단 등이 갖고 있었으며 제3자를 통해 학교법인에서 사실상 직영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업계서는 이들을 두레약품, 보나에스, 성산약품, 소화, 수인약품, 수창양행, 원익양행, 제중상사, 한서약업 등으로 파악했다.
두레약품은 중앙대의료원, 보나에스는 가톨릭의료원, 성산약품과 원익양행은 인제의료원, 수인약품은 한림대의료원, 수창양행은 고대의료원, 제중상사는 연세의료원, 한서약업은 길의료재단이 각각 실 소유주라는 주장이다.
특히 소화는 한림대의료원 윤대원 이사장의 동생인 삼천당제약 윤대인 이사장이 최대 주주이며 한서약업은 길의료재단 이길여 이사장 조카사위와 조카 등이 5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감사원 지적 이후 몇몇 병원직영 도매업체가 이름을 바꾸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보나에스, 제중상사는 해당 병원에서 손을 뗐다. 보나에스는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고 가톨릭의료원은 비아다빈치와, 연세의료원은 지오영과 각각 계약을 맺었다.
성산약품은 인제의료원과 무관한 청우개발과 청우기업이 지분의 84.1%를 갖고 있다.
이름을 바꾼 기업도 있다. 원익양행은 2009년 인석으로 한서약업은 제넥스팜으로 바꿨다. 수창양행은 (주)수창으로 (주)소화는 인산MTS로 개명했다.
두레약품은 같은 해 두산그룹이 병원을 인수한 후 폐업했다.
법 시행돼도 복지부 단속 의지 관건
업계서는 법 개정은 환영할 일이지만 단속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약품도매상협회 관계자는 “지난 1990년대부터 20여 년간 꾸준히 단속을 요구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구 약사법에도 의료기관 개설자가 도매상을 설립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으나 단속은 유야무야 됐다.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전혜숙 의원은 “현행법의 허점으로 의료기관들이 사실상 도매상을 지배·운영하고 있다”며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도매허가를 하지 않았던 기존 약사법 정신을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법제가 마련됐을 뿐”이라며 추후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최근 병원직영 도매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유통 현지조사도 병원직영 도매와는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단속 자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법인 소유자가 친족이나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이라면 외관상 확인이 가능하지만 실 소유주는 제3자 명의를 내세웠을 경우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또 다른 병원직영 도매 의혹을 받고 있는 비아다빈치는 기존에 의혹을 받았던 보나에스 임직원이 현재 회장과 대표를 맡고 있다.
2010년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한 비아다빈치는 2011년 매출 3332억원, 순이익 131억원을 올려 업계 5위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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