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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일이다. 그리고 남편의 얘기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김부영 임상강사[사진]는 어느 날 남편과의 대화에서 들은 이야기를 수필로 담았다. 환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픈 그이기에, 한 환아와 얽힌 남편의 아픈 추억에 더욱 공감이 갔다. 의사라면 한번 쯤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봤을 터. 김부영 임상강사는 수필을 통해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억해주는 일의 소중함, 그리고 의사의 눈물을 얘기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보령제약 ‘2012 의사수필문학상’ 대상 작품, ‘기억한다’의 저자 김부영 임상강사를 만났다.
“여보, 오늘 나랑 한 잔 할까?” 이번 ‘의사수필문학상’ 대상작 ‘기억한다’의 첫 문구다. 실제 김부영 임상강사는 남편이 꺼낸 이 한마디로부터 그의 아픈 추억을 듣게 됐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수필의 주인공은 10년 前 전공의 1년차였던 남편(現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과 어린 소녀다.
내용은 이렇다. 수필 속에서 한 소녀는 다리가 아파서 병동으로 찾아온다. 그러나 우연히 그녀의 다리에서 육종암이 발견된다.
"수정(가명)이 다리는 절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병세가 진행돼서 상부로 올라가고 있어요"라는 담당교수의 말에 보호자는 물론 남편의 가슴에 메스가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몇 달 후 다시 병동에 소녀가 나타났다. 휠체어에 탄 소녀는 미소를 보이며 "선생님! 저 보고 싶으셨죠?"라며 남편을 불렀다. "저 휠체어 잘타죠? 동생보다 제가 더 빨리 달릴 수 있어요."
수술 후에도 진행하는 병변 제거를 위한 2차 수술 동의서를 부모에게 설명해야 했던 남편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그 후 전공의 2년차 때 남편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서 이 환자에 대한 기억을 잊는 듯 했다. 그러나 소녀가 하늘나라로 가게 됐다는 소녀 어머니의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 화장실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 날 밤 남편은 장례식장에 들렀다. 소녀의 어머니는 빨개진 눈을 비비며 머리숙여 인사했다. "수정이는 좋은 곳에 갔습니다. 딸 아이가 선생님 얘기를 많이 했었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다시 수년이 흐르고 남편에게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아이를 사랑해주셨던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왔다. 세월이 지나 교수가 된 남편이 회진을 마친 후 확인한 소녀 어머니의 문자다.
“죽음이 삶의 끝은 아닌 것 같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날 집에 들어와서 김부영 임상강사에게 남편이 눈시울을 붉히며 전한 말이다.
김 임상강사는 수필 마지막 부분에 “해바라기를 닮은 작은 소녀는 부모에게, 이웃에게, 우리에게 기억하고 또한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그 특별한 의미를 새겼다.
직업을 떠나, 사람 향기가 나는 것 같아 글을 쓴다고 김 임상강사는 전했다. 그는 “나 자신도 남편 이야기와 같은 사례들이 있다. 하늘나라로 가신 분, 수술 받고 나아졌지만 그래도 불편하신 분들을 보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글을 왜 쓰게 됐냐고 물어보신다면 직업적인 부분을 떠나 나 스스로 사람스러워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의사가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닌 사람이 사람을 보듯이…”라며 대상 수상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