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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지난 28일 발표한 대장암 적정성평가를 놓고 1등급을 받지 못한 대학병원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심사기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조사과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5등급을 받은 충남대병원은 말을 아꼈다. 병원 관계자는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조사 중”이라며 “대응 여부는 향후 결정할 것이다. 지금은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평가에서 가장 많은 지적이 나온 부분은 평가기준인 가이드라인 적정성이다. 병원들은 이번 평가가 가이드라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점수를 대폭 깎아 실제 적정진료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3등급을 받은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이 한 예다. 상계백병원은 대장암 치료과정 중 항암제 부문에서 독자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인 기준으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 한국인과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관련 항목에서 모두 0점을 받았다.
상계백병원 고위 관계자는 “전세계 가이드라인을 연구해서 한국인에 적합한 용량과 속도를 개발했는데 모두 0점을 받았다”며 “항암제 투여 기준은 미국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신체조건이 다른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 가이드라인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산하 병원이 2등급과 3등급을 각각 받은 고대의료원 교수들도 심사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장암 ‘명의’로 EBS에 출연하기도 한 고대안암병원 김선한 교수는 “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직장암 초기에도 PET-CT를 찍게 돼 있는데 과하다는 지적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며 “국제학회를 다녀 봐도 직장암 초기에 방사선 치료를 사용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암병원이 1등급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방사선 치료를 선택적으로 했기 때문 일 것”이라며 “직장암을 많이 다루는 병원 특성상 이 부분에서 많은 감점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암병원은 이번 평가에서 2등급을 받았다.
현 가이드라인은 국내 및 해외 학계로부터 일치된 기준이 아닌 셈이다. 부산대병원 조홍재 교수는 “학문적으로 적합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며 “대한대장항문학회를 통해 심평원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아 이중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상계백병원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경우 항암제 적절성 부문에서 감점을 당한 것은 물론, 항암제 사용 유무 부분에서도 0점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항암제를 가이드라인에 미치지 않게 투여했다고 해서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은 잘못이란 지적이다. 상계백병원 관계자는 “실제로는 항암제를 사용했지만 평가결과가 이렇게 공개된다면 환자들에게는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는 병원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목과 조사 방법 문제도 지적됐다. 지방 한 대학병원의 경우 조사표에 없는 자료를 5차례 요청받았다. 평가항목에 없는 자료로 평가를 받은 셈이다.
한 지방대학병원 교수는 “처음 하는 평가여서 그런지 항목이 중복되는 것도 많고 아직 조사표가 정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은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오는 1월 중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