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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MBC 공채 개그맨 출신(1997)이다. 훗날 자신이 제약사에서 근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터. '인생예측 불가'라는 말은 그에게 어울렸다. 그는 얼마 전 이 회사에서 지원하는 교육 봉사활동 차 아프리카 ‘가나’의 오지 마을까지 다녀왔다. 이처럼 평범치 않은 삶을 살아온 이유에는 뜻하지 않던 환경적인 요인도 작용했지만 남다른 그의 ‘열정’이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방송에 나오는 개그맨 동료들을 볼 때면 당시 생각이 문득 난다지만, 현재 생활이 어느 때보다 즐겁다고 하는 GSK 박혜숙 교육팀장[下 사진]. 그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영국 본사의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라카 가나에서 마을 주민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뜻 깊은 추억을 만들었다. 수시로 전기가 끊기고, 찌는 듯한 무더위 그리고 손으로 먹는 밥 등 한국인에게 있어 험난한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개그맨 출신다운 특유의 친화력과 긍정적인 마음 덕분에 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교육에 열정을 쏟고싶다는 GSK 개그맨 박혜숙 교육팀장을 만났다.[편집자주]
아시아인 최초 GSK ‘PULSE’ 프로그램 재능기부 봉사
글로벌 제약기업 GSK가 2009년부터 시행한 ‘PULSE’는 재능기부 무료 봉사활동으로 일정 기준에 합격한 극소수 직원만이 세계 전 지역에 각자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작년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GSK의 박혜숙 차장이 꼽혔다. 전세계 GSK 지사에는 11만4000명의 직원들이 있다. 이 중 이번 2012년도 프로그램에 선정된 인원은 모두 93명이다.
최종 선정까지 수 차례의 인터뷰 끝에 가나행 티켓을 거머쥔 사연에는 그의 주특기 ‘개그’ 역할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박 팀장은 “자기소개서에 ‘개그를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면접관이 ‘영어로 과연 개그를 잘 할 수 있겠나’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큰 자동차(Car)가 뭔지 아느냐고 영어로 물었다. 답은 아프리‘카(Car)’”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두 아이를 둔 그가 가나 행(行)을 택했을 때, 남편의 반대에 부딪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남편도 우리 회사(GSK) 직원이다. 사장님이 허락해줬는데 남편이 어떻게 반대하겠는가”라고 전하며 다시 한 번 웃음보를 터뜨렸다.
사실 MBC 공채 개그맨 출신인 박 팀장은 당시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었다고 한다. 그 이후 인연이 닿아 제약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 GSK에서 그는 개그맨보다 웃긴 ‘교육팀장’이다. 이러한 그의 천성은 가나의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데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경 영향 컸지만, 교육 통한 보람으로 극복”
박 팀장은 막상 회사와 연결된 NGO단체에 속해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생활 전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는 데 한껏 기대를 안고 가나에 갔지만 환경 자체가 우리나라와 상당히 달라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박 팀장은 “리더십 교육과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양, 피임, 모유 수유, 말라리아 예방 등 생활 다방면에 대한 교육을 위해 6개월을 가나에서 머물렀다. 가나의 NGO 단체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뽑던 중에 PULSE 프로그램 신청자들 사이에서 내가 선택됐다. 그러나 현지 의식수준부터, 열악한 환경까지 나에겐 모든 게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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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마을 주민 상대로 교육 중인 박혜숙 팀장 |
구체적으로 그는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것은 예사다. 외국인들을 위한 샤워시설이 마련은 돼 있지만, 수급력이 약해 물이 ‘졸졸’ 나와 냉장고에 있는 투명 서랍을 꺼내 물바가지 삼아서 샤워를 해야 했다. 냉장고가 귀해 식수로 찬 물을 마셔본 적이 없다. 거기다 지역 특성상 말라리아와 모기 때문에 고생했다. 그렇게 생활한 게 6개월”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래도 즐거웠다는 그다. 현지인들에 대한 교육을 토대로 변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갔던 지역은 35개 마을에 인구가 4만5000명 정도가 된다. 그러나 병원은 모두 7개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여자들이 임신을 하면 그런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료인데도 내원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귀찮아서다. 언니, 옆집 아줌마 모두 집에서 아이를 낳다보니 그게 하나의 트랜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100명 중 95명 아기들의 배꼽이 모두 튀어나와 있다. 탯줄 자르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라며 “마을회관에서 교육을 할 때 병원에 가면 이쁜 배꼽을 가질 수 있다며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그 이후에는 임신부 6명 중 4명이 병원을 가더라.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학용품 지원 이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태도가 바뀐 점도 그가 생각하는 보람된 일이었다.
그는 “그 지역에는 학용품이 없다. 한국GSK 직원들이 약 400만원 정도의 돈을 모아 공책 2권과 볼펜 3개, 지우개 등을 마련해 17개 중학교 2700명의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학교에 가면 필기 없이 무작정 수업을 듣기만 하다 보니 당연히 공부는 안됐다. 학용품을 받은 후부터는 공부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GSK는 현재 회사 직원들로부터 모은 1000만원으로 현지 학교를 짓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교육을 해도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습관처럼 돼버린 사람들의 문화와 특성이다.
그는 “열악한 환경만이 인내를 배우게 한 것이 아니다. 5분 정도 늦는 ‘코리아타임’처럼 그곳엔 ‘가나타임’이도 큰 영향을 줬다. 현지어 ‘오치나’라는 단어가 ‘내일’이라는 뜻이다. 그 마을사람들은 뭐든지 오치나(내일)라고 한다. 뭘 달라고 해도 오치나, 보자고 해도 오치나, 시간에 대한 관념이 없어 그것은 교육을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하나의 문화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도전정신 심어주고 싶어”
그렇다면 박혜숙 팀장은 어째서 이러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것일까. 바로 교육팀장이라는 직함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그는 “요즘 외국에 나가서 뭘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나 스스로의 자극을 위한 선택도 있었지만, GSK 직원들에게도 그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그 동기를 전했다.
6개월 간의 가나생활. 그 동안 박 팀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물론 외국에 나가있다보니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발전해 있는 한국에 대해 자부심이 생겼다. 두 번째로 얻은 것은 인내다. 우리나라는 힘든 결정을 내릴 때 모두 스스로 하게 된다. 힘들 땐 산책이라도 다녀오자. 그 땐 내 주변의 환경이 내 결정을 내려주더라”고 그 간 느낌점을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에 대해 그는 GSK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라고 했다. 그는 “바로 ‘나비효과’다. 내가 조금 힘들어 짜증냈을 때 주변에 퍼지는 일이 어떨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며 “조금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긍정의 효과를 주문했다.
그에게 이번 가나 봉사활동은 국내 활동으로도 이어지게 만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박혜숙 팀장은 “주말에 교육할 청소년들이 모인 곳이 있다. 지속적으로 재능기부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올해 6~7월 정도에 가나 NGO에서 다시금 들어오라고 할 것 같다. 이 때 회사에 휴가를 내서 2주 정도 다녀올 것”이라고 설렌 마음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