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대학병원을 비롯한 3차병원은 2차병원으로부터 환자를 전원조치 받을 때 소견서에 제시된 의견을 반드시 참고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밀 추가 진단을 위해 전원조치를 한 환자에게 이전 병원 소견서의 진료 행위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최종 병원에게 의료상 과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D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상부 위장관 출혈 등의 증세로 치료를 받던 중 심폐정지가 발생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모 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총 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미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난 이번 소송에서 배상금액이 줄기는 했으나, 2심에서도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0년 1월 원고 주 모 씨의 아내인 김 모 씨는 흑변을 보고, 토혈을 하는 증세를 보여 2차병원급인 A병원에 내원했다.
A병원 의료진은 김 모 씨에게 혈액검사, 직장수지검사 등을 실시했고, 검사결과 혈색소 수치가 정상치보다 낮고, 잠혈 반응이 양성으로 나타나자 D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다.
전원 조치 당시 “김 모 씨의 증세에 비춰 응급 상부 위장관 내시경 등 보다 정밀한 추가 진단 평가를 위해 전원조치를 한다”란 취지가 기재된 진료의뢰서를 작성해 D대학병원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D대학병원은 환자의 당시 상태를 고려해 응급 내시경 검사 및 내시경적 치료를 실시하지 않고, 수액 · 수혈 공급 및 지혈제 투여 등 일반적인 조치를 취했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환자가 심폐정지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뒤늦게 위장관 지혈조치,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환자는 아직까지 식물인간인 상태로 의식을 전혀 못 찾고 있다.
재판부는 “의사가 진찰 ·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 · 신체 ·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춰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병원에서 이미 상부 위장관 출혈을 시사하는 소견을 보냈기 때문에 신속히 원고에게 내시경을 통한 출혈 부위의 확인 및 결찰 등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시행할 필요가 있었다”며 “일반적인 조치 외 내시경 등 적극적인 조치를 실시하지 않았고, 충분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D대학병원은 “환자의 협조가 힘들거나 불안정한 경우, 심폐기능이 저하된 경우, 장천공이 있는 경우 등에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게 되면 오히려 출혈, 심장마비, 호흡곤란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모 씨가 과민하고 흥분한 상태를 보인 것은 4시간 이상이나 경과한 시점이었다”며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부 위장관 출혈에 대한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원고가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는 과실을 범했기 때문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다”고 명시했다.
한편, 원고가 제기한 ▲기도 확보조치 소홀 ▲수혈양 부족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 미흡 등의 주장은 피고의 과실을 인정할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기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