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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국내 의학의 성장 시기에 의사 생활을 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연구 활동, 논문 발표에도 매진할 수 있었다. 의학이 이만큼 발전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기쁘다.”
약 20년 간의 삼성서울병원 생활을 마무리 짓고 2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영상의학과 임재훈 교수[사진]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처럼 소회를 밝혔다.
병원에서 올 상반기 유일하게 정년퇴임을 맞는 그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모자람 없이 일했기에 섭섭함은 없다며 웃어보였다.
임 교수는 “일적인 면에서 삼성서울병원을 떠난다는 사실엔 섭섭함이 없다. 원 없이 일한 만큼 즐거웠다. 다만, 함께 일한 의료진들과 떨어진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라고 전했다.
임재훈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개원 멤버로 영상의학과장을 역임하며 그동안 병원 발전에 오롯이 기여해왔다. 그는 담도와 간 진단 분야의 선봉에 설 만큼 학술적인 열정도 남다르다.
특히 영상의학과 전문의지만 내과, 외과, 병리과 등에서도 알아내기 어려운 병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데 힘써왔다. 산과 섬을 돌아다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기생충에 대한 집착이 크다”면서 “영상에는 보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것들을 규명해내기 위해 환자들의 식습관을 일일이 조사하고, 연관관계를 찾아 나선 적도 많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생 간천엽을 먹는 식습관 때문에 국내에는 개회충증, 혈액 호산구 증가증을 앓는 경우가 많고 생 미나리 역시 간질충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것들은 영상 소견 상 간혹 암으로 보일 때도 있어, 암인 줄 알고 울며 왔다가 회충 때문이란 소식에 웃으며 돌아간 일화들도 줄줄이다.
임재훈 교수는 “학문적으로 더욱 노력해서 이루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가장 큰 미련 중 하나”라면서도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조만간 의사들의 교과서격인 담도암 관련 전문서적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퇴임 후 1년은 쉬고 싶지만 봉사는 예외”
그는 이 같은 연구 업적 외에도 병원 내 의료봉사단을 활성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1994년 병원 개원과 함께 발족된 조이너스 봉사팀을 만든 사람이 임 교수다.
이 봉사팀은 영상의학과 교수와 전공의, 의료기사, 간호사 등 단일 진료과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 2회 농촌 지역으로 의료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그는 “병원에서 가장 오래된 봉사단”이라면서 “충북 진천 등지로 봉사를 나가 초음파 진료 등을 하고 있다. 매년 4~5명 정도는 봉사 진료를 통해 암이 발견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를 지나쳐 간 환자만도 1만7000여명. 수 십 년 간 환자를 봐온 그가 퇴임 후 1년 간은 그저 ‘놀고 싶다’고 했지만 봉사활동 만큼은 명예회원으로서 끈을 놓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임재훈 교수는 “1년 동안은 여행도 다니면서 쉬고 싶다. 봉사는 예외”라면서 “1년 쯤 지난 후에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적당한 곳을 찾아 일을 이어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병원에 남겨진 후배 의료진에게도 진심어린 조언을 잊지 않았다.
임 교수는 “의미 있는 의학 논문을 쓰고 발표하는데 지금처럼 좋은 여건이 없다. 세계의학에 기여하는데 조금 더 관심을 갖길 바란다”면서 “돈을 따르지 말고 환자, 학문을 따르는 의사들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