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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제안한 정밀진단검사를 거부해서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추후 환자 측의 ‘거부 의사’를 정확히 증명하지 못하면 병원에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전원 조치 후 사망한 김 모씨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A대학병원은 총 2000여만 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2006년 김 모 씨는 A대학병원에 입원하기 전 B대학병원에서 뇌종양,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B대학병원은 “향후 경과관찰이 필요하고, 확진을 위해 추후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소견서와 함께 전원조치를 했다.
A대학병원은 김 모 씨 진단결과, 뉴로베쳇병을 의심하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실시했다. 뉴로베쳇병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이후 CT 및 MRI 촬영을 하는 등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이어갔으나, 뉴로베쳇병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퇴원 조치를 받은 김 모 씨는 약 3주 만에 다시 우측편마비, 어지러움증, 언어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며 재입원을 했다. 결국 김 모 씨는 C병원으로 전원 조치 후 뇌림프종 진단 하에 항암제 등의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유족들은 A대학병원이 뇌림프종이 아닌 뉴로베쳇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치료했기 때문에 김 모 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대학병원은 “김 모 씨의 뇌조직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인과 그 가족들 모두가 거부했다”며 “비응급환자의 경우 본인이 진료나 검사를 거절할 때 반드시 그 환자를 진료하거나 검사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가 없다며 병원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원은 “뇌조직검사 권유를 원고 측이 거부했다고 입증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 A대학병원 측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또한 뇌종양 가능성, 뇌조직검사의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면 당시 김 모 씨의 상태가 비응급환자였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매우 위험한 질병인 뇌종양 진단을 받고 전원한 환자의 확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각종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도 주의의무 위반”이라며 “김 모 씨의 뇌림프종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한 A대학병원 측 과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A대학병원은 “진단상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뇌림프종은 예후가 나쁘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오진 과실과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논리를 펼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김 모 씨가 전원조치 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핵심”이라며 “따라서 A대학병원은 김 모 씨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