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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의·약사에게 주는 '불법 리베이트'를 막기 위한 노력이 거세질수록 감시망을 벗어나려는 제약업계의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뒷돈 제공자뿐만 아니라 수수자도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 이후 감시 사각지대를 활용한 '편법'·'신종' 리베이트가 늘어났고, 최근에는 오직 '현금'으로만 주고받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원장님께도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 17일 의료계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표적인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에는 리베이트 제공으로 적발된 한 제약업체의 변함 없는 행태를 꼬집는 글이 올라왔다.
스스로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밝힌 이 회원은 '어제 XX제약 이사라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15일 오전 올린 글에서 자신과 나눈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이 제약사 임원이 "앞으로는 현금으로만 드리겠다"며 자신에게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글이 전한 제약사 임원의 발언은 ▲거액의 현금을 받은 의사들은 적발되지 않았고 ▲주위 의원들도 여전히 현금을 수수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이런 내용이 온오프라인으로 확산되자 한나절 만에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명이 거론된 업체는 이와 관련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가 나서 그런 제안을 했을 리가 있겠느냐"며 당혹감을 표출하고,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대답했다.
◇"내부 고발 아니면 적발 불가능" = 그러나 쌍벌제 이후 현금 거래가 가장 안전하고 보편적인 리베이트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회사 차원에서 자금을 마련해서 전달하거나 기프트카드(선불카드)를 뿌리고, 아예 영업사원의 급여나 수당을 많이 얹어줘 '봉투'를 마련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경찰에 적발된 한 제약사는 영업지점장이 의사에게 돈봉투를 전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찍혔다.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았으나 최근 경찰 수사에서 모 제약사가 적발된 뒤 당분간 카드 살포·사용은 조심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쌍벌제가 시행된 2011년 이후 뒷돈 영업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금 지급은 아직도 횡행한다고 보면 된다"며 "현금 전달은 의사나 영업사원의 내부 고발 아니면 잡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이 아닌 병원급 이상에는 구매대행 또는 물류 업체를 중간에 내세워 금전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보건 당국에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임상시험을 의뢰하는 방식 등 신종 리베이트도 최근 2년 사이 등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약가인하로 업황이 부진한데 유난히 선전하는 업체가 있다면 리베이트 영업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게 업계 정설"이라며 "매번 수사 발표를 보면 업계 예상과 100%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리베이트에 활용되는 약물 건보 퇴출해야" =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 노력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방식이 더 교묘해지고 언제든 다시 성행할 수 있기 때문에 세무 당국이나 독과점 규제기구 등이 더 고삐를 죄어 투명한 거래질서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업계에 형성되고 있다.
상위권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안 준 업체만 바보가 된다는 잘못된 신호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치료에 필수적이지도 않으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일부 약들은 리베이트 매개체로 악용될 소지가 높으므로 건보에서 퇴출시키거나 보장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대로 복제약 수익성을 높여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과거 논리는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약효와 경제성을 충분히 따져서 건보 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약값을 매겨야 과도한 영업비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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