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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비전문가인 정승 전 농림수산부 제2차관이 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내정되자, 의료기기 업계는 우려와 기대감을 동시에 표출하며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정승 내정자는 우선 지난 15일 청장으로 취임했다.
정승 청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공직 생활을 이어왔다. 1999년 농림부 기획예산담당관으로 첫 발을 내딛은 정승 청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본부장을 거쳐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을 역임했다.
이번 인사는 ‘안전한 먹거리’를 강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림식품부에서 약 200명에 이르는 직원이 식약처로 옮겨올 예정임에 따라 조직 안정화에 최적임자를 선택한 것이다.
우선, 의료기기 대표 단체들은 정승 청장 부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선임된 이광순 부회장은 “청장이라는 자리는 선박으로 비유하자면 선장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정승 청장은 노련한 행정 전문가이기 때문에 업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승 청장은 앞으로 식품, 의약, 의료기기 분야를 동일선상에 두고, 관련 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국장급 이하 실무진들이 잘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원형준 부장도 “아직 정승 청장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많지 않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한가지 요청드리고 싶은 점은 국내 제조업체의 영세한 실정을 잘 헤아려 관련 산업 육성에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보건의료 관련 행정 경험이 전무한 정승 청장이 식약처 수장을 맡게 되는 것에 대해 일부 의료기기 업계는 그동안 쌓아온 식약청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A업체 관계자는 “당황스럽다”며 “의약품 · 의료기기는 특수한 분야이기 때문에 식약처장은 전문성이 어느 정도 수반돼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 구성에도 업계에서는 전문성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었는데 이번 인사발령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B업체 관계자 역시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첫 업무의 방향성을 잘못 잡을 경우 행정 절차가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며 “정부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수차례 내비쳤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된 것은 없기 때문에 전문가가 부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실제 산업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절차 추진과 식약청과 업계가 맺어온 유대관계의 연속성 단절이다.
그동안 식약청장 자리에는 보건의료 전문가가 부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임 이희성 청장을 비롯해 보건의료 산업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 부임했기 때문에 그나마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는 새로 부임한 정승 청장이 이러한 역할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C사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는 적합한 인사발령일지는 모르겠으나, 의료기기 · 의약품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은 분명 문제”라며 “식약청 내부 조직 국장급 인선에서 보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는 요원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D사 관계자는 “약사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의약품과 의료기기 정책 추진에 있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청장이라는 자리는 전문성보다 오히려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업계는 정승 청장이 세계시장 동향에 발맞춰 국내 의료기기 산업 육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과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E사 관계자는 “노련한 행정 관료 출신인 정승 청장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절차의 효율성을 기하는 가운데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료기기 육성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규제를 강화 혹은 완화해야 할 부분을 잘 구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정승 청장이 꼼꼼한 행정업무 스타일을 바탕으로 처 승격으로 규모가 커지는 식약청 내부 조직 개편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며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철저한 의견수렴을 거쳐 업무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