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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 100년史 최대 오점 '부실의대'
평가 거부·날림조장 관련 법·의대 설립 눈독 여론 등 총체적 난국 초래
[ 2013년 04월 10일 23시 40분 ]

국내 의과대학 설립 역사상 첫 통폐합 혹은 폐과 사태가 일어날 것인가. 부실의과대학 여파가 심상치 않다.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으며, 의료계 역시 치부와도 같던 부실의대를 도려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부실로 낙인찍힌 의대의 재학생 및 학부모, 국회의원들마저 폐쇄와 정상화 사이에서 이견을 드러내는 등 온도차가 확연하다. 국민 건강 및 신뢰와 직결되는 의대 교육에 왜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나게 됐을까.


부실의대 이슈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990년대 의과대학 신설이 봇물처럼 이뤄졌던 시기 의학계에서는 우려감이 팽배했다.


때마침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1997년에 의대 신임 평가를 위한 의과대학인정평가제 도입이 결정됐으며, 1998년 순수 민간 자율기구로 평가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 설립 후 첫 평가는 다름 아닌 신설의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설의대 첫 평가부터 드러난 ‘부실’
1999년 “재정 부실 불구 의대 시작한 대학, 의학교육 수행 불가 판단”


대구가톨릭(설립년도 1991), 강원(1995), 건양(1995), 관동(1995), 서남(1995), 제주(1996), 성균관(1997), 을지(1997), 포천중문(1997), 가천(1998) 의과대학이 평가 대상이었으나 강원대와 제주대는 국립대라는 이유 등으로 불참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나머지 8개 대학만이 평가를 받았다.


당시의 평가 결과는 오늘날 폐과 위기에 놓인 부실의대의 단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평가결과 보고서는 “평가 대상 대학 대부분은 의학교육에 필수적인 실험실습을 위한 실습실과 기자재 확보가 시급하거나 교육병원 신ㆍ증설이 필요한 상태”라면서 “모든 대학이 기초의학 교수 확보와 병행하는 교수실의 확충 및 임상의학교수실 확보를 통해 교육병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일부 대학의 의대 기반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보고서는 “기초 및 임상의학 교수들의 연구시설 공간과 설비 및 연구기자재 확보는 물론 도서관 기능보강에 재정지원이 필수적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평가위원들은 “재정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대학교에서 무리하게 의과대학을 시작한 몇몇 대학의 경우는 아직도 극히 최소한의 인적, 재정적 투자만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획기적인 의대 발전 노력이 없이는 앞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의학교육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러한 대학들은 지금도 부실의대 문제의 전형인 교원확보율, 교수 연구실적 및 연구비 수혜 현황, 교수개발 실태 등에서 턱없이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대학들은 ‘신설’이라는 면죄부를 받았지만 약 20년이 흐른 지금으로서는 이 같은 이유로 설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같은 출발선에 섰던 의대들은 현재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부실로 낙인찍힌 곳들은 존폐 위기에까지 직면했다. 첫 시작부터 불안했던 서남의대의 경우 2003년 진행된 제1주기 4차년도 평가에서도 ‘조건부 판정’을 받았고 그 이후에는 다각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해오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은 “그동안 평가인증에 응하지 않은 서남의대의 총체적 교육부실과 이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 및 궁극적인 환자들의 건강권 위협 등의 문제점을 정부기관과 국회, 시민사회에 여러 차례 알리고 대책을 촉구해 왔다”고 전했다.

 

의료계 “교수 없는 임의 의대 실습교육장, 인정할 수 없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주목’

 

고등교육법의 사각지대도 부실의대 양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대학원) 설립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지, 교사, 교원, 향후 몇 년 간의 재정운영계획 등이 필요하다.


대학설립 규정 등 관련 법에는 의학교육의 특수성을 담아내지 못했고, 이는 결국 부실의대 양산과 협력병원 교원 지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됐다. 서남대 법인의 학교 설립 인허가 과정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홍하 서남대 설립자는 1977년부터 2005년까지 7개의 학교법인과 3개의 고등학교, 6개의 대학교 설립 인허가를 무더기로 받았다. 1988년 서남대 설립인가 이후부터 1995년까지 7년 동안에는 무려 4개의 학교법인과 4개 대학 설립이 인허가 됐다.


서남대 한 교수는 “설립자의 반복된 비리와 부실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면서 “2001년 의대 학생들의 탄원 등 부실운영에 관한 수차례의 문제제기를 무시했다. 결과적으로 교육당국이 설립자의 비리와 부실 대학 운영을 묵인하고 방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의학계열을 보유한 대학이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하고, 합당한 위탁 실습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대한 명확한 처분 기준이 없는 것도 부실의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주 요인 중 하나다. 


부속병원이 없는 병원들은 협력병원 체제로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해당 병원에 의대 소속 교수가 없고 교육장 허가 변경도 하지 않은 채 의대 실습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일부 대학에 대한 우려는 의학계에 여전히 유효하다. 관동의대와 서남의대는 부속병원이 없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단순 수련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임의로 협력병원 관계를 맺어 학생들의 임상실습을 담당하는 것은 부실교육의 연장만 자초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의평원 측은 “이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임상실습을 포함한 의학교육은 교육자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훈련을 받은 교수에 의해 인증된 교육과정과 교육계획 및 교육자원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최근 입법예고돼 부속병원이 없으면서도 위탁 실습을 하지 않은 경우 1차 위반 시 의학계열 학과 총 입학정원의 50% 범위에서 모집정지, 2차 위반 시 학과 폐지 등이 가능하도록 행정처분 기준이 강화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의대 신설 부추기는 여론 ‘위험’
의료계 “부실의대 원천 차단한다” 관련 법안 추진


 같은 부실의대 논란이 가열되는 와중에도 의과대학 신설에 목말라하는 대학, 병원들이 있다는 것은 의료계의 또 다른 걱정거리다. 폐과 위기는 또 다른 대학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의대 유치 서명운동을 비롯 대대적 광고와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의대 신설의 당위성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부정적이다. 날림 의대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향후 인증 받은 의대 졸업자들만 국가시험 자격을 주는 개정된 의료법과 더불어 의료계에서는 평가인증을 받지 않은 학교는 교과부장관이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현행 자율 시행되고 있는 의과대학 평가인증 의무화와 이를 거부하거나 인증에 실패한 학교에 대한 처벌조항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부실 의과대학은 마땅히 철퇴돼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부합되는 후속조치로 부실의대 논란에 의료계 단체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상 자율평가제가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부실 의학교육기관 운영을 법적으로 용인하는 결과를 발생시켰다. 법 개정을 통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수 십 년 동안 부실의대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교육당국이 서남대에 대한 감사를 진행, 그 결과 일부 졸업생의 학위 취소 처분이라는 그 누구도 예상 못한 핵폭탄급 결과만이 의료계에 던져졌다.


관동의대 역시 의학교육 평가기관을 통해 부여받은 인증자격마저 ‘유예’ 결정을 받아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한국 의학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폐쇄 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부실의대’ 논란은 의료계의 오점 중 하나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허윤정 아주의대 교수는 “서남의대 사태를 비롯 부실의대 문제는 의사 면허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연결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면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뒤로하고 학위 취소와 같은 결과가 내려진 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 이제라도 부실의대 사안에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인지한 것은 다행이다. 학생 피해 최소화 등 후속조치 매듭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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