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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무죄가 난 사안에 대해 고등법원이 판결을 뒤집었다.
법원은 대동맥박리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CT, MRI,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폐렴으로 오진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 증상 판단의 책임을 물어 유족 측에 1억여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김용석)는 항소심에서 기존 병원 측 무죄 판결을 뒤집고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가슴 통증을 지속해서 호소한 환자를 폐렴으로 오진했으며 흉통 원인을 밝히기 위한 추가 정밀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사인인 대동맥박리를 진단받고 치료할 기회를 상실케 했다”며 “의료진의 과실로 오진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병원은 망인과 유족에게 손해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사망한 이某 군은 생전 스무살의 건장한 대학생으로, 해수욕을 즐기다 갑작스런 가슴통증을 느껴 이 대학병원을 찾았다.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흉통 원인을 찾기위해 흉부방사선, 일반혈액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시행했으나 큰 이상을 찾지 못해 질환을 ‘호산구성 폐렴’으로 진단하고 퇴원시켰다.
그 후 이 군은 몇 차례 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으나 의료진은 병인을 여전히 호산구성 폐렴 초기로 진단, 약만 처방했을 뿐 정밀검사는 시행하지 않고 몸 상태가 나빠지면 응급실로 내원할 것을 권고했다.
이틀 뒤 이 군의 모친은 침대 밑에 쓰러진 아들을 발견해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후송했으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의 맥박과 호흡은 이미 모두 끊어져 사망한 상태였다.
부검결과 상방 대동맥박리가 사인으로 밝혀졌고, 병원을 찾은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아들을 잃게 된 부모는 병원을 상대로 5억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1심에서 법원은 “병원은 젊은 이 군의 대동맥박리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 없었고 시행한 각종 검사결과 역시 대동맥박리를 진단하기에 의학적 근거가 부족했다”며 병원 측 승소를 지시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호산구성 폐렴은 발열, 기침, 호흡부전 등의 전형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이 군에게는 이런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며 혈중 호산구 수치도 정상범위였다”며 “가슴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찾지 못한 병원은 이 군에게 심초음파 내지 혈관 CT, MRI 등의 추가 검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즉, 폐렴 치료 후에도 계속해서 흉통을 호소한 이 군에게 병원은 폐렴이 아닌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 정밀 검사를 시행했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병원이 이를 어긴 채 끝까지 폐렴으로 오진해 이 군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 군은 내원 당시 21세로 대동맥박리가 자주 발생하는 연령대가 아니었고 해당 질환에서 70%의 확률로 동반되는 고혈압 증상도 없어 병원이 이 군을 대동맥박리로 의심하기 어려웠다”며 “또 대동맥박리는 일반적으로 일주일 내 40%, 한 달 내 50% 이상이 사망하는 치사율이 매우 높은 질환”임을 고려해 병원 의료진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