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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의사 커뮤니티에서 사이버 폭력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어느 집단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심각한 것은 일상 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잘잘못을 법적 판단에 맡겼고 벌금형이 내려지기도 부지기수. 이로 인해 존경받던 의사사회 이미지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 집단 내에서의 무분별한 린치,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해 의사 커뮤니티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사이버 상의 무차별적 욕설이나 왕따 등을 넘어 개인정보 유출, 문자 테러, 협박, 가족 및 직장 피해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발상지는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의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닥터플라자(닥플). 닥플은 의사전문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로 의사, 의대생, 관련 업체 등이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피해 급증 의사 간 고소고발… “남 일 아니다”
문제가 돼 온 사이버 폭력은 포괄수가제, 의협 노환규 회장 윤리위원회 처분, 의협 발(發) 대정부 투쟁 등 의료계 정책과 민감하게 맞물린다. 닥플 다수의 개원의사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의료계 관계자들을 집단으로 비난하기 시작, 고소고발 사태로 이어지면서 부각됐다.
박민수 전 보건복지부 과장, 신현호 변호사,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원, 박종훈 고려의대 교수, 박호진 전 의협 윤리위원장 등을 비롯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박종훈 교수는 “일부 의사들이 비상식적 행동을 보이고 있어 법적 대응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으며, 박호진 전 윤리위원장 역시 “닥플 피해자가 1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안다. 의견이 다른 지도자들에 대한 테러가 가히 놀라운 수준”이라고 분개했다.
이들은 ‘밤길 조심해라’, ‘포괄수가제 첫 희생자가 당신 자녀가 되길 희망한다’, ‘너희 병원 잘 되는가 보자’, ‘남편 지금 내 옆에 발가벗고 누워 있다’, ‘환자들을 전원 보내지 않을 것이다’ 등 갖가지 협박에 시달렸다.
의료계 원로의사는 “의약분업 시절을 비롯 오래전부터 의사 커뮤니티를 생활처럼 애용해 왔지만 요즘 같은 문제는 처음 겪는다”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는 가지만 개인을 넘어 가족, 일터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의협 플라자 같은 경우 일시적으로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런 경우를 찾기 어려운 것 같다”면서 “당사자들의 법적 조치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잠잠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사자가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강제퇴장(강퇴)을 당한 경우도 있다. 한 개원의사는 “정말 황당했다. 글을 퍼간 것뿐인데 강퇴를 당한 것이다. 그 이유를 운영진에 물어봤지만 납득할만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 오랜 기간 의사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지켜봐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간호조무사, 여자의사 비하 발언 등도 논란이 됐다. 관련 단체에서는 강력한 항의와 더불어 재발방치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닥플 측은 운영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금칙어 설정 등 시스템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줄줄이 벌금형…“이유 불문 불법적 행동 용납 안돼”
그렇다면 일부 의사들은 왜 이러한 집단 린치에 유혹됐을까. 현재 개원가를 중심으로 젊은 의사들은 생존 문제에 직면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사라 하면 ‘먹고 살만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 탓에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갈수록 의사들의 자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일반인들보다 사회에 늦게 나온 의사들의 경우 각박한 의료 환경에 순응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정부 정책은 이들의 사기를 꺾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한 개원의사는 “개업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 이를 갚아나가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라면서 “갈수록 의료정책은 의사들을 옥죄는 쪽으로 가다보니 분노와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통했던 의사도 옛말이 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의료계 내부에도 적잖은 잡음이 일었다. 신구 갈등을 비롯 개원가 내부적으로도 변화를 원하는 물결이 강렬했고 이는 노환규라는 인물을 통해 대변됐다.
노환규 회장은 닥플을 운영하고 있는 ㈜핸즈앤브레인의 창업대표이기도 했다. 이처럼 집단 린치가 잇따르자 급기야 의료계에서는 ‘사이버폭력추방운동본부’가 생겨나 자정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의료계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닥플의 정화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운동본부는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진 사이버 폭력이 유독 닥플에서만 발생해온 것은 이 사이트가 다른 의료전문 정보통신 사이트와는 달리 회사의 전 사장이자 실소유주인 노환규 회장을 중심으로 닥플 회사-사이트 관리 운영자-전의총-닥플러들 간의 동지적 결속과 밀착관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닥플 익명 게시판이 ‘의료개혁을 위한 전위대’ 혹은 ‘노환규 팬클럽’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원래 익명사이트 고유의 목적과 기능에 맞게 되돌려 줘야 한다”면서 “의사커뮤니티를 사유화하거나 여론 조작이 가능하게 하는 구조는 결코 용인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의사 커뮤니티 자정 활동 본격화
이에 따라 이들은 사이버폭력 피해자 및 강퇴자들 일부를 모아 공동으로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불공정한 운영 체제 등에 경종을 울림으로써 자정 노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해나간다는 방침인 것이다.
운동본부 홍성주 사무총장은 “앞서 이번 사이버폭력과 관련 50~100만원 정도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액수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면서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 중”이라고 피력했다.
법적인 판단과 더불어 다소 늦긴했지만 무엇보다도 회원 상호 간 존경ㆍ존중할 수 있는 커뮤니티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의료계 단체 관계자는 “한창 논란이 됐을 때와는 비교하면 현재는 많이 차분해진 분위기다. 아무래도 고소고발로 벌금형을 받는 등 사안이 많이 이슈화됐던 것이 영향을 미친 듯 하다”면서도 “불법적인 문제는 결코 용납되서는 안 된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이 공론화되면서 국민들에게는 의사 직업군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모두가 인지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주괄 대표 역시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르러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의사들 사이의 동업자적 윤리의식이 더 이상 황폐화되지 않도록 사이버폭력 추방에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닥터플라자를 운영하고 있는 핸즈앤브레인 측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어 닥터플라자 익명게시판에 대해서는 언론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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