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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특명 윤순봉 사장 삼성서울병원
의료·경영 이원화 1년 6개월…비전 제시 따른 결과물 창출 과제
[ 2013년 05월 12일 20시 00분 ]

삼성서울병원이 의료와 경영을 이원화하는 새로운 방향을 병원계에 제시한지 1년 반이 흐른 지금, 안팎의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2011년 10월 말 윤순봉 삼성의료원 지원총괄 사장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이 삼성서울병원에 선임되면서 병원계는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을 보냈다.

 

내부적으로는 경영 혁신 수위와 속도, 외부에서는 적자 늪에 빠진 병원계의 새로운 모델 등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병원 내부적으로는 지난 해 2월 성균관의대 학장을 맡은 송재훈 교수가 한 달 만에 병원장에 임명, 학장과 병원장을 겸임하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 교수는 “이전 사례가 없던 인사 형태여서 낯설어 했다. 처음에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과 의대의 상호 작용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타 병원 보직교수는 “당시 외부 인사 영입에 한 번 놀라고, 병원장ㆍ학장 겸임 체제에 두 번 놀랐다”면서 “뾰족한 수가 없는 국내 병원 구조에서 새로운 실험이라는 점은 큰 관심사”라고 언급했다.

 

경영의 윤순봉 사장과 의료의 송재훈 병원장(학장)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병원 혁신을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갑작스런 변화에 의료진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고자 급진적 개혁이 아닌 점진적인 혁신으로 속도조절을 했으며, 개원 이래 첫 인센티브 지급 등 분위기 전환 카드도 꺼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처럼 의사, 간호사, 약사 등 다양한 전문직들이 모여 한 조직을 이루는 곳은 드물다. 외부에서 병원 조직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병원의 다른 교수도 “변화가 있었지만 일부 의사들은 팔짱끼고 지켜봤던 것이 사실”이라며 “교수들에게 변화와 혁신으로 가는 동기부여가 가장 어려운 과제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부의 다른 대학병원 교수도 분위기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윤순봉 사장 취임 후 외부에서 친한 삼성 교수들을 만나도 예전에 비해 거의 병원 내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비전 발표 필두 연구ㆍ중증질환중심 체질 개선 시동

 

지난해 9월 삼성서울병원은 거듭된 수정 등 장고 끝에 새로운 비전과 이에 따른 후보과제 선정을 매듭짓고 병원 안팎에 공표하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2020년까지 20개 진료 분야를 집중 육성해 초일류 병원으로 거듭난다는 새 비전은 삼성서울병원의 무게중심이 중증질환, 연구, R&D 사업화 등으로 옮겨가는 좌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외래나 수술 실적을 압박하는 대신 환자가 일시적으로 감소해도 질적 승부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병상수를 늘리는 등 외래에 집중했던 그동안의 대형병원 행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한 교수는 “환자가 조금씩 준 것은 맞다”면서 “이제는 다른 병원에서 살리지 못하는 환자를 살려내고, 주력 분야를 강화하는 일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갈 길이 멀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병원은 올 3월 국가 추진 연구중심병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비전 실현의 구심점을 찾았다. 그러나 남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경쟁 의료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삼성서울병원ㆍ성균관의대로서 가장 따라잡기 힘든 분야가 연구기 때문이다.

 

한 보직 교수는 “일반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이라면 당연히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내부에서는 고민이 컸다”며 “몇 개 병원을 뽑겠다는 얘기조차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으나 보다 내실 있게 준비하는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첫 중환자의학과 개설과 암병원 개원 등의 행보는 체질 개선을 위한 초석으로 받아들여졌다.

 

타 병원 교수는 “중환자 치료 투자는 삼성이기에 가능했다”며 “현재는 작은 시작일 수 있지만 앞으로 한 병원의 의료역량을 표현하는 대표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할 것 많고 수익 보장은 어렵고” 성과물 내야 하는 부담

 

이처럼 삼성서울병원에 새 판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향후 성과에 대한 부담도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윤순봉 사장이 병원 경영부문 조율과 삼성 그룹의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ㆍ헬스케어의 조기 사업화 등을 위해 깜짝 발탁됐기에 결과물은 필수적이다.

 

비전 실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바이오ㆍ헬스케어 사업 도약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국내 의료구조 현실상 지금의 외래만으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지난해 매출은 1조1499억원으로 2011년 대비 1.3% 감소했다. 이 가운데 의료수입 역시 9782억원 선(전년도 9657억)에 그쳐  더딘 성장곡선을 그렸다.

 

이로 인해 진료 부문의 질적 성장 외에도 R&D에서 나오는 병원 지적재산을 늘리고 사업ㆍ상용화를 극대화하는 복안이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고 있다.

 

병원의 보직 교수는 “연구개발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삼성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실천력”이라며 “큰 그림을 뚜렷이 제시해주고 독려한다면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세부 과제를 정해 소외받는 영역을 최소화했다고 하지만 결국 조직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것”이라면서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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