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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정신질환 치료는 의사와 심리학자 중 누가 맡아야 할까?
수십 년 계속된 논쟁이 영국에서 다시 불이 붙었다. 영국의 대표 임상심리학 단체가 정신질환의 의학적 진단·치료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의학계에 정식 도전장을 냈다.
영국 일요판 신문 '옵서버'는 영국심리학회의 임상심리학 분회(DCP)가 13일 "정신건강의 이해와 관련해 패러다임이 바뀔 때"라며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다고 12일 보도했다.
DCP는 성명에서 "정신질환이 생물의학적 요인 때문에 발생해 약물로 치유할 수 있다는 인식은 오류"라며 "조현병(옛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 등 대표적인 정신병의 진단도 유효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성명 초안 작성을 도운 임상심리학자 루시 존스턴 박사는 "빈곤, 차별, 학대, 정신적 외상(트라우마) 등 사회적·심리적 환경의 복잡한 결과 때문에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겪는다는 증거가 매우 많다"며 "정신 건강 문제를 생물학적 질환으로 보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성명은 곧 공개될 미국 정신건강의학회(APA)의 '정신질환 진단-통계편람 제5판(DSM-5)'에 맞서는 조치로 보인다고 옵서버는 분석했다.
DSM-5는 아스퍼거증후군이란 명칭을 없애고 이를 광범위한 발달장애를 포괄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autism spectrum disorder)에 포함하는 등 정신질환 분류와 진단기준을 대폭 수정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특히 DSM-5는 '슬픔의 분출'이나 '울화통' '건강염려증' 등도 의학적 정신장애 범주에 넣을 예정이어서 논란을 빚었다.
DSM은 미국 외에 한국 등 여러 국가에서 쓰이는 진단자료로 세계적 영향력이 크지만, 영국은 DSM 대신 세계보건기구(WHO)의 분류 기준을 쓴다.
의학계, 새 분류기준 곧 공개…"생물학적 요인으로만 보지 않아"
의학계에서는 '정신질환을 생물학적 이외에 다양한 요인에서 보고 있다'며 이번 성명을 반박하는 목소리가 높다.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에서 정신건강의학 학과장을 맡는 사이먼 에슬리 교수는 DSM 같은 질환 기준의 필요성을 옹호하면서 "질환 분류 기준은 지도와 같아 지형 등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와 의사들 사이의 논쟁은 예전에도 많았다. 1970년대 초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은 친구들과 함께 정신질환 환자 행세를 하면서 병원 입원에 성공, 의학 진단의 부정확성을 지적했다. 그의 실험 내용은 '미친 곳에서 제정신으로 있기'라는 논문으로 1973년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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