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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으로 2004년 무기징역이 확정된 ‘사모님’이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처분을 받고 형기의 거의 절반인 4년가량을 병원 특실에서 생활한 것이 알려지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국민들의 분노는 사모님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12가지 병명이 기록된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와 그가 속한 병원에까지 파장이 전해졌다.
피해자 유가족은 ‘사모님’ 주치의가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 형집행정지를 지속적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혐의로 주치의를 고발했고, 이에 검찰은 주치의에 대한 조사 및 병원 압수수색을 진행한 상태다.
주치의는 “의사로서 환자가 수감 중인 죄수라고 하여 거부할 수는 없었으며,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환자는 불쌍한 약자일 뿐”이라 해명했지만 납득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인이나 경제인 등 사회 유력인이 법망을 비켜갈 수 있는 특혜로 지적돼 온 형집행정지와 관련해 의사의 도덕성 문제가 떠오르는 것은 질병에 의한 형집행정지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형집행정지 운영 현황에 의하면, 최근 매년 300명 정도의 수형자가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석방됐으며, 질병에 의한 형집행정지 결정이 대부분이었다.[표]
또 질병으로 인한 자유형집행정지의 경우, 현재 심의 구조상 의사의 진단이 절대적 영향력을 끼친다.
심의 구조를 살펴보면, 질병으로 인한 형집행정지권을 얻기 위해서는 고등검찰청검사장 또는 지방검찰청검사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형집행정지와 연장 여부에 있어 그 적정성을 심의하기 위해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교정시설의 관계자, 의사 등의 의견을 듣고 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해 형집행정지 결정을 할 수 있다.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는 형집행정지 결정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형집행정지 결정의 대상자 선정 및 형집행정지 여부결정은 사실상 의사 한명의 진단서만 있어도 가능하도록 돼 있다.
또한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일부 검찰청에서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나, 법에 근거한 기관도 아니고, 위원회의 의견은 사실상 참고 의견에 불과하다. 의사와 공모하여 형집행정지제도를 악용하려는 수형자를 견제하고 발각해 내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지금의 심사 구조에서 의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의학적 지식의 비대칭성, 진단서 발급이란 독립적 권한, 의사로서의 권위 등을 이용해 얼마든지 특권층의 형집행정지 악용에 있어 방조자 혹은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모님 사건의 주치의는 메일을 통해 동료 의사들에게 "병원과 검찰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명분으로 발을 빼는 모양새이고, 형집행정지 결정 심사를 허술하게 하고 어쨌든 형집행정지 최종적 결정권한이 있는 검찰보다 의사인 자신에게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부당하게 느낀 것이다.
그가 부당하게 느낀만큼 형집행정지 결정에 있어 의사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만큼 책임이 따르고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시에는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의사상이 겹쳐지며 큰 비난을 받는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집행정지 사유 증상에 대해 2명의 감정인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형집행정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문제를 간파한 국회에서는 이미 ‘사모님 방지법’이 발의됐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이 지난 6월 7일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질병 등의 형집행정지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종합병원 2곳 이상에서 일치된 소견을 거치도록 했다. 의사 한명에 의해 형집행정지 운영이 좌우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