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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제약기업 오너들의 동지이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이들이 있다. 수십 년이 지나 이제 막 화려했던 제약 인생의 닻을 내리고 새 출발 길에 들어섰거나 꾸준히 오너 옆에서 보이지 않는 ‘의지(依支)’의 존재가 되고 있는 벗과 후배들이다. 한독 이환무 前 전무,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김태식 전무 및 보령제약의 김광호 前 대표가 그 주인공. 이들과 오너 사이 맺어온 수십 년 지기 인생을 살펴봤다.
'고교 동기동창' 한독 김영진 회장과 이환무 前 전무
얼마 전 한독 김영진 회장의 친구 이환무 전 전무가 오랫동안 둥지를 틀어왔던 한독을 떠났다. 새로운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그의 의지였다.
지난 3월 29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공식 퇴임했다. 보유 주식도 모두 청산했다.
한독 이환무 전 전무는 김영진 회장과 40년 지기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그는 1975년 중앙고등학교, 1983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삼성그룹 입사 후 1993년 당시 한독 대표이사 부사장직을 맡고 있던 김영진 회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김영진 회장과 반평생을 알아온 셈이다. 그는 그 중 20년 동안 한독에서 홍보와 법무, 경영관련 업무 등 중책을 맡으며 김 회장을 도왔다.
최근까지 경영지원본부장직을 맡았던 이 전 전무는 김영진 회장에게 수차례 ‘사임’ 의사를 전달했고 김 회장의 만류로 재직해왔지만 이번에 용퇴(勇退)가 수용됐다.
회사 한 임원은 “이 전무와 김 회장님 둘이서 따로 얘기를 나눈 부분이어서 구체적인 향배를 알 수 없지만 커리어를 바꾸고자 사임 선택에 이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환무 전 전무는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것은 없다. 앞으로 새로운 인생 행보를 그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 선후배’ 한국유나이티드 제약 강덕영 회장과 김태식 전무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회장과 김태식 전무는 대학교 선후배 관계이다. 김 전무의 나이는 1946년생으로 강 회장보다 한 살 많지만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 한 학번 후배다.
둘은 어느 곳에서나 인연의 끈이 닿았다. 외대 ROTC(강 회장 7기, 김 전무 8기)로 함께 땀을 흘리며 훈련을 받았고, 김 전무가 무역학과 회장을 맡았던가 하면, 강 회장은 총학생회장이어서 서로 교류를 해왔다.
이후 강 회장이 만든 무역학과 동문회에서 김 전무는 상임이사회 회원이기도 했다.
김태식 전무가 강덕영 회장의 ‘러브콜’을 받았던 시점은 1995년이다. 당시 김 전무는 SK그룹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영업부 출신이었던 강 회장과의 의기투합은 회사 운영에 있어 상호 보완 효과를 기대케 했다.
김 전무가 SK 퇴사를 결심하고 있던 찰나, 외대 동문회에서 만난 강 회장이 김 전무에게 “기왕이면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때 인연으로 현재까지 18년 동안 회사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그의 SK그룹 마케팅 및 홍보 팀장 경력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김 전무는 강 회장 옆에서 홍보를 비롯한 마케팅, 법무 등 중책을 맡아왔다. 유나이티드제약을 이끌고 발전시켜 온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다.
김태식 전무는 “강 회장과 알고 지낸 동안 서로 같은 공간에 속하면서 친분이 쌓일 수 밖에 없었다. 1995년 강 회장이 같이 일하자고 제안해 유나이티드제약에 들어오게 됐다. 어언 18년이 됐다”고 말했다.
김태식 전무는 “언제 어디서나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게 내 신조다. 인연이 돼 들어왔지만 회사에서 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고향 선후배’ 보령 제약 김승호 회장과 김광호 前 대표
지난 3월 15일 보령제약 김광호 전 대표가 8년 간 이끌어 온 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 새로운 인생길을 찾아 나서겠다는 그의 오랜 고민 흔적이 엿보이는 선택이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은 그에게 어울렸다. 김 전 대표가 보령에서 재임하는 동안 회사 매출은 2008년 처음으로 2000억대를 넘기고 2011년 3080억을 기록하는 등 급속도로 올랐다. 국산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탄생도 그가 있을 때 이뤄진 쾌거였다.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과 김광호 전 대표는 충청남도 ‘보령’ 고향 선후배 지기(知己)다. 김 회장은 1957년 서울 종로5가에 고향 ‘보령’의 이름을 따 현 보령제약의 전신인 ‘보령약국’을 세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향인 김광호 전 대표는 2005년 김승호 회장의 러브콜을 받고 보령제약 전문경영인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04년 말이다. 김광호 전 대표가 사노피에 재직 중일 때 김승호 회장은 “고향 후배인데 한 번 보자”라는 말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 전 대표는 인사차 김승호 회장실에 갔다. 알고 보니 같은 경주 김씨(氏)에 항렬도 같은 종친(宗親)이었다.
당시 30년간 제약업계에 몸담고 있었던 김 전 대표는 보건의료산업 분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하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김승호 회장은 “한 번 보령을 맡아보라”고 김 전 대표에 전했다. 그 뒤 8년 간 대표이사로 보령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김광호 전 대표는 “8년 전 회장님 방에 같은 인사를 드리러 갔었다. 그때만 해도 의료분야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자리를 찾다보니 국회더라. 하지만 김승호 회장의 러브콜에 결국 보령에 몸을 담게 됐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둘의 각별한 관계는 회사 경영에도 큰 시너지가 됐다는 설명이다. 김 전 대표는 “고향도 같고 종친인 관계에서 서로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느낄 수 없는 ‘정’이 있었던 것”이라며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존재했다”고 전했다.
올해 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 5월 “아무래도 제약업계에 몸을 담았던 만큼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며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김광호 전 대표는 지난 6월 10일 태준제약 계열 조영제 전문기업인 ‘아큐젠’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새 둥지에서 반평생 제약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열정은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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