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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상당수 지도전문의들이 도제 교육을 운운하며 효과적인 교육법을 외면하는 경우도 있고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채 고압적 '사부(師父)'로 군림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인턴제 폐지 등 수련 교육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학회 왕규창 부회장(서울의대)은 24일 의학회 회보에서 '지도전문의 역할 모델'을 주제로 한 기고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올바른 지도전문의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만큼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지도전문의에 대한 교육은 올해부터 시작됐으며 내년 신규 지도전문의들은 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자격을 얻게 된다.
우리나라 26개 전문학회 책무에는 수련교육과 연구, 그리고 학술, 간행, 지속 가능한 진료체제의 유지와 발전, 회원 상호 교류, 국제적 위상 제고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연, 해당 과목 전문의 배출이 우선순위로 꼽힌다.
그만큼 전문의를 배출해 국민들이 필요한 의료를 제공받도록 하는 것이 전문학회의 첫째 임무라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왕 부회장은 "전문의를 제품에 비유한다면 원료는 의과대학 졸업생이다. 이후 수련병원/기관이라는 공장에서 지도전문의에 의해 제품이 생산된다. 전문의 경우에는 소규모 수공업처럼 생산과정에 있어 다른 요소들보다 생산자인 지도전문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비유했다.
"각 학회, 지도전문의 양성 반성 필요"
하지만 왕 부회장은 "학회들이 지도전문의 양성에 어느 정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거의 '알아서 하는' 수준으로 방치돼 온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지적에 따르면 대부분의 훌륭한 지도전문의들도 체계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얻지 못하는 형편이고, 교육자를 위한 유익한 자극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교육자로서의 의무는 잊은 채 진료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린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의과대학 교수직을 겸하는 경우에는 신임 교수에 대한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의료계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은 없었다"며 "다행히 2009년부터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지도전문의 교육에 대한 초안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년간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등은 지도전문의로서 필요한 교육자 자질을 함양,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 향상을 목표로 지도전문의 교육 제도를 마련했다.
왕규창 부회장은 "인턴, 레지던트 제도가 시행된 지 55년이 지나서야 시작된 것이 지도전문의 교육"이라면서 "또 하나의 귀찮은 일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제야 해야할 일을 한다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시각도 있다"고 환기시켰다.
왕 부회장은 "중요한 사명을 수행하는 현장의 지도전문의들이 지식과 정보를 새롭게 하고 전공의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는 무게있는 교육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내실 기하되 강제적 측면 지양해야"
현재 지도전문의 교육은 병협이 주관하고 시행하는 공통교육(4개 강의: 지도전문의의 역할과 책임, 효과적인 전공의 교육 및 평가 방법, 전공의를 위한 의료윤리, 전공의 수련규정)과 대한의학회가 주관하고 각 전문학회가 시행하는 전문학회별 교육(3 또는 4개 강의: 연차별 수련교육내용, 수련 프로그램 평가, 전문의 자격 취득 요건, 필요에 따라 학회에서 준비한 강의)으로 구성된다.
전문학회별 교육은 연차별 수련교육 내용, 수련 프로그램 평가, 전문의 자격 취득 요건의 세 개의 필수 강의가 있고 학회가 원할 경우 학회별 특성 교육을 추가하도록 했다.
앞서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시행된 전문학회별 교육을 참관해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한 경험을 얻기 위해 이를 학회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왕 부회장은 지도전문의 전문학회별 교육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처음 시행한 교육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일부 학회는 국내외에서 겪은 개인의 경험을 소개하거나 해당 학회 또는 다른 학회에서 있었던 문제 사례(전문의 시험 자격 획득 실패, 전문의 시험 출제 불량, 은닉 또는 허위 보고, 폭력, 강요, 차별, 부실한 고시 관리 등)를 소개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발견됐다. 그는 "필수강의 내용을 3개로 나누어 하다 보니 내용이 중복되고 사례없이 해당 규정만을 소개하다 보니 청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심지어 '억지로 하는 교육'의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왕 부회장은 올바른 지도전문의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으로 "필수강의는 통합해 진행하거나 서로 중복되는 부분은 유기적으로 통합해 강의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와 기존 지도전문의 혼합 교육이 활발한 토론에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순한 규정 소개보다는 청중의 공감을 얻기 위해 문제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다만 각 학회는 앞으로 출석 관리, 이수증 발급 업무를 엄격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