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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뇌에 '가짜 기억' 이식 성공
美연구팀, 光유전학 기법으로 기억세포 자극
[ 2013년 07월 27일 06시 00분 ]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 생쥐의 뇌에 사실과 다른 기억을 심는 실험이 성공했다고 BBC 뉴스와 사이언스 데일리가 25일 보도했다.

 

부정확하거나 사실과 상반되는 증언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DNA 증거로 누명을 벗는 피의자 이야기는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이다.

 

질문 방식을 살짝 바꾸기만 해도 목격자의 증언이 달라지는 사례가 너무 많아서 이제 목격자의 증언만으로는 법정에서 증거력을 갖지 못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피카워 학습기억연구소 과학자들은 이처럼 잘못된 기억이 어떻게 해서 떠오르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쥐의 뇌에 가짜 기억을 심는 실험을 한 결과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며 이런 가짜 기억이 신경에 남긴 흔적 가운데 상당 부분은 진짜 기억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경험에 관한 기억, 즉 `일화(逸話)기억'은 대상과 공간, 시간 등 몇 가지 요소의 연관성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연관성은 뉴런의 화학적·물리적 변화 뿐 아니라 뉴런간 연결상태의 변화에 의해서도 암호화된다.

 

신경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엔그램'(engram)이라고 불리는 기억 흔적의 위치를 찾으려고 노력해 왔는데 연구진은 `광(光)유전자학'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특정 기억의 엔그램 일부를 형성하고 재생하는 세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캐나다의 신경외과의 윌더 펜필드는 일찍이 1940년대에 뇌 수술을 앞둔 환자의 측두엽 세포에 전기자극을 가해 특정 기억이 튀어나오게 한 실험을 통해 일화기억이 뇌이 측두엽에 저장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나온 다른 연구에서도 해마(海馬)를 포함한 측두엽이 일화기억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 연구에서는 엔그램이 해마 안에 실제로 저장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진은 광유전자학을 이용해 빛으로 각 세포들이 선택적으로 켜지거나 꺼지도록 조작했다.

 

이들은 생쥐들에게 어떤 방에서는 약한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만든 뒤 기억 형성에 필요한 세포를 작동시키고 다음 날 생쥐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에 놔두었다. 

 

생쥐들은 처음엔 정상적으로 행동했으나 연구자들이 빛으로 그 기억 세포를 자극하자 공포에 질리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지금까지의 연구가 뇌를 일종의 블랙박스로 보고 외부에서 접근을 시도했다면 우리의 연구는 안에서부터 접근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 연구를 위해 개발한 기술은 뇌세포를 직접 조종함으로써 기억 과정을 세분하고 더 나아가 조작까지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어에는 글자가 단 26개뿐이지만 이것으로 무수히 많은 단어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억도 이와 마찬가지"라면서 기억이 사진처럼 고정돼 있지 않은 이유가 이처럼 다른 세포의 조합으로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진짜든 가짜든 기억을 되살리는 뇌의 신경 메커니즘은 똑같다. 우리의 기억은 `녹화'될 때마다 매번 바뀐다. 우리가 오래된 기억에 새 정보를 덧붙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며 부지불식간에 가짜 기억이 형성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한 동물이다. 생쥐 실험에서처럼 싫거나 좋은 사건은 그 순간 떠오르는 기억과 연관성을 갖게 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서 가짜 기억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연구가 더 진전되면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 같은 증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서 공포스러운 연상작용을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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