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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이었다. 예정대로라면 국제수혈학회 서태평양지역 학회 개최로 분주했을 지금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학회 내 의사소통에 차질이 생기면서 무산된 서태평양지역 학술대회가 오히려 득(得)이 됐다.
"그럼, 이왕 이렇게 된 일 좀 더 기다려보자. 목표는 2014년 세계수혈학회다."
2014년 세계수혈학회 국내 유치위원장으로 가슴을 졸였던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한규섭 교수다. 지역 학술대회가 아닌 세계가 한국의 의학을 들여다볼 학회 개최가 드디어 확정된 것이다.
한규섭 교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나라가 바로 두바이입니다. 시설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중동 최초 국제학회 유치라는 명분이 강하게 작용한 듯 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수년 전부터 세계수혈학회는 유치를 희망하는 나라에 유난히 '깐깐한' 잣대를 들이댔다.
기존에는 각 나라별로 자유롭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면 이번부터 대폭 변경됐다. 15개의 슬라이드로 발표하도록 기준을 제시했으며 형식에 맞는 내용을 소개하라는 주문이었다.
국제학회 위상을 한껏 격상시키기 위한 움직임이었지만 사실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한규섭 교수는 "심사 기준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세심한 사항에도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이 주효했던 것 같다"면서 "난제 속에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대한수혈학회는 지난 1995년 서태평양지역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다 2009년부터 진단검사의학회, 혈액학회 주요 의료진들 사이에서 세계학회 유치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곧바로 추진에 들어갔다.
국제수혈학회 학술대회는 2년에 1번씩 개최되는데 최대 5000명의 수혈의학 석학들이 모여든다.
한규섭 교수는 "국위선양은 물론이고 이 같은 국제학회를 개최하면 국내 학회도 덩달아 활성화된다"고 자신하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 개최로 한국의 의학 기술을 다방면에서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학회 자체 수십억원의 경제적 효과에 더해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는 한국으로서도 호기다. 실제 세계학회 유치 추진의사를 정부와 서울시측에 타진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상당히 적극적인 호응을 보였다는 것이 한규섭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적인 이익과 중장기적으로 무엇을 얻을 것인지 심도있게 고찰해야 한다"며 "작은 규약에 발목이 잡혀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