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일본발 의학 이슈들이 국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자궁경부암백신의 부작용 논란 및 노바티스 고혈압 치료제 ‘디오반’ 임상 데이터 조작 파문. 2013년 ‘핫’ 키워드로 떠올랐던 ‘1일1식’까지 모두 이웃나라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사례들이었다. 이 세 가지 스캔들은 우리나라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지나갔다. 각 이슈들에서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고혈압 환자, 10~20대 여성, 비만 환자들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소식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발 스캔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본다.[편집자주]
CRPS 부작용 논란 후 “자궁경부암 백신 맞아도 되나요?” 문의 쇄도
지난 6월14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정부 차원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권장을 잠정 중단했다.
백신을 접종받은 몇몇 환자들에서 원인 불명의 복합부위 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 및 보행 장애 등과 같은 이상반응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이후 2개의 자궁경부암 백신인 MSD 가다실과 GSK 서바릭스에 우리 국민들의 눈길이 집중된바 있다. 당시 적지 않은 수의 접종 희망자들이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심한 우려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병·의원에 부작용 문의가 쇄도하는 등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였다.
끝내는 질병 예방의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학회 관계자들까지 나섰다.
논란의 핵심은 자궁경부암 백신과 심각한 이상반응과의 인과관계가 아직까지 100%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 측은 “국내 사례를 검토한 결과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통한 여성건강 증진이라는 효과를 고려할 때, 백신 권고안에 대한 기존 학회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 관계자는 “얼마 전 일본이 백신 접종 권유를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대만, 싱가폴 등 타 국가보다 우리나라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산부인과학회 관계자들이 모여 사태를 분석했고, 우려할만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궁경부암 백신 때문에 병이 발병했다고 근거할만한 명확한 규정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보도내용 등을 통해 국민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 크게 영향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바티스 고혈압치료제 ‘디오반’ 임상조작 충격
지난 7월11일에는 일본 교토 부립 의과대학이 고혈압 치료제 디오반(성분명: 발사르탄)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고혈압은 당장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병증이 덜 생기게 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해당 연구에 관한 데이터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의료계는 관측하고 있다.
디오반 임상 조작 사건은 日 교토 부립 의과대학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에서 디오반과 대조약을 분석하는 시험에서 디오반군은 발병 사례를 줄이고, 대조군은 발병 사례를 늘리는 방식으로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의약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임상시험이 잘된 것처럼 꾸민 데이터 조작이 이뤄졌다. 이는 엄청난 사기극”이라고 맹비난하며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환자들은 의사들을 믿으며 약을 복용했을 것”이라며 “약효에 대한 속임수는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이유에는 이른바 ‘리베이트’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디오반 연구를 시행한 교수가 노바티스 측으로부터 약 1억엔(한화 약 11억3300만원)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파문은 더욱 거세졌다.
이는 국내 의료진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처방 패턴에는 변경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한 약의 효능을 논하기 이전에, 인류의 이익과 건강을 위해 의료 일선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의사가 양심을 져버린 것에 대한 ‘연구윤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이었다.
대한심장학회 관계자는 “의사들 사이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이슈임에는 맞지만, 현재까지 처방패턴 등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라면서 “다른 이상 증상 없이 기존 환자들에게 잘 사용되고 있는 약물인 만큼 일본발 이슈가 처방 트렌드까지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일1食’ 시작된 공복 열풍…실패담도 증가
매 여름마다 성인 남녀의 관심사는 ‘다이어트’다. 올 여름을 강타한 다이어트 방법은 단연 ‘1일1식’으로부터 촉발된 공복 열풍이었다.
일본 의사인 나구모 요시노리가 쓴 한권의 책으로부터 시작한 다이어트 열풍은 연예계를 비롯, 20~30대 성인들까지 큰 관심을 보이며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몇몇 연예인들의 성공담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1일1식이 몸매 관리의 비법”이라는 사례들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또한 ‘1일1식’에 이어 日 이시카와 히데아키의 ‘먹는 순서 폭발 다이어트’라는 책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본발 다이어트는 최고 비법에 이르기에 충분해 보였다. ‘간헐적 단식’ 역시 TV 보도로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 해봤을법한 몸매 관리법이 됐다.
1일1식은 하루 한끼 섭취, 간헐적 단식은 매일 아침을 굶는 방법과 1주일에 2회만 아침과 점심을 굶는 법을 선택하면 됐다. 또 먹는 순서 지키기는 섬유질-단백질-탄수화물로 식사를 하면 살이 빠진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식단을 조절하는 이들 다이어트 방법의 실패담과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허와 실이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폭식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비만을 야기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논문 등에 의거한 의학적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모든 다이어트 방법에 의지하고, 맹신하는 것 보다는 의학적으로 타당한 지를 먼저 검토한 후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비만학회 관계자는 “출판 대국인 일본에서는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각각의 다이어트 방법이 효과적이냐 아니냐를 논하기 전에,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많은 다이어트 방법들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득이 될 수만은 있을까 싶다”며 “논문과 같이 안전성이 검증된 의학적인 데이터가 수반되는 것이 먼저다. 비만 환자들 중에는 하루 한 끼만 먹고 오히려 폭식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무조건적인 맹신은 옳지 않으리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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