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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사망 비율이 심상치 않다. 영아사망률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이제는 모성사망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평균 출산연령 상승과 고령산모 구성비의 가파른 증가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이를 감당할 만한 의료 인프라 문제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심각성 인지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하고 있는 모성사망률의 늪을 조명했다.
예로부터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백일을 맞이한 아기에게는 무사히 자란 것을 대견히 여기며 집안 잔치를 벌였다. 의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만 해도 이 기간 중 영아사망률이 그만큼 높았다는 얘기다.
실제 1993년만 해도 국내 영아사망률은 태어난지 1년 이내 출생아 1000명 당 9.9명에 달했다. 그러나 1996년 7.7명, 1999년 6.2명, 2002년 5.3명, 2005년 4.7명, 2008년 3.5명, 2011년 3.0명으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미숙아들의 생존율이 높아진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또한 신생아 집중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은 병원의 만성 적자 요인이던 신생아중환자 치료 시스템을 개선시키는데 일조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신생아 집중치료 병상이 부족한 지역에서 신생아 집중 치료실을 운영 중인 대학병원에 병원 당 10병상을 추가 확충하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 설치·운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까지 정부 지원으로 18개 기관에서 신생아집중치료실 180병상이 확충됐고, 올해 6개 기관 50병상이 추가로 늘었다.
대한신생아학회 관계자는 “지금도 부족하긴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취약지 병상 확충과 수가 인상, 미숙아 의료비 지원사업 등을 통해 만성 적자인 병원과 환자 보호자들의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단계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보완·개선할 점이 있지만 신생아 집중치료 시스템 구축의 걸음마는 뗀 상태라는 것이다.
반면 산모 고령화에 따른 고위험 산모 증가를 뒷받침할 만한 인적·물적 인프라 확보는 여전히 미흡하다.
OECD 평균 못 미치는 한국 모성사망 비율
사례) 복중 태아의 목 부위에 선천성 림프관종이 있는 상황. 수술을 앞두고 임부에게 시행할 EXIT Procedure(분만 중 자궁 외 치료)에 대해 의료진들이 모여 브리핑하는 자리. 단 30분 동안 제왕절개로 태아를 상체만 밖으로 나오게 꺼내고 기도삽관을 통해 호흡을 확보한 후 탯줄을 끊고 분만을 시행해야 하는 어려운 수술. 자궁출혈 가능성이나 기도삽관이 안될 때 등 여러 변수를 예상되는 상황에서 레지던트 1년차는 “만약에 돌발 상황이 생겨 산모 또는 아기 둘 중 하나만 살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누구를 살려야 합니까?”라고 다소 난감한 질문을 던지는데. 이에 산부인과 의사는 “지난 25년 동안 이곳 병원에서 출산 중 사망한 임부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산모를 살려야 한다. 그것이 우선이다”라고 답하며 안타까운 상황을 연출. (KBS드라마 ‘굿닥터’ 中)
이처럼 대학병원에서 담당해야 할 고위험 산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산모와 태아 사이에서 결단을 해야 하는 의학적 상황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왕왕 발생하고 있다. 고위험 산모 를 적절히 치료·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알고도 막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실제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9~2011년 모성사망 원인 보완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출생아 10만명 당 모성사망비는 17.2명으로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
2010년은 15.7명으로 OECD 34개국 평균 모성사망비 9.3명보다 높으며 2000년 이후 등락을 보이다 2008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제 1999년 18명, 2002년 16명, 2005년 14명, 2008년 12명, 2011년 17.2명 추이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해봤을 때 그 심각성은 더욱 크게 와 닿고 있다.
OECD 국가 평균 모성사망비는 출생아 10만명 당 2002년 8.7명, 2005년 9.3명, 2008년 10.0명, 2011년 9.3명 수준이다. 국내 모성사망의 특성은 20대 후반이 10.0명으로 가장 낮고 40세 이상에서 79.7명으로 가장 높다는 점이다.
이 밖에는 24세 미만 15.5명, 30~34세 12.4명, 35~39세 30.1명 등이다. 그 원인도 분만 후 출혈, 색전증 등 산과적 합병증에 따른 사망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결국 고령임신 등 고위험산모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모성사망비를 낮추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현재의 산부인과 인프라와 정부 지원 현실로는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반응이다.
A대형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관과 전문의가 줄면 안전한 분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산부인과 인프라를 개선할 만한 수가 등 지원책 역시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와 연도별 모성사망비 추이를 들 수 있다. 산부인과 전공자가 급감할수록 모성사망비는 이와 반비례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B대학병원 교수는 “그동안 고위험 임신 증가와 분만의사 감소가 모성사망비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실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산모 연령에 따른 모성사망비도 2008년 대비 2010년에 35세 이하 산모에서 모상사망비 변화가 크게 없었던 반면 35세 이상 고령산모에서는 모성사망비가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국내 모성사망비가 지역에 따른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 역시 많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07~2008년 동안 조사한 자료에서 서울지역 모성사망비는 10.8명인 반면 강원 지역은 34.6명으로 나타났다.
모성사망비 손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분만취약지가 가장 많고 대학병원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임을 감안할 때 결국 산과적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과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모성사망비가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측은 “이제는 서울이나 경기 지역에서도 분만 의사나 전공의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루 속히 국가적인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모성사망비는 더 증가할 우려가 높다”고 거듭 목소리를 냈다.
더욱이 인력 감소와 어려운 분만 환경에 처한 산부인과 현장은 살얼음판의 연속이다. 지역에서 고위험 산모를 모두 담당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강원도 소재 C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지역에 전공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부 대학병원에 몰려있어 업무량 차이가 크다. 특히 시군구에 분만 장소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가는 출산난민이 많다”며 “취약지 모성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이 감소할수록 모성사망률이 증가하는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도 D 대학병원 의료진은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2, 3차 병원 중에서도 산후 출혈 환자를 안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병원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애로사항이 상당하다. 시설이나 다른 인프라도 문제지만 3차병원 역시 인력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산부인과-소아과 협업 시스템·센터화 시급”
이에 따라 산부인과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생아 치료와 고위험 산모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지고 있다. 저출산 대책을 포함 분만 인프라와 산부인과 현황 개선 등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E대학병원 교수는 “2011년 고위험 산모가 42.8% 였으며 중증에 해당하는 것만 따로 통계를 내면 23% 수준”이라면서 “전국적으로 전공의 확보율이 아예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이 25곳 가량, 100% 확보한 곳이 10곳 정도다. 정부의 인식 전환을 통해 분만 인프라 구축, 저출산 대책, 산부인과 현황 개선, 산부인과 역할 정립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최근 들어 정부와 의료계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신생아와 고위험 산모를 통합 치료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병원계에서는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분리돼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외국의 경우 팀 체제로 협업이 강조, 고령 산모와 신생아 진료 확립에 나서고 있다.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치료센터 설치에 관한 연구(연구책임자 가천의대 임정수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모자보건 수준은 성공적인 주산기 의료체계 수립에 기반하고 있다”며 “주산기 의료체계 도입 이후 주산기 사망률 등 주요 모자보건지표가 일본 모든 지역에서 감소하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소개했다.
임정수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진료 실태는 산과와 신생아과가 이원화돼 있어 진료가 조직적이지 못하고 병상, 진료 시설, 전문인력 등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진료는 산과, 신생아과 외에도 소아외과·심장과·흉부외과·안과·영상의학과 등의 협력과 협진이 필요한 고도로 전문화된 분야이므로 여러 진료과가 모여 다학제적으로 통합적인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집중치료와 추후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이 같은 전문가들 의견을 바탕으로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시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치료를 위한 지원 체계, 인프라, 전달 체계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고 산과와 소아과 연계하는 인식 역시 늘고 있다”면서 “모성사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치료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 주관으로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사업을 공모하고 신청기관에 대해 평가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면서 “이 사업을 위해 재정 당국과 예산을 협의하고 있다. 정부안이 제출되기까지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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