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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약사, '경영'의 옷을 입다"
이순애 세브란스병원 약무국 특수조제파트장
[ 2013년 10월 20일 20시 00분 ]

“‘어, 어’ 하다 보니 병원약사로 근무한지 벌써!”

 

가끔 “과장님 오래 근무하셨네요. 병원약국 근무가 잘 맞나 봐요”라고 신입 약사나 실습생이 질문하면 “정말 이렇게 오래 근무할 거라고 나도 예상 못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면 “내 삶을 제대로 꾸리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고 신바람 나서 다닌 것은 아니니, 병원이 잘 맞는 것 같지도 않고…”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대답하든, 약사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지는 않았으니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내게 불리하기에 함구하며 엄마 미소를 날려준다. 아직 순수한 우리 후배들은 그 미소를 진지하게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왜 그 긴 시간을 무난하게만 살려고 했을까. 조금 더 도전하고 정열을 쏟았더라면, 더 병원 약사로서의 알찬 삶을 구축했더라면 지금쯤 가을 수확에 뿌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텐데.”

 

돌이켜 보면 열정적으로 약학에 매료된 많은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삶에서 ‘약사’가 강한 매력을 끄는 아이콘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내 생에서 정열을 불태우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라고 의문을 던지면 그에 대한 대답도 긍정이 아니다. 결국 나 자신이 뜨거움 없는 미지근한 사람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를 단정하면 억울함이 있다. 나름대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강의를 듣고 강사도 해보고 관심 분야에 발과 손을 넣어봤는데 말이다.

 

어느 아나운서 말처럼 집적거리기만 해서 수확이 없던 걸까. 무엇인가 구체적 성과가 없어 답답할 때 인생을 잘 꾸려나가려면 ‘경영’을 잘 알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 경영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그 무렵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MD-MBA 의료전문가 과정을 개설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내용인 즉, 수강료 600만원이 무료이나, 수료를 하지 못할 경우 그 수강료를 수강생에게 청구한다는 것이었다. 황금과 같은 토, 일요일 강의에 총 수업시간은 무려 220시간이 넘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개인 생활을 완전히 접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주 스스로 학습한 것을 발표하거나, 시험을 보는 강의 규칙은 온전하게 이 과정을 수려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그럼에도 수강을 듣기 위한 경쟁률은 엄청났다. 합격한 나는 이 강의가 ‘행운’이었음을 알았다. 경영지식으로 무장한 훌륭한 수강생들은 200시간이 넘는 강의를 마다하지 않고 철저한 과제 제출, 에너지 넘치는 팀웍을 보였다. 그들의 열정에 감탄하고 박식한 모습에 내 자신이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내겐 벅찬 교육 내용이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수 차례였다.

 

모처럼 학부 때처럼 열심히 공부해 MD-MBA 1기에서 1등 한 번 해보리라는 다짐은 점점 소박하게 변했다. 수료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쪽으로 말이다.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시원한 가을 공기를 마시며 열심히 공부했다. 이 글이 ‘데일리메디’에 실릴 때쯤 나는 수료식에서 개근상을 품에 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운이 좋아 성적 우수상을 받지 않을까. 그건 내 꿈이고 꿈은 이뤄진다고 했으니까. 설사 실현되지 않아도 괜찮다. 꿈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긴 과정을 참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교육 과정을 통해 노(老) 교수님의 열정과 젊은 의사들의 적극성, 현업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의 창의성과 자기개발 의지를 뜨겁게 느꼈다. 느슨하게 살아온 나를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삶을 꾸리고 승승장구하는 약사가 된다면 경영학 강의실에서 동기생과 강사진으로부터 배운 열정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MD-MBA 1기 동기생들과 교수님 그리고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측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세브란스병원 발전에 보탬이 되는 직원이 되고 싶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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