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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의 절대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빅5 병원 수장 자리에 ‘내과’ 바람이 거세다. ‘외과’ 계열 병원장들이 즐비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감염내과), 서울대학교병원 오병희 원장(순환기내과), 서울성모병원 승기배 원장(순환기내과), 서울아산병원 박성욱 원장(심장내과), 세브란스병원 정남식 원장(심장내과) 등 5개 기관의 병원장이 모두 내과 출신이다.[사진 병원명 가나다 順]
내과 계열 출신들이 동시에 병원장 직을 수행하게 된 것은 일명 ‘빅5 병원’ 구도가 형성된 이후 처음이다. 아무래도 외과 계열 강세에 밀린 탓이 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내과 출신들이 속속 병원장에 오르더니 올해들어 5개 병원 모두 내과에서 병원장 직을 접수했다.
외과 일변도이던 병원장이 내과로 전환되는 현상은 각 병원별 역대 병원장 상황에서 잘 나타난다.‘외과 공화국’으로 불리던 서울아산병원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아산병원은 1989년 개원 이래 초대 원장인 이문호 교수(핵의학과)를 제외하고 줄곧 외과 출신들이 병원장 직을 맡아왔다.
2대~7대 원장을 역임한 민병철 교수와, 9대~11대 원장이었던 박건춘 교수 등 총 20년 가까이 외과에서 패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종양내과 이정신 교수가 12대 원장에 취임하며 내과 시대를 예고했고, 13대 박성욱 원장(심장내과)이 바통을 이어 받으며 패러다임 전환을 알렸다.
박성욱 원장은 지난 1월 14대 원장으로 연임에 성공하며, 내과 서울아산병원에서 내과 강세를 이어가게 됐다.
서울대병원 역시 외과에서 내과로 패권이 넘어갔다. 1998년 제11·12대 박용현 원장(일반외과)을 시작으로, 13·14대 성상철 원장(정형외과), 15대 정희원 원장(신경외과)까지 15년 여간 병원장 직은 외과계열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순환기내과 오병희 교수가 병원장에 취임하며 외과계 독주는 막을 내렸다. 내과 출신 원장은 제10대 이영우 원장 이후 20년 만이다.
외과 계열 병원장 일색은 서울성모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9년 제7대 김승조 원장(산부인과) 이후 외과, 비뇨기과 소속 교수들이 병원장의 바통을 이어갔다.
10년 후인 2009년 종양내과 홍영선 교수가 제17대 원장에 올랐다가 차기 패권은 다시금 비뇨기과로 넘어갔다.
하지만 지난 9월 순환기내과 승기배 교수가 제19대 병원장으로 취임, 다시 한번 내과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그나마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병원장 직함 만큼은 비교적 내·외과가 균형추를 맞춰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초대 한용철 원장이 호흡기내과였고, 2·3대 하권익 원장이 정형외과, 4·5·6대 이종철 원장이 소화기내과, 7대 최한용 원장이 비뇨기과로, 균형을 이뤘다.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는 지난해 3월 제8대 원장에 취임, 현재 야심차게 삼성서울병원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 내·외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진료과에서 병원장이 배출됐다.
현재는 지난 8월 취임한 제31대 정남식 원장(심장내과)이 병원을 이끌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