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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이 실효성 논란에 휘말렸다. 진료비 심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제도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는 진료비 심사에 불만이 있을 경우 진행할 수 있는 심사청구권이 보험회사들에게 허용된 반면 의료기관에게는 권한을 주지 않았다.
병원계는 진료비 심사 체계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강력히 항의, 지난 6월 관계 법률 개정안을 통해 보험회사와 동일하게 심사청구권을 보장 받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자보법 시행령에서 불거졌다. 국토교통부가 시행령에 심사청구 분쟁가액을 70만원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병원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분쟁가액이 70만원 미만인 경우 아예 심사청구를 할 수 없게 되자 병원들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상한선 폐지를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전체 진료비 중 분쟁가액이 10~20%인 점을 감안하면 국토부가 제시한 70만원을 맞추기 위해서는 진료비가 최소 700만원 이상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규모가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쉽사리 나오지 않는 금액인 만큼 이들 기관은 진료비 심사에 불만이 있더라도 심사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심의회가 다뤘던 분쟁가액 현황을 살펴보면 70만원 미만이 77.5%를 차지했다.
결국 국토부가 제시한 상한선대로라면 분쟁심의가 필요한 10건 중 8건은 원천적으로 심사청구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병원들은 최후의 피해 구제책인 심사청구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분쟁가액 상한선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병원계 인사는 “진료비 심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심사청구에 상한금액을 두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액수와 상관없이 피해 구제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토교통부는 분쟁금액 상한선 설정의 모순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심사청구 방지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고충을 털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병원계의 불만과 주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상한선 설정에 대한 주문이 있었던 만큼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계는 일부 국회의원이 주장하는 과도한 심사청구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 2012년 건강보험 이의신청 및 심판청구 현황을 살펴보면 의료기관들의 심판청구율은 0.0013%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보험회사들의 자동차보험 심사청구 비율은 0.39%로, 의료기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 수치를 토대로 의료기관들의 자동차보험 심사청구 건수를 추정해 보면 연간 36건에 불과할 것이란게 병원계의 계산이다.
또 다른 병원계 인사는 “어떤 논리를 제시하더라도 상한선 설정이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병원들로서는 정책에 보험업계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병원계의 반발을 의식, 상한선 조정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한금액을 전면 삭제할 수는 없더라도 병원계와 논의를 통해 금액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