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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혈우병 치료제를 사용했다가 후천석면역결핍증(AIDS)에 집단 감염된 환자들과 제약사 간 손해배상 소송이 조정으로 종결됐다. 10년 만의 극적 합의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강민구 부장판사)는 혈우병 환자와 가족 등 95명이 녹십자홀딩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녹십자가 환자 측에 조정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4일 밝혔다.
이로써 녹십자와 환자 측은 더이상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게 됐으며 조정 성립에 따른 녹십자의 환자 지급금액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혈우병을 앓아오던 환자들은 1990년대 녹십자홀딩스가 설립한 한국혈우재단 회원으로 등록한 뒤 혈우병 치료제를 유무상으로 공급받았다.
녹십자로부터 받은 치료제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된 환자들은 지난 2003년 녹십자를 상대로 3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녹십자가 제공한 혈우병 치료제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혈액으로 만들어졌고 이를 투여한 환자들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이다.
2005년 1심 재판부는 치료제와 환자 에이즈 간 연관성을 인정해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지나지 않은 환자 1명과 가족에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환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시효인 10년이 지났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2008년 녹십자의 항소로 진행된 2심은 치료제와 에이즈 감염 간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1심을 뒤집고 환자 패소를 선고했다.
2011년 대법원은 "환자들이 치료제 투여 후 감염됐다면 치료제-에이즈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또 대법은 문제가 됐던 손해배상 청구 시효 소멸에 대해서도 "에이즈는 잠복기가 긴 만큼 현실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시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 시효가 인정된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지적했다.
사건을 다시 맡게 된 서울고법은 10년 간의 복잡한 소송을 판결선고하지 않고 환자-녹십자 간 합의, 조정할 것을 지시해 조정안을 제시했다.
결국 고법 재판부는 강제조정 결정, 양측 합의를 이뤄내면서 2003년부터 10년간 지속된 치열한 법적 공방이 마무리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