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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시각장애를 가진 의학박사가 일상의 어려움과 퇴직의 두려움 등을 솔직히 밝힌 글을 공개해 주목된다.
박종혁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은 11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나는 중증시각장애인 의학박사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의사이자 시각장애인의 삶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장애인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글로 풀어썼다.
박 과장은 글을 한 글자씩 읽어가며 의과대학에 입학했고, 사회 진출 후 의과대학의 출강 요청에도 타인의 도움 없는 불가능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을 전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도 결국 식당을 쉽게 찾거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되고, 장애물로 인해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가는 것이 두려움이 됐다. 박 과장은 어린 시절 밤이면 화장실에 가기가 어려워 용변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숨기고 싶은 과거도 담담히 밝혔다.
의학박사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지만 언제든 뒤처지거나 업무를 손에서 놓아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크다. 그는 희미한 시각이 남은 덕에 좋은 직업을 가졌지만, 대다수 장애인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제한적인 일에 종사하는 등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이러한 모든 상황을 "나는 하루에 몇 번씩 야만적인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고 표현했다.
박 과장은 "직장 생활하는 것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정보 접근성과 이동성 부족으로 직장에서의 생존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두렵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병을 좀 더 심하게 앓아서 5퍼센트의 시력도 못 쓰게 됐다면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며 "드라마 '그 겨울바람이 분다'의 오영처럼, 장애인인 걸 인지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 점점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보다 더 나은 재주를 가지고도 교육을 못 받고 일없이 방안에만 박혀 있는 수많은 장애인이 있다"며 "그들에게 나라가 기회를 줬더라면 나보다 훨씬 훌륭한 박사가 됐을 것"이라며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를 주문했다.
박 과장은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장애인의 나라에 들렀다 온다"며 "언젠가는 들렀다 오는 게 아니라 살게 될 그 나라에 지금은 하루에 몇 번만 다녀온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