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량 의료가스로 인한 환자 사망으로 논란이 된 백병원이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오명을 벗고 명예 회복에는 성공했지만 수 억원의 손해배상은 받지 못하게 됐다.
치명적 독성물질인 아산화질소(N2O)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채 납품한 의료가스 업체의 잘못은 명백하나, 단순히 의료가스 사고만으로 병원의 진료수입이 급락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게 판결의 골자다.
서울고등법원은 백병원이 가스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백병원의 진료수입 감소가 전적으로 의료가스 마취사고에 따른 수술 중단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해 백병원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는 앞서 대법원이 "마취사고 발생으로 병원 진료가 축소 돼 수입 감소로 이어졌는데 원심은 이를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에 되돌려보낸 데 대한 최종 판결이다.
이로써 백병원은 업체를 상대로 9년 동안 이어온 소송에서 병원 이미지 실추 위자료, 유족 합의금, 치료비, 가스불순물검사비 부분에서 승소해 1억5000여만원을 배상받았지만 사고에 따른 4억4000만원의 수입감소는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사건은 지난 2004년 경 백병원이 문제의 의료가스를 사용해 마취수술을 한 환자 21명 중 14명의 환자에게서 다발성 폐손상이 발생, 2명의 노인 환자가 사망하고 1명의 4세 환자가 인지기능 저하 후유 장애를 겪게 된 것이 발단이 됐다.
사망 환자 유족들과 후유장애아동 가족들은 백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백병원은 사건 직후 수술을 중단하고 역학조사에 들어가 업체가 납품한 가스통에 상당량의 독성 질소산화물이 존재했음을 입증해 냈다.
법원은 의료가스 제조납품 업체의 명백한 과실을 적시했다.
재판부는 "가스업체는 병원 의료진의 과실 및 의료기기 오작동으로 환자 사망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나, 문제 가스통 외 의료가스를 사용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업체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불량 의료가스의 무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백병원의 진료수입 급락과 마취가스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백병원은 불량 가스업체 때문에 4억4000만원의 수익이 감소했다고 주장하나 진료수입 감소가 전적으로 마취사고에 따른 수술 중단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액수는 진료 순익이 아닌 총수익이므로 이점도 타당치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백병원은 사고 발생 후 환자들이 근처 종합병원으로 내원해 수익이 감소했다고 주장하나 수술이 중단 된 기간은 일주일 정도로 환자들은 수술 연기 등을 선택할 여지가 컸다"며 "결국 백병원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마취사고로 인한 수술 중단에 따른 일실수입 손해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