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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질문 중 가장 어렵다. 애초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연구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교수는 아니지만 가르치는 레지던트가 있다. 알아야 알려줄 수 있다. 항상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립경찰병원 비뇨기과에 재직 중인 이준호 전문의[사진]가 ‘왜 연구를 하냐’는 우문(愚問)에 내놓은 현답(賢答)이다.
물론 그 질문을 던진 이유가 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연구 중심 병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며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2차 수련병원인 국립경찰병원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 환경이 쾌적한 의료기관의 경우 통계 데이터를 뽑거나 영문으로 번역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국립경찰병원은 연구 환경 개선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이준호 전문의는 지난해 SCI(E) 논문 8편을 발표했다. 또한 모두 임팩트 팩터(Impact fator)가 높은 저널에 실렸다. 임팩트 팩터는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가를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저널의 권위를 상징한다.
그 중 조루, 발기부전, 배뇨장애가 많은 환자에서 공존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힌 논문은 남성과학 최고 권위지인 ‘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실려 “성의학이 한 단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무도 연구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뿌듯한 결과물을 얻은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었던 셈이다.
"경찰병원 특수성으로 연구 데이터 수집 등 긍정적 작용"
그는 “국립경찰병원이라는 특수성이 오히려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웃어보였다. 이 전문의는 “경찰병원이라 비뇨기과 환자가 많고, 진료비가 전액 무료라서 필요한 검사를 할 수 있어 데이터 수집이 용이한 측면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구를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국립경찰병원 데이터를 이용해 자력으로 쓴 논문이 ‘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실린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라고 꼽았다.
이 전문의는 “그 논문이 작년에 쓴 것 중 세 번째였다. 앞서 두 논문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이성원 교수님의 지도 하에 썼던 것이 발표된 것이었다. 이 소식을 교수님에게 전하니 좋아하셔서 더욱 기뻤다”라고 전했다.
미래가 촉망되는 37세 젊은 비뇨기과 의사인 그의 우려가 머문 유일한 지점은 비뇨기과의 쇠퇴다. 대표적인 기피 과로 꼽히며 동료나 후배가 많지 않은 현실도 한 몫 했다.
이 전문의는 “비뇨기과 의사로 살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비뇨기계 질환에 있어서는 내외과적 치료를 다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복강경, 로봇 등 수술 방법도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정책적으로 비뇨기관 전문성 존중하고 그 가치 수가에 반영돼야"
이어 “비뇨기과만의 매력은 분명히 있다. 지금 각광받지 못하는 이유는 저수가에 있다. 정책적으로 비뇨기과만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수가에 반영해줬으면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과 전문의만 처방 가능한 우울증 약인 SSRI처럼 비뇨기과 의사만 처방할 수 있는 약을 지정해 비뇨기과의 영역을 보존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비뇨기과가 처한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는 젊은 의사로서 비뇨기과 발전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 혹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이 전문의는 “찾아오는 환자 분들의 겪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논문도 계속 쓸 것이다. 10년 안에 European Urology에 논문을 싣는 게 꿈이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