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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화의료원은 1000병상 규모의 마곡지구 제2부속병원을 전 병실 1인실로 구성하는 파격 실험의 깃을 올렸다. 감염과 사생활 침해를 방지해 철저히 고객 중심의 명품 병원으로 탄생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300병상을 VIP 병실로, 나머지 700병상을 상급병실료 없는 1인실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의료계에서는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다. 이화의료원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지난 2008년 이미 동대문병원을 통합, 경영 효율화에 전력을 기울여 온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흔치 않은 경험을 가진 의료원이다. 많은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이화의료원은 왜 위험한 비행을 시작하려 할까. 이화의료원이 그리고 있는 환자중심병원과 그를 실현하는 과정에 숨겨진 더 큰 파격 실험을 살펴봤다.
이화의료원 마곡지구 제2병원 청사진 공개
이화의료원은 지난 10월 이대목동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마곡지구 제2병원 건립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화의료원의 마곡지구 제2병원은 최첨단 국제병원, 1000병상 1인실 체계, 중증질환 특성화 등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마곡지구 제2병원은 1000병상 1인실 체계로 많은 조명을 받았지만 가장 궁극적인 지향점은 최첨단 국제병원이다. 이대목동병원과 가까이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2병원 위치가 마곡지구로 선정된 이유다.
마곡지구 제2병원은 김포공항까지 2km, 인천공항까지 40km 등 주요 공항과 지근에 있다. 이화의료원은 편리한 접근성을 활용하고 국제진료센터와 외국인 환자에 특화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해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1000병상 1인실 체계는 마곡지구 제2병원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든다. 실제 조영주 이화의료원 기조실장은 국제병원만으로는 부족한 차별화 전략을 세우기 위해 전 병실 1인실 체계를 고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인 레플즈병원은 창이국제공항에서 20분 거리에 있고, 4~6인실 병상도 10% 미만이다.
태국의 범룽랏병원과 매일 1200여명의 외국인 외래 환자가 다녀가는 방콕국제병원도 1인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화의료원은 1000병상 중 700병상은 상급병실료를 받지 않는 일반실로, 나머지 300병상은 특실이나 VIP실로 운영할 계획이다. 일반실은 16㎡(5평) 정도로 구성되며 샤워실, 화장실 등이 있고, 나머지 300병상은 일반실의 2~3배 규모로 더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이화의료원은 이를 통해 병원 내 감염과 환자 사생활 침해를 방지해 ‘안전한 병원’의 또 다른 기준을 만들어 위상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중증질환 특성화는 마곡지구 제2병원과 이대목동병원 사이 선을 그어주는 중요한 기준선이다. 마곡지구 제2병원은 그간 이화의료원의 성장 동력이었던 여성질환 중심 이미지를 벗고 심내혈관질환, 암 등 고난도 중증질환특성화에 초점을 맞춘다.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새로운 옷을 입는 것이다. 마곡지구 제2병원은 응급진료센터 바로 위층에 심혈관센터와 뇌졸중센터, 중환자실이 위치하도록 설계하는 등 중증질환 치료에 있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암전문치료센터, 장기이식센터, 중증외상센터 운영으로 성장 잠재력을 키울 계획이다.
6000억이 투입될 마곡지구 제2병원은 마스터플랜에 따라 내년까지 기본 및 실시 설계를 마치고 시공사를 선정,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2017년 후반기에는 전체면적 약 33,360㎡(1만0191평)의 규모의 병원과 약 10,000㎡(3000평)의 의과대학이 들어설 계획이다.
새롭게 그리고 있는 환자중심병원
이화의료원의 이 같은 결단은 126년 역사에 더해 동대문병원을 흡수·통합하며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던 경영 효율화의 결과물이다. 즉, 환자중심병원이 가장 확실한 장기적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화의료원은 환자중심병원을 기치로 내세우며 특히 감염 예방을 강조했다. 1인실 병실 체계로 감염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병원 내 감염과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이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지난 10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 내에서 침, 가래 등 혈액 외에 병원체 보유자로 인한 슈퍼박테리아 감염률은 1000명 당 평균 1.82명에 이른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는 지난 2011년 입원 환자의 5∼10%에서 의료 관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상급병실료 개선안으로 다인실 체계의 확대를 주문했다. 상급종합병원에 국한해 일반병상 비율을 현행 50%에서 75% 이상 확보하는 1안과 일반병상 기준을 종별로 2~4인실까지 확대해 모든 병원의 일반병상 비율을 80% 이상 확보하는 2안이 그것이다.
이순남 의료원장은 “감염 문제, 사생활 침해 등 기존 다인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자들의 고충을 알면서 단순한 비용 절감 때문에 다인실을 짓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정부 정책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고려의대 감염내과) 역시 “의료 수준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감염 등 환자안전 측면에서 보면 다인실 확충은 시대에 역행한다”라고 평했다.
그는 “환경오염, 노인환자, 암환자 증가 등으로 감염에 취약한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회용 장갑, 손소독제 등 감염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대안 없이 감염관리를 철저하게 하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실제 다인실과 1인실 감염관리 시스템은 큰 차이를 보인다. 세계보건기구는 병원 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무려 120쪽이 넘는 손 씻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실제로 1인 병실인 존스홉킨스 병원의 중환자실에서는 병실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이용해 손 씻기 규칙을 만들었다. 복잡한 규칙 대신 병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손을 씻으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가장 큰 이점은 의료진 입장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헌재 존스홉킨스 환자안전 분야 연구원은 “존스홉킨스에서는 의료진, 방문객 등 누구든 병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무조건 손을 씻으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천을 돕기 위해 병실 입구 바닥에는 빨간 선이 그어져 있으며 일부에서는 병실 문을 지날 때마다 스피커에서 ‘손 씻었죠? 우리 환자를 지켜줘서 고마워요’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오기도 한다”며 감염으로부터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청사진 발표 후 쏟아진 우려들
이화의료원이 청사진을 발표하자 병원 경영에 일가견이 있는 많은 전문가는 계산기부터 꺼내 들었다. 이어 병실료, 인건비, 건축비 등을 두드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떤 이는 2008년 통폐합된 동대문병원을 이대목동병원의 미래라고 내다봤다. 이화의료원으로서는 혹평 중의 혹평을 받은 셈이다.
사실, 전 병상이 1인실로 운영될 경우 건축비와 관리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1인실로 구성할 경우 다인실의 경우보다 2배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한 기조실장은 “같은 공간에 병실 수가 적어지니 경영상 좋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의료수가만 원가에 맞게 해주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일 수 있겠지만 지금 의료정책으로서는 경영에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인력 역시 더 많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화의료원은 간호등급제 1등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간호사 1인당 2병상을 담당하기 위해 많은 수의 간호인력 보강은 필수적이다.
전 병상 1인실 체계에 우려를 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꼬집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현재의 의료체계에서도 내기 어려운 수익을 다인실 요금만 받고 이 같은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서울 소재 다른 대학병원의 기조실장 역시 수입보전 방법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부대사업이라는 것은 장례식장, 주차장, 지하에 식당을 말하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는 시장성의 한계가 있어 수입을 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연구능력을 높여 특허를 비싼 값에 팔거나 상품화하겠다는 안은 의료기관의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단시간 내에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아니다”라며 수입 다각화의 현실적 어려움을 짚었다.
보건의료행정 전문가의 견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상급병실료는 6인실 병실료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워낙 높게 책정돼 있다. 이 때문에 1인실 원가는 상급병실료 보다는 낮을 것이다. 그럼에도 1인실과 일반실의 차이가 20만원 이상 날 텐데 그 비용을 병원이 떠안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급여 등을 통해 환자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순남 이화의료원장은 “새 병원을 지으면서 경영 실적 및 성과 보다는 진정한 ‘환자를 위한 병원’은 어떤 모습일까를 먼저 고민했다”며 논쟁을 일축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따지기보다 의료기관 본연의 기능인 환자 치유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제2병원 성패 좌우할 수익보전 방법 현실화가 관건
이화의료원은 마곡지구 제2병원을 소개하며 외국인 환자 유치, 연구 특허를 통한 산업화 등 수입보전 계획도 함께 전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는 이화의료원이 아직 이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과 더불어 이화의료원뿐 아니라 한국 의료계가 아직 이 같은 역량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 ‘뜬구름 잡기’로 보이는 수입보전 방법을 이화의료원이 어떻게 현실화하느냐가 마곡지구 제2병원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수입보전 방식의 다각화는 이화의료원이 펼치는 또 다른 파격실험인 셈이다. 이화의료원의 이 실험은 마곡지구 개원 예정인 2017년이 아닌 2014년, 지금 역시 진행 중이다.
이화의료원은 전 병실 1인실 체계가 국제병원의 경쟁력을 더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수입보전도 외국인 환자를 통해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화의료원은 이대목동병원이 MOU를 맺은 국가와의 관계 활성화 등을 통해 300병상의 20%를 외국인 환자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화의료원은 백남선 여성암병원장을 필두로 세계 각지를 다니며 한국 의료를 알리는 한편, 네트워크 형성에 나서고 있다. 국제병원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그중 몽골, 중국, 캄보디아 등에 위치한 병원과 MOU를 체결, 꾸준히 스킨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 덕에 연 연간 1만여 명의 외국인 환자가 이화의료원에는 찾고 있다.
아울러 2014년에는 ‘외국인 환자 우선 진료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국가별 외국어가 가능한 코디네이터를 통해 1:1 맞춤 서비스를 제공, 본격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공략할 예정이다.
연구를 통한 의료산업화 역시 이화의료원이 제시한 선진화된 수입보전 주요 방법 중 하나다. 이화의료원은 이화융합연구원 육성을 통해 연구역량을 극대화해 의료 신기술과 특허 등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예정이다.
또한 현 이대목동병원 부지에 있는 의과대학을 마곡부지 새 병원으로 이전해 특성화와 연계한 산·학·연 공동연구로 의료 역량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연구를 통한 의료산업화는 연구중심병원을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이 나아가야 할 길로 주목받고 있다. 의료 발전을 꾀한다는 명분과 산업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야는 이화의료원 뿐 아니라 한국 의료계에서도 아직 무르익지 못한 수익창출 방안이다. 2013년에야 연구중심병원 선정이 이뤄졌고, 이화의료원은 선정되지 못하는 고배를 마셔야했다. 소위 Big 5 병원 중에서도 세브란스병원 정도가 2012년 의료계 최초로 특허박람회를 개최하고, 대한민국 의료산업화 화두를 던진 정도다.
그 외 이화의료원 편의시설 운영 등 부대시설 확대, 국제적 수준의 프리미엄 검진, 높은 병상 가동률 등 의료수익 외 사업의 극대화로 수입을 보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순남 의료원장은 “이화의료원의 이러한 시도가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렵지 않겠느냐 하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환자를 위해서도, 의료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도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리더로서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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