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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의사들 외면 속 외과계 이끄는 女전사
열정·사명감으로 무장한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
[ 2014년 01월 14일 11시 38분 ]

[기획 1]의대생 중 여학생 비율이 30%를 훌쩍 넘어선지 이미 오래고, 업무가 너무 힘들어 기피과로 꼽히는 외과, 산부인과 등에서도 여자 전공의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의료계에 이 같은 여풍(女風)이 불기까지는 여자 의대생들의 롤 모델이자, 여자 전공의들의 중추역할을 하는 젊은 여교수들이 있었다. 이 젊은 여교수들의 공통된 점은 하나같이 “여자라서 힘들었다”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여자이기 이전에 의사로서 수련에 임했고, 환자를 대했다”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비뇨기과, 안과, 심장혈관외과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쌓으며 활약하고 있는 젊은 여의사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이대목동병원 윤하나 교수 이름 뒤에는 언제나 ‘국내 비뇨기과 1호 여의사’란 호칭이 따라붙는다.

 

그가 1999년 비뇨기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여의사 중 비뇨기과를 전공하겠다고 나선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금녀의 영역인 비뇨기과에 그가 발을 들인 이유에는 ‘도전’ 의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비뇨기과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컸다.

 

윤하나 교수는 “비뇨기과는 외과계통이지만 무조건 수술을 해야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약물도 잘 써야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환자진료에도 그가 여의사란 점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윤 교수는 “아파서 병원에 온 환자들은 자기를 잘 치료해 줄 의사를 찾는다”며 “의사로서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편견을 갖겠지만, 처음부터 여의사라서 치료를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윤 교수는 “말투와 행동들에서 ‘여자’가 아닌 ‘의사’로 보이기 위해 신경을 쓴 면도 있다”며 “여의사라서 증상을 말하기 쑥스러워하는 환자에게 ‘나는 여자가 아니라, 의사로 여기 앉아있는 것’이라고 터프하게 다가갔다”고 밝혔다.

 

비뇨기과 1호 여의사 걸맞게 배뇨·성기능 장애 등 SCI 논문 다수 발표


윤 교수는 ‘국내 비뇨기과 1호 여의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여성 배뇨장애 및 성기능 장애 분야에서 다수의 SCI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중에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호응하는 성적 자극이 다르다’는 통념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이끌어 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내용도 있다. 해당 연구는 여성과 남성에게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포르노, 분위기 및 스토리가 있는 포르노 등을 보여주고 뇌 활성도를 비교분석한 것이다.


윤 교수는 “남성을 흥분시키는 단추가 1개라면, 여성은 단추가 여러 개라 A~Z까지 모두 만족이 돼야 흥분을 느낄 수 있다”며 “성기능장애를 진단하는 툴이 현재는 남녀구별 없이 만들어져 있는데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흥분을 느끼는지는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남성이 선호하는 포르노를 보여주고 여성이 흥분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응이 없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윤 교수는 ‘방광 및 골반재활 클리닉’, ‘여성성기능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클리닉’이라는 이름을 붙인 까닭은 배뇨질환과 성기능 장애 역시 수술 또는 물리치료와 같이 기계를 이용한 운동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윤 교수는 “남성성기능 장애는 외국에서 상상도 못할 수준의 치료법들이 나오고 있는 반면 여성성기능 장애는 걸음마에서 한 발 정도 더 나간 수준”이라며 “교수님 권유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독 환자 스스로도 성기능장애와 관련해서는 개인의 문제인지, 질환인지, 치료가 가능한 것인지 등 혼자 끙끙 앓거나, 지인들 간 정보교류에 멈춰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윤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가 ‘성’에 좀 더 무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간지의 ‘윤하나 교수, 진료실 속의 성이야기’ 칼럼 연재 및 ‘넌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내가 훔쳐보는 거울 속의 나’ 등 청소년과 성인의 성교육 책을 펴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일단 언론에 성기능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노출이 되면 숨어서 고민하던 환자들이 병원에 오곤 한다”며 “비뇨기과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교수는 환자들의 ‘비뇨기과는 남성의 성 질환을 다루는 곳’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방법으로 여의사들의 활발한 진출도 중요한 요소라 보고 있다.


그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학병원 어느 곳을 가도 여자 비뇨기과 레지던트가 연차별로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내가 국내 첫 비뇨기과 여의사 타이틀을 달 때 이미 100여명에 달하는 여의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국내 비뇨기과 여의사는 30여명으로 금녀의 구역이란 인식은 깨졌지만 여전히 남자의사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윤 교수는 “현재 비뇨기과는 전공의 모집에서 미달 사태를 겪는 등 위기에 처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비뇨기과를 선택하는 전공의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70대 넘는 환자도 배뇨장애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온다. 특히 비뇨기과 여의사는 5년만 지나도 개업을 하든 봉직의가 되든 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애란기자 aer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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