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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아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서약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내용으로 의사는 의료법상 최선의 환자 진료를 행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또 정교하고 양심적인 진료를 통해 환자 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할 사회도덕적 의무도 지니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양손에 쥐고 있는 의사에게 최선진료와 효율적인 적정진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만 않은 일이다. 하지만 청운의 꿈을 품고 청진기를 든 대다수 의사라면 경제부담이 적게 환자 최우선 진료에 힘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의사들이 경직된 급여기준으로 인해 송사에 휘말리게 된 현실에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환자를 하루라도 더 빨리 일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시행한 급여 초과 진료가 진료비 환불 등 행정처분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기 때문이다.[편집자주]
임의비급여와 과다본인부담금 논란으로 장기간 몸살을 앓아온 의료계는 여전히 '환자최선진료VS과잉진료'라는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법정 소송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최근 여의도성모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6년간의 임의비급여 소송에서 패소하는 판결이 내려진데다 산부인과의 NST(산전 태아 태동검사) 역시 과잉진료 판정을 받으며 행정소송에서 졌다. 여의도성모병원과 산부인과 의사회는 사건을 대법원까지 가져가며 장기간 소송에도 패소하자 상당한 행정력, 소송비용 낭비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두 사건은 생사 분초를 다투는 백혈병 환자들의 치료나 산모와 태아 검진에 기본이 되는 검사들이 불법진료 판정을 받아 파장이 컸다. 또 사법부가 급여기준초과진료를 절대 불허하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의사와 병원들이 행정처분을 피하려 방어진료를 시행하게 되는 역기능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사법부 판결의 골자는 임의비급여, 산전 태아 검사 모두 의료진이 환자에게서 검사 시행 및 진료비 환자 부담에 대한 내용에 동의를 받았는지 아닌지 여부다. 이로써 각 병원 및 의사들은 임의비급여 시행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분명한 환자 동의를 기록물 형태로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
여의도성모병원은 지난 2006년경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의 진료과정에서 급여기준을 넘어서는 치료재료 등을 사용한 뒤 그 비용을 환자에 부담시켰다가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패소로 수 백억대 과징금 및 환불 처분이 결정됐지만 여의도성모병원은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 진료였다”라며 6년 이상 항소를 이어갔다.
결국 대법원은 병원의 급여 위반 진료에 대해 *환자 치료 시급성 *의학적 안전성 *진료에 대한 환자의 분명한 동의 등 세가지 항목을 충족시킨 경우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급여 초과 진료를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임의비급여 소송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시급성과 안전성에 대해서는 사법부-병원-환자 간 이견이 없었지만 환자의 명확한 동의에 대해서는 병원이 모든 동의 기록을 입증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의도성모병원은 “백혈병환자 임의비급여 진료당시에는 요양급여 절차가 완비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환자 목숨을 살리려 땀흘린 병원에 환자치료 동의목록을 일일히 입증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현재 수십 건의 소송이 대법원, 고등법원, 행정법원 등에서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가장 최근 이슈는 지난 10월 선고된 여의도성모병원과 심평원 간 과다본인부담금 취소소송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여의도성모병원이 백혈병치료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 진료를 시행할 당시에는 치료의 심각성, 시급성에 의해 심평원의 요양급여 결정 등 절차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급여기준을 초과해 환자를 치료할 의학적 타당성 및 치료 시급성이 인정되는데도 당시 이 비용을 환자 충당 혹은 보험 부담할 수 있는 실효적인 급여법이 부재했다”고 지적해 병원의 일부 승소를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임의비급여 진료 책임의 핵심인 ‘환자 동의 절차의 명확성’에 대한 법원 입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병원이 분명한 정보제공을 통한 수진자 승낙이 필수적이 라는 것이다.
여의도성모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법원은 병원에 백혈병 치료시 환자에 대한 조혈모세포 이식과 약제 처방 동의 등을 모두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선 의료현장에서 이를 매 건마다 동의받기란 불가능하다"며 “백혈병의 경우 질환 심각성, 진행 정도 등에 따라 약제 사용, 투여량 등이 모두 다른데 무작정 병원이 이를 입증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소송이 시작된 2006년에는 병원의 비급여 자체가 허용이 안되는 상황에서 환자를 치료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 목숨을 담보로 비급여 진료 기록 등을 일일히 남길 수 있었겠느냐”며 “소송에 휘말린 뒤부터는 임의비급여를 가급적 발생시키지 않으려 방어진료를 하게 됐다”고 피력했다.
또 "환자 최선진료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건강보험법, 심평원 기준이 의사들의 교과서는 아니다”라며 “급여대로 치료했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의료분쟁이 발발하므로 병원측은 갈팡질팡 진료를 시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성모병원은 임의비급여 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병원 명예에 큰 실추를 가져왔다. 병원 관계자는 “끝없는 항소를 통해 일부 억울함을 인정받았지만 한 번 잃어버린 명예를 다시 되찾기란 역부족”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산부인과 NST(산전 태아 비자극검사) 소송
NST소송은 산부인과 병의원이 산전 진찰 과정에서 관례적으로 태아 비자극검사를 시행하고 비급여로 비용을 받아 오던 중 산모들이 NST가 급여대상 인지에 대해 심평원에 확인요청을 하면서 발단이 됐다.
지난 2009년 시작된 소송은 2013년 현재까지 18건으로 37개 의료기관, 1546명 수진자, 청구금액이 1억2700만원에 달한다.
산모를 비급여 진료한 불법행위자로서 명예가 땅에 떨어지게 된 산과의사들은 “기초적인 산모 검사인 NST를 급여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심평원 상대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NST 비급여 진료를 위법으로 판시해 의사 패소를 선고했다.
임의비급여를 광범위하게 인정할 경우 건강보험제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게 사 법부의 판단이다. NST소송에서도 판결의 향배를 가른 것은 검사에 대한 산모(환자)의 명확한 동의 유무다.
법원 판결에 산부인과의사회는 “진단 목적상 인체 비침습적인 검사인데다 산모 진료를 위한 필수적인 검사인데도 환자에게 일일히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뱃속 애기가 잘 있는지, 상태가 나쁜지를 알기 위해 꼭 필요한 NST 검사인데 이를 위한 동의서를 필수사항으로 규정하는 것은 의료현실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태아 NST는 산모가 30분간 움직이지 않고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라며 “임의비급여 마다 특수성을 띠겠지만 환자진료로 바쁜 의사들에게 안전한 검사마저 설명하고 문서로 동의서를 받아내야 합법 진료로 인정한다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런 판결이 나게 되면 의사들은 방어진료, 소극적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산부인과 중 분만병원들은 그 타격이 더 크고 판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것을 감안할 때 복지부, 심평원 등 행정기관은 행정편의주의적 처분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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