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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愚公移山). 우공이라는 사람이 산을 옮기듯이 현실적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센 의지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결국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많이 인용된다.
“환자는 가장 나은 의료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의사는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신념으로 우공을 자처한 교수가 있다.
전루민 이대목동병원 안과 교수[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년 간 미국 듀크대 안센터에서 연수를 했다. 부분층 각막이식 분야가 발달한 곳에서 경험을 쌓기 위한 도전이었다.
부분층 각막이식은 병든 세포층만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환자의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하고 수술 후 환자의 시력을 최대화하며 합병증까지 줄일 수 있어 현재 많이 이뤄지고 있는 전층 각막이식 보다 효과적이다.
최근 10여 년 전부터 외국에서는 부분층 각막이식이 술기와 환자 치료 면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수술 건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각막 이식 인프라 조성 미흡 안타까워"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손 댈 수 없는 분야다. 기증 부족, 안은행(eye bank) 부재 등 각막이식에 필요한 인프라가 조성돼 있지 않은 탓이다.
수술법도 어려워 도입 단계에서는 실패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각막이 없다. 즉, 재수술 시 각막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숙련’에 필요한 재원이 제공되지 않는 것이다.
해외 안은행에서 사오는 300~400만원의 각막 비용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의사는 환자에게 부분층 각막 이식을 권유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더 나은 의료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를 부여잡은 의사 중 한 명이 바로 전루민 교수다. 그를 우공이라 표현한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당장은 어렵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대학병원 의사라면 부분층 각막이식으로 옮겨 가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나부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지난 1년간의 시간을 풀어놨다.
그가 연수를 통해 배운 것은 부분층 각막이식과 관련된 술기와 연구만이 아니었다. 그는 “선진화된 의료 뒤에는 그를 지탱하는 문화와 제도적 지원, 시스템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각막 기증 문화가 생활 깊숙이 뻗어있는 미국의 특징 때문인지 그는 연수를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로 안센터가 아닌 면허시험장을 꼽았다.
전 교수는 “면허시험장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각막이식으로 새 삶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홍보 비디오로 나오고 있었다. 각막 기증만을 주제로 한 비디오가 참 신기했다”며 각막기증을 활성화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더불어 그는 안은행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안은행은 기증된 안구에 대해 전신검사와 눈검사를 시행해 기증안구의 질 관리를 담당한다. 최근에는 필요한 부분층 각막이식에 대해 적절히 조각내 각막이 필요한 병원에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전 교수는 “한 대학병원에서 주당 10건 이상의 각막 이식이 이뤄지는데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게 참 부럽고 놀라웠다. 우리나라도 각막기증 활성화 노력과 더불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안은행 도입이 필요하다”라며 의사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그는 각막이식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며 우공과 함께 흙을 퍼 나르며 산을 옮겼던 그의 아들들처럼 한국 의료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인 정부와 국민들이 자신의 길을 함께해주길 요청했다. 한 발 먼저 나아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전 교수는 “부분층 각막이식을 공부하고 왔지만 의사 한 사람이, 의료계만 나서서 개선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기부 문화 및 안은행 등의 인프라, 의술이 조화를 이뤄야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