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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총파업 예고 속 환자들의 바람
안상호 대표(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 2014년 03월 16일 20시 00분 ]

처음엔 그냥 엄포로만 알았다. “우리 의사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렇게도 할 수 있어”라고 무섭게 협박하는 줄만 알았지 정말 실행에 옮길 줄은 몰랐다.

 

의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환자들의 생명이 뒤로 밀려도 될 만큼의 일로도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엄포로만 알았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의사총파업이다.

 

의협에서 보기 좋게 큼직하게 내세운 명분은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저지 그리고 건강보험제도 개혁’으로 더 많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며 의료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당장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중증환자들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잡지 말고 진료만큼은 멈추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고 있다. 과연 환자를 사지로 몰면서 까지 파업할 명분이 있는 것일까.

 

24일부터 6일 동안 동네의원이 문을 닫고, 중증질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수련병원에서 ‘주치의’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전공의가 환자 돌봄을 멈추고,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모여 있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필수진료인력까지 파업을 하겠다고 할 만큼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다. 

 

말 많은 원격진료는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피할 수 도 없을 뿐 더러 누려야 할 혜택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방법과 범위 등의 문제인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듬고 보완하면서 국민건강을 위해 준비를 해나가야 할 의료기술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환자를 사지로 모는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투쟁 방법을 선택할 만한 근거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보인다.

 

또한 의료영리화라고 부르는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은 의사가 진료 이외의 다른 일로 돈을 벌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결국 환자의 부담도 늘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다. 백번 맞는 이야기이고 우리 환자들도 절대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이 어떠한가. 의료의 지나친 상업화로 동네 의원만 가도 형형색색의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몇 회를 하면 얼마가 할인’이라는 안내문에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병원에게 다른 돈벌이 창구를 만들어 주며 환자들을 압박해 돈벌이를 하라는데 도리어 환자들을 볼모로 잡고 사지로 모는 파업을 하겠다니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한단 말인가.

 

의협에서 말하는 잘못된 건강보험제도 개혁은 결국 수가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이 수가가 잘못돼 병원의 경영도 어렵고 의사도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국민의 상식으로는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파업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반응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반대하는 입장이든 찬성하는 입장이든 모두 공통적으로 “모든 걸 다 가진 부족함 없는 의사들이...”라는 부연 설명이 붙어 있는걸 보면 일반 국민들의 의사에 대한 인식을 쉽게 알 수 있다.

 

만일 의사의 수익과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죽도록 고생해서 의대로 몰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방에 있는 의대까지 채워진 후에야 서울대 공대가 채워진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현실을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응급의학과라던지 흉부외과 등 특정과나 행위 등에 잘못 책정된 수가로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은 있다. 이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되 이때에도 파업과 같이 아무 잘못도 없는 환자들을 사지로 모는 방법이 아니라 국민과 환자들을 같은 편으로 끌어 들여 대국민 캠페인이나 서명운동, 가두행진 등을 통해 얻어내야 할 것이다.

 

의사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식코’라는 영화로 접했던 의료민영화인 것으로 받아들이며 공포에 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통해 접한 의료민영화는 정확하게는 의료보험의 민영화를 말하며 우리나라는 당연지정제를 통해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보험혜택을 똑같이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마지막으로 국민과 의협 그리고 정부에 부탁한다. 평소에 병원에 갈 일이 없었던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만 만약 앞으로 예고된 의사총파업 기간에 본인 또는 가족들이 사고로 다친다면 피눈물 흘릴 간절한 본인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국민들이 두려워하는 의료민영화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굳건히 지켜나갈 것과 예고된 의사총파업을 철회할 것을 의협에 부탁한다. 정부에도 원격진료와 영리자법인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말고 의료공급자단체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추진할 것을 당부한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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