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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난 2월 27일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취소 소송 상고심(대법원 제2부)에서 의료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선고한 원심 5건을 확정(의료기관 상고 기각)하고, 의료기관의 손해배상책임을 상대적으로 낮게 선고한 원심 2건에 대해서는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처방전을 발급했다면 이는 보험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서 보험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전제하면서, 요양급여 기준 위반의 처방전 발행 책임을 80%로 선고한 사건들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 이념에 비춰 정당한 판결"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의료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80% 보다 낮게 선고한 건에 대해서는 "유사사건과의 형평상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오랜 기간 진행돼온 원외처방 약제비 관련 소송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 동안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위법성 여부, 손해배상의 범위, 손해배상액의 분담 비율에 관해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졌다. 또 일부 의료기관이 공단부담금에 대해 낮은 책임 비율을 선고 받자 여타의 의료기관들은 대법원에서 이와 같은 맥락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상고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현재 남아있는 소송의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건강보험공단이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의 근거로 삼은 것은 민법 제750조이다.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의 내용을 정한 규정인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명시돼있다.
따라서 손해 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①고의 또는 과실의 가해행위, ②위법성, ③손해의 발생, ④가해행위와 손해사이의 인과관계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본 사안에서 대법원은 요양급여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벗어난 처방을 했다면 의료기관은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에게 약제비를 과다 지급하게 하는 손해를 끼친 위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했다. 의료기관에게 80%의 책임을 지운 것이다.
민법 제750조는 민사소송에서 많이 쓰이는 조문이며, 병원 또는 의사와 환자와의 의료소송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러나 그 규정 형식이나 내용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본 조의 적용과 해석을 두고 수많은 논문과 판례들이 쌓여있다.
법리적인 해석으로는 대법원 판결이 타당할지라도,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기 위해 약을 처방한 경우 요양급여기준에 벗어난 것을 이유로 위법하다고 보는 것에 대해 의료기관이나 의사들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은 있다.
나아가 기준을 위반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지라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전제 아래 의료기관, 건강보험공단, 약국, 환자의 4각 관계에서 의료기관이 원외처방 발행으로 인해 실질적 이득을 얻은 바 없다고 인정하면서 80%의 책임을 지게 한 결과는 의료기관에게 과도한 부담이 아닌지, 아쉬움은 남는 것 같다.
비영리라는 대전제 아래 그리고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가치의 온전한 추구를 위해 의료계는 여타의 산업에 비해 각종 규제가 많다. 동시에 입법의 흠결도 많다. 이번 소송에서도 환수를 위한 법적 근거의 미비를 민사소송으로 대체한 셈이다.
모든 것을 다 법령에 규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거나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영역에는 보다 세심한 입법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분쟁 당사자 모두를 보다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