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여름 국내 대기업 계열 제약사 내부적으로 신제품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 임상개발팀의 김은지 팀장(부장)[사진]이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풍경이다. 당시 어떤 성분으로 당뇨복합제를 만들지 계획을 수립하던 단계였다. 결국 국내 최초 새로운 복합형태의 당뇨치료제 개발이 시작되면서 5~6년이 지났고 그 결실로 보그메트(성분 보글리보스+메트포민)가 올 초 탄생했다. CJ제일제당의 자체 개발 작품이기에 김은지 팀장의 애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주요 대학병원들에 코드가 잡히면서 그의 심장은 더욱 바쁘게 뛰었다. 얼마 전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수여하는 우수연구자상을 받기도 했다. 고민에서 시작된 아이템이 마침내 개발, 성공된 보그메트는 이제 본격적으로 처방시장 출발선에 올랐다. 김은지 팀장을 만나 그 동안의 약제 연구 과정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보그메트, 동고동락 5년여 결실 성과"
보그메트는 ‘메트포민’과 알파글루코시다제 계열 ‘보글리보스’ 복합성분의 당뇨 개량신약이다. 세계 최초 성분 매칭의 보그메트는 당화혈색소(HbA1C) 수치 감소 효과와 함께 약 크기를 줄여 복약순응도 역시 높였다. 아울러 저혈당과 식욕저하 등의 단점도 보완시켰다.
특히 이당류의 단당류 분해 억제 기전을 갖기 때문에 초기 당뇨환자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특장점 등을 무기로 금년 1월 전격 출시됐다.
2008년 12월 31일 종무식 직전 개발 결정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 임상개발팀 김은지 팀장은 지난 2008년 6월 CJ에 입사했다. 이전에도 국내 유명 제약사들의 임상파트에서 근무하며 내실을 다져왔던 그는 입사 당시 회사의 개량신약 개발 고민 단계에 합류했다.
김 팀장은 “당시 마케팅부에서 기존 약제 베이슨(성분 보글리보스)의 시장 확대 목표를 세웠다. 베이슨은 메트포민 성분과 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약제 특성상 초기 당뇨 환자들에게 적합한 약제 개발과 관련, 내부적으로 회의가 지속됐다”고 개발 초기 단계를 설명했다.
결국 회사는 지난 2008년 12월 31일, 6개월이란 긴 고민과 논의 시간을 끝내고 보글리보스와 메트포민을 복합한 개량신약을 개발키로 결정했다.
이미 보글리보스와 메트포민 약제의 병용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비임상은 면제됐다. 2009년 5월부터 임상1상을 1년 동안 진행하고 2011년 3월 임상3상을 시작했다.
“보글리보스·메트포민 두 성분 위장관 부작용 이슈…용량 조절로 해결”
보글리보스와 메트포민 두 성분은 모두 위장관 부작용(GI trouble)이 있던 터라 복합제의 경우 이 같은 측면이 자칫 부각되는 것은 아닌지 대책이 필요했다.
특히 모든 임상 피험자가 입원해 약물을 투여하는 임상1상에서 약제 최고 용량으로 시험을 진행했기 때문에 이상반응 빈도가 조금 있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남은 임상은 이러한 이상반응을 줄여나가는 것이 관건이었다. 회사는 임상3상에서 저용량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디자인을 구성했다.
보그메트의 용량은 두 가지다. 첫 번째의 경우 보글리보스 0.2mg과 메트포민 250mg, 그리고 두 번째는 보글리보스 0.3mg과 메트포민 500mg이다.
임상3상은 이 중 첫 번째인 저용량으로 시작했다. 복용 이후 혈당 조절이 안 될 경우 용량을 늘렸다. 결국 임상1상에서 나타났던 위장관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임상 3상에서 메트포민 단독 투여군보다 보그메트군에서 설사와 심한 위장관 부작용 빈도가 훨씬 적게 관찰됐다.
김은지 팀장은 “일본 사례를 살펴봤더니 메트포민 250mg 용량으로도 당화혈색소가 감소하는 결과가 있었다. 이 점을 착안해 임상 3상을 용량별로 디자인했다. 저용량부터 투약한 후 혈당 조절이 없는 경우에만 용량을 올렸더니 위장관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그매트는 2011년 7월 투약 완료로 임상3상을 마친 뒤, 2011년 12월 신약 신청 이후 요양급여 변경 등에 따른 시점과 맞물리면서 올해 초 출시됐다.
이는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 연구소와 분석·제제·임상팀 그리고 통계팀 등 모두 40명에 가까운 인력이 5년 동안 이뤄낸 결실이다.
"보그매트, 차세대 블록버스터 약제 성장 기대"
현재 메트포민과의 병용요법은 당화혈색소 7.5% 이상일 경우 1차 치료제로 보험적용이 가능하다.
보그메트는 임상결과 당화혈색소 6.5% 미만이나 7% 미만 수치 도달율이 50~80%였다. 이 수치가 30~50% 정도인 메트포민 단독요법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러한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와 함께 저혈당, 식욕저하 등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당뇨치료 옵션 확대에 나섰다.
김은지 팀장은 “보그메트는 제2형 당뇨병 중에서도 인슐린저항성(A타입)과 인슐린 분비 저하(B타입) 모두에 타깃이 되는 치료제다. 체내 이자를 자극하는 약제가 아닌 이당류를 단당류로 분해하는 것을 억제해 초기 당뇨 환자에 있어 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어 “CJ의 ‘only one' 경영 철학처럼 보그메트는 최초 성분 복합제로 차별성을 띤다. 두 성분의 시너지와 함께 저렴한 약가 그리고 기존 메트포민 제제에 비해 작아진 제형으로 복용 순응도까지 갖췄다. 향후 차세대 블록버스터급 약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 2월말 신약개발연구조합으로부터 ‘신약개발연구우수자상’을 수상한 김은지 팀장은 “임상연구 교수님들과 많은 부서의 팀원들이 도움을 줬다. 5년 동안 열심히 연구한 일이 빛을 보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앞으로도 임상관련 연구에 꾸준히 매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