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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중순 나는 생명나눔 활성화 유공자에 선정되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2012년에도 유공자로 추천하겠다는 것을 거절했는데 그 이유는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인데 이 일로 내가 상을 받는 것이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재차 유공자 추천 제의가 왔을 때는 수상을 수락했는데, 이는 수상을 통해 장기기증 활성화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나는 20년 넘게 중환자실에 근무하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를 나의 천직으로 알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중환자실에는 간암이나 간경화로 인한 간부전 말기환자들이 간이식을 기다리면서 이식대기 등록을 하고 2주간이라는 짦은 유예기간을 받아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곤 한다.
그 짧은 2주 안에 운이 좋으면, 어디에선가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뇌사자가 발생해 간이식을 기다리던 그 환자는 간이식을 받고 새 생명을 얻어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2주안에 간이식을 못하게 되면 그 환자는 결국 사망하게 된다. 그 상황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의사들에게는 너무나 안타까운 순간이다.
어느 날은 같은 혈액형을 가진 간이식 대기 환자가 이틀 간격으로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다. 그러나 2주 동안 간이식을 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은 없었고,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 오후까지도 소식이 없어 중환자실의 모든 의료진은 ‘두 사람을 다 저세상으로 보내야 하나’ 하면서 절망하고 있을 즈음에 이식할 수 있는 간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왔다.
그러나 첫 번째 환자는 먼저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대기는 하였지만 이미 대기 기간이 지났으므로 간이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첫 번째 환자는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저 세상으로 떠났다.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환자는 입원대기 마지막 날에 아슬아슬하게 운이 좋아 간이식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중환자실에서는 하루 이틀 사이로 이런 얄궂은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진다. 이를 목격할 때마다 나는 내 능력이 되는 한, 한명의 뇌사자라도 더 찾아내서 꺼져가는 촛불에 불을 지펴 억울하게 죽는 사람을 없게 하고자 하는 생각뿐이었다.
만약 그러한 환자들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스페인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 병원에 입원했다면 당연히 간이식을 받고 새 생명을 얻어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은 뇌사자 장기 기증률이 우리나라의 4배이고 미국 또한 3배로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뇌사자 장기기증에 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예전 보다는 뇌사자가 발생할 때 장기기증을 많이 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의 신체 일부가 비록 딴 사람의 몸에 가 있지만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 어디에선가 같이 숨 쉬고 있으며, 저 멀리 저 세상으로 아주 간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정부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매스컴을 통해 홍보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권투 선수인 고 최요삼 선수의 장기기증과 김수환 추기경 선종시 “내 장기 중 기증할 수 있는 것은 다 기증해 달라”는 말과 함께 장기기증에 서명하시는 등 여러 유명인들의 장기기증으로 사람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뇌사자 장기기증은 비록 한 생명은 안타깝게 저 세상으로 떠나지만, 말기 질환으로 장기이식이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일이다. 장기기증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며 희망이다. 사람이 죽어서 할 수 있는 숭고한 일이며 또 하나의 시작인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