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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대략 15년 후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또 그 시대 의사에겐 무엇이 요구될까.
요즘 의과대학이나 의전원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목표를 정하는 것에 대해 '졸업성과'라는 표현을 쓴다.
무엇을 알아야 한다, 배워야 한다는 표현을 넘어 어떤 것을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표현한다.
교육내용도 의학지식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서 어떤 상황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까지 요구된다.
지금 의예과에 입학한 2014 학번은 방심하지만 않으면 2020년 2월 의사면허가 나온다. 남자는 군대 3년, 전공의 4~5년, 때로는 펠로우(임상강사) 1-2년 합해 10년 정도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그럼 2030년이 된다.
이 학생들이 의사로 활약할 2030년에 우리나라 의사에겐 무엇이 요구될까. 지금처럼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 상담하고 필요한 검사 하고 진단하고 약물 처방하고 수술하고. 이러한 진료행위는 여전히 유효할까.
테크놀로지가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발전하고, 어느 범위까지 진료영역에 들어오게 될 지 상상하기 어렵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인 화상진료, 원격모니터링 같은 것도 도입에 삐그덕 거리는 상황이지만 변화는 아주 순식간에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의사와 환자가 웬만해선 직접 만나지 않고, 심지어 환자는 집이나 회사 사무실에서 진료를 받게 될 수 있다. 즉, 화상시스템을 켜고 접속하면 의사가 나오고, 궁금한 걸 상담하고 필요하면 검사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검사가 필요하다면 동네마다 있는 검사센터에 가서 채혈이나 소변을 통해 엑스레이 검사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생체리듬은 이미 실시간으로 개인 정보 창고에 보관될 것이며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 신체 상태가 모니터링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상담을 해 주는 의사가 꼭 사람이어야 하는가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상병원’에 있는 슈퍼 컴퓨터가 기본적인 상담을 해줄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쉽게 컴퓨터로 그런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의사가 직접 만져봐야 한다고 느껴지는 경우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해당 전문병원의 의사에게 예약이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 의사를 만나는 것조차 원격으로 가능할 것이며 필요하면 미리 처방한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왔을 때 방문하게 될 수 있다. 의사는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최선의 치료 방침을 정하고 환자를 만났을 때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된다.
만성질환은 치료보다는 예방을 중심으로 교육과 상담, 모니터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주 업무는 바로 병의 ‘전단계’에서 환자를 설득하는 일, 예를 들면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교육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어디까지가 전산화되고 컴퓨터에게 넘어갈 지 상상은 되지 않지만 의사를 중심으로 때론 의사없이 건강관리센터가 동네 곳곳에 생기고, 거기엔 간호사, 영양사, 운동치료사 등이 있고 헬스클럽이 바로 옆에 있는 구조일 수 있다.
지금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수술도 로봇 도움을 받고 하게 되면 원격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의사는 수술 여부를 결정해주고 나면 실제 수술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로봇이 담당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막 의예과 1학년에 입학한, 아니 2~3년후쯤 입학해 2030년에 의사생활을 하게 될 학생들은 어떻게 교육받아야 할까. 적어도 지금 2010년대 필요한 의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가장 확실한 것은 그 시대 어떤 모습일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측이 어려운 미래를 상상해서 교육을 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게 필수적일 것이다. 의학지식은 어쩌면 막 외우려 할 필요 없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컴퓨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컴퓨터에 의해 머리 속에 들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능력 즉, 문제해결 능력은 지식의 범위를 넘는 것이고 아마 쉽게 소유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쨌든 변화하는 의료환경을 그때 그때 잘 파악하고 필요한 기술을 터득해 나가는 자기학습능력이 가장 필요할 것이다.
분명 이런 능력은 강의나 시험, 특히 필기시험으로는 얻을 수 없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험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뜻이다. 실제 Problem-based learning (PBL) 방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교수들도 많다. 하지만 현재 가능한 방법이 그런 정도다.
사실 중요한 것은 진료의사에 대한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적어도 노인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만성질환이 늘어나면 파생되는 많은 질환을 담당하는 의사들이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15년 후면 매년 3000명씩 5만명의 의사가 늘어난다.
현재 10만명에 추가된 14~15만명이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데 의사가 그 만큼 필요한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필요한 의사의 유형이 지금과 많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질병의 종류가 바뀌면 그에 상응하는 의사들이 필요하다.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주치의가 필요하다면 적어도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더 많이 양성돼야 한다. 지금처럼 전문의 중심의 수련방식으로는 불필요한 의사를 양산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진료의사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 의료와 관련한 산업에 진출해서 활약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인재가 많이 양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사료된다.
하지만 지금의 의대, 의전원 교육이 획기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이러한 상상력을 갖고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의사들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어쩌면 의대, 의전원에서 가장 깊이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 이런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교수들은 과거 방식대로 교수생활을 하고 싶어하고, 학생교육에 있어서도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원한다.
2030년에 필요한 인재(의사)를 키우기 위한 교육에 관심이 많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커리큘럼을 고민해야 하겠지만, 교육을 정말 열심히 고민하는 교수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학생교육에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시급한 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