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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 원지동 이전이 11년 동안의 공전을 끝내고 한 걸음 내딛었다. 올해 16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으며 정부로부터 이전 확정 사인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진전에는 NMC는 물론이고 이전 확정을 통해 표심(慓心)을 사로잡으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숨어있다. 물론 그간 이전을 반대해온 측 역시 마찬가지다.
태생적으로 NMC은 정치적으로 많은 이해가 얽혀있다. 공공기관으로 등록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감독과 관리를 받고,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다.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아 행정부를 꾸리느냐에 따라 NMC의 의료원장 선임부터 운영 방향, 예산까지 영향을 받는다.
실제 2001년, 2003년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에는 이전 장소로 오송, 세종시가 떠올랐다. NMC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행정도시로 옮겨져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NMC 원지동 이전은 정치적 산물
NMC의 원지동 이전만 놓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의료원 이전은 출발부터 정치적 산물이었다.
NMC의 원지동 이전이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서울시와 복지부는 서울 지역 내 화장장이 필요했고, 2001년 서초구 원지동을 서울추모공원 부지로 선정했다.
대표적인 기피시설인 화장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서울시가 성난 주민들을 달래고자 내놓은 안(案)이 중구 소재 NMC를 서초구로 옮기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 시장은 새누리당 이명박 전(前) 대통령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화장장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 2007년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추모공원 건립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선고가 나오자 그제서야 주민들은 추모공원과 의료원 이전에 눈을 맞췄다.
그렇게 지지부진했던 NMC 원지동 이전을 재추진한 것은 바로 새누리당 오세훈 전(前) 서울시장이다. 서울시는 NMC와 2010년 원지동 이전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서초동에 의료원 이전 부지 6만9575㎡도 확보했다.
땅은 확보했지만 이전한 부지에 대한 계약금이 마련되지 않아 이전은 또 다시 미뤄졌다.
NMC가 원지동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현재 부지를 매각해 그 매각대금으로 이전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현 부지의 매각이 쉽지 않은 탓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에 봉착한 윤여규 NMC 의료원장은 부지 계약금과 기초 설계비 예산 반영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2012년, 복지부와 기재부를 설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던 윤 원장이 몸을 기댄 곳은 NMC 이전에 우호적인 정치권이었다.
그는 개인적인 국회 입맥을 통해 2012년 말, 국회의 2013년 예산 편성 시기 ‘쪽지 예산’ 반영을 시도한다. 그러다 예산 심의 마지막 단계인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탈락, 예산 반영에 실패했다.
한 NMC 관계자는 “당시 정부를 설득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행정적으로 밟아야 하는 절차도 많아 우선 NMC 이전에 우호적이고 의료원장과 연이 있는 인사를 찾아 국회 예산 반영을 추진했던 것이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2013년 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다.
중구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2013년 예산 심의 당시 복지부의 계속된 이전 추진과 새누리당의 쪽지예산 반영 등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의 공공의료시설 존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왔다”며 그 중심에 정 의원이 서 있음을 명확히 했다.
올해 국회 예산심의 때도 이전 비용을 반영시키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이 날을 세우며 대치했다. 정호준 의원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복지부는 정부 예산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던 NMC 이전 예산을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름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결국 여야 의견대립 속에 상임위 표결을 거치며 예산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해당 지역에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현 시설에 대한 대안도 없이 강남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굉장히 여유로운 계획”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결국 중구 공공의료서비스 대안 논란은 ‘복지부는 서울시와 함께 NMC 이전 후 을지로 일대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며 일단락 됐다.
예산 편성 후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구 현안에 적극적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의 역할이 상당했다.
그는 국회에서 이전 비용을 2014년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기재부 등을 설득, 적정성 검토를 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전에 대한 절차적 근거를 마련했다. 예산 편성에 실질적 힘이 있는 예결위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러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2013년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이다.
변수는 6·4 지방선거
변수는 6·4 지방선거다.
NMC 이전 비용이 예산에 편성되며 이전이 가시화 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또 누가 서울시장이 되는지에 따라 NMC 원지동 이전은 급물살을 타거나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복지부와 서울시는 NMC 이전 부지 공시지가 평가시점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전 부지를 사야하는 복지부는 부지가 확정된 2010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팔아야 하는 서울시에서는 현재 시점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점에 따라 공시지가가 3~4배 정도 차이가 난다. 협의 난항에 NMC 원지동 이전은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 역시 제 이해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선, 2012년 1월부터 추모공원이 가동되자 원지동 이전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새누리당 전익철 서초구청장은 중재안을 내놨다.
복지부에는 원지동 부지 우선 매각을, 서울시에는 토지 매입 비용에 금융 비용을 더한 금액으로 부지를 매각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그에게 NMC 원지동 이전은 정치적 시험대에 서야하는 위기이자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찾아온 기회였던 셈이다.
NMC 원지동 이전은 중구 의회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구의회 등 서울 도심권의 5개 자치구의회는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수차례 기자회견과 서울시 방문 등을 통해 이전계획 중단과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협의체에 참여한 지자체의회는 서울 중구의회(의장 박기재), 종로구의회(의장 김복동), 성동구의회(의장 윤종욱), 동대문구의회(의장 김용국), 성북구의회(의장 신재균)다. 이들 중 신재균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구의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중구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정호준 민주당 의원 역시 NMC 이전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며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 결정에 대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이전을 위해선 현 NMC 부지를 매각해야 하나 쉽지 않고, 매각하더라도 공공 의료용지로 사용돼야 한다는 서울시와 지역민의 의견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NMC 이전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만한 선거는 서울시장이다. 서울시가 부지와 중구 의료공백 대책 마련의 협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장은 민주당 박원순 시장이다. 서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 기치를 내걸고 있는 민주당 소속으로서, 중구 의료공백에 대한 명확한 대안 없이 이전 추진을 돕기 어렵다.
실제 NMC 내부에서는 서울시장이 오세훈 전 시장에서 박원순 시장으로 바뀌며 이전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한 NMC 관계자는 “아무래도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전 시장에 비해 NMC 원지동 이전에 적극적이지 않다. 사실 오세훈 시장이었다면 이전은 훨씬 빠르게 진행됐을 것이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반대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전임 시장들이 이미 이전을 약속했고, MOU까지 체결했다. 또한 NMC가 이전하지 않더라도 50년 가까이 된 노후화된 건물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자칫 역풍이 불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NMC에서는 숨을 죽이고 있다. 먼저 나서기보다는 각 당 서울시장 후보의 입장을 확인한 후 의견을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안팎의 압력 역시 NMC를 더욱 숨죽이게 한다.
윤여규 의료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섣불리 움직이면 정치적으로 말릴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다. 서울시장의 경우, 선거 돌입 전 각 후보들이 내놓은 NMC 관련 의견을 들을 것이다. 그 후 만나서 왜 이전을 해야 하는지 설명할 예정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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