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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한의사협회 보궐선거 중 이처럼 미묘한 분위기가 맴 돈 경우는 없었다. 의협 역사상 유례없는 ‘탄핵’ 사태의 그림자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나설 수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제38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5월12일 선거인명부 확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노환규 전 회장 불신임으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는 회장의 잔여 임기는 1년여다.
"모험 택했지만 현 위기 상황 극복 적임자"
그 가운데 현재까지 단독으로 공식 출마 선언을 한 박종훈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사진]가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박종훈 교수는 12일 “지금은 의협의 혼란을 수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만약 여러 후보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단일화도 생각하고 있다. 나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후보라고 판단된다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박 교수에게 이번 출마 선언은 ‘모험’과 같다.
10만 의사 조직을 이끌 회장에게 3년이라는 임기도 모자란 데 ‘1년짜리’ 회장은 상당한 부담감을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 상황은 어떠한가. 내부 분열은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고 개원가의 불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일각에서 대학에 몸 담고 있는 교수가 개원가 실정을 어떻게 알기에 의협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있냐는 날선 시각도 박 교수가 넘어야 할 큰 과제다.
"교수 前 봉직의 생활, 그에 앞서 2년 개원 등 개원가 사정 잘 알아"
하지만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처음부터 대학에서 근무한 것이 아니다. 봉직의로 오기 전 개원의로 2년 간 의사의 길을 걸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2002년 무렵이다. 개원을 하고 있던 동료 정형외과 의사들이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실사를 받으면서 6개월 동안 1200~1600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환수 당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 외에도 줄줄이 부당한 사례를 목격하면서 단체소송까지도 불사하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박 교수는 "그 당시부터 의료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건강보험공단의 비효율적인 업무와 이로 인해 상처받는 개원가 고충은 이미 대학에 오기 전부터 체감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개원가 실정을 모를 것이라는 일부 편견에 대한 해명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럼에도 현 상황에서 노 전 회장의 복귀 움직임은 상당한 압박감이 아닐 수 없다.
박 교수는 “본인을 포함해 적지 않은 후보들이 당선 여부는 고사하고 설령 당선이 된다해도 노환규 전 회장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보궐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노 전 회장의 임총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과가 어디로 향할지다.
박 교수는 “지금의 선거판은 사실 그 누구도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임기 3년여의 차기 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의미있는 말을 던졌다.
"대학교수로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앞장"
“대학병원에 있는 외과 전공의들의 경우, 개원을 하면 하면 평생 해보지도 않을 수술 때문에 지금도 온갖 암 수술에 끌려 들어간다.”
박종훈 교수가 대학병원에 몸 담고 있으면서 비교적 냉철하게 바라본 시선이다.
박 교수는 “전공의와 최접점에 있고 대학에 있으면서 전공의 문제에 오랜 시간 관심을 기울여왔다”며 “의평원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수련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는 “전공의 교육 및 수련환경에 대해 최근 들어 정부와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지만 이제는 전공의 수련에 대해 총체적으로 되짚어볼 시기”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 같은 핵심 공약과 함께 박 교수는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현 상황을 정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회장 1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제왕적 회장의 시스템은 너무나 확실한 문제”라면서 “본인이 만약 회장이 된다면 회장 권한 축소 등을 포함해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장단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점진적인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교수는 “의협 회장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법정단체의 장, 즉 의사 권익 보호를 위한 역할과 또 하나는 노조로서의 역할”이라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노환규 전 회장의 가장 큰 잘못은 의료계 내 분열주의를 드러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모두 분열했다. 개원가는 병원(병협)을 적으로 돌렸고, 병원도 이에 맞서 좋지 않은 관계를 형성했다. 최근에는 전국대학교수협의회가 의협 회비 납부 거부라는 선택까지 했다”며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한 번쯤은 대학교수 출신이 의협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출마 당위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