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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산업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이 당초 예상보다 까다롭게 전개될 전망이다. 세월호 사고를 기점으로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원칙 고수’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일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령에는 기본적으로 현행보다 더욱 엄격한 규정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로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기기 유통품질 관리기준이 도입된다. 그동안 의료기기 판매업자 또는 임대업자는 의료기기의 품질을 확보하는 방법과 판매질서를 유지와 관련, 필요 사항을 준수하도록 명시돼있었다.
그러나 식약처는 판매업자 또는 임대업자가 갖춰야 할 시설 및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유통품질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신설된 별표 6의2 항목을 보면 매우 구체적인 사항까지 포함됐다. ▲시설 및 설비 ▲관리책임자 ▲품질관리 및 환경위생관리 ▲문서기록 관리 ▲교육 등 각 항목별 업체가 지켜야 할 내용이 세세하게 법률화된 것이다.
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 등 업계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해야 되는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기존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사항을 굳이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도록 옥죄야겠냐는 견해다.
협회 관계자는 “개정령에 삽입된 ‘일정온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의료기기를 보관하는 경우에는 자동온도기록장치가 부착된 냉동·냉장설비 등을 따로 갖춰야 한다’는 문구만을 봐도 업계 실상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보온·냉장·냉동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온도조절 기능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업계가 갖추도록 법이 바뀌었다”며 “이게 과연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협회는 기록작성 및 유지보관의 경우 각종 의료기기(소모품 등) 하루 소모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일이 기록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협회 관계자는 “종사자의 자질 향상을 위해 자체교육계획을 수립하고, 분기별 1회 이상 연간 총 24시간 자체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교육비 지원 없이 제도만 강화한다면 영세한 업체들은 더 이상 경영 유지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귀띔했다.
식약처 "국민건강 위해 관리기준 상향 불가피"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규제 완화를 기본적인 방침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도적 절차에 한정된다”며 “올바른 유통체계 수립을 위한 원론적인 부분은 국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즉, 인허가 절차와 같은 심사과정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를 고려하겠지만, 생산·유통·사후관리 등 지도점검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규정을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무조건으로 요구할 필요도, 모든 규정이 그렇게 바뀔 것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며 “사안에 따라 강화되는 부분이 있고, 완화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신수종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의료기기와 관련된 다양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정작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식약처가 법령 개정에 앞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실에 걸맞는 제도 개선을 해주길 바란다”며 “형식적인 민원설명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수시로 업계 관계자와 접촉해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