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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의 의료 산업 관련 서적들을 둘러보던 중 제목에서 ‘전쟁’, ‘파괴’ 등과 같은 다소 격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책들이 눈에 띄었다. 책의 제목이라는 것이 으레 독자의 눈을 끌기 위해 함축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의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을 제목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데서, 최근 병원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병원이든 경영 지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현실과 괴리된 수가 구조, 병원의 증가 및 규모의 경쟁으로 인한 환자 수 감소가 주된 원인일 것이다.
국민 건강보험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병원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적인 영역에서 구조를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를 산업적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다. 특히, 의료를 산업의 단계로 끌어 올리고, 이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들은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꾸준히 있어왔다.
현 정부 들어서는 올 초 대통령이 직접 담화문에서 보건·의료 산업에 대한 구체적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유관 부처가 세부 실행 과제를 준비하는 등 보건·의료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병원이 환자를 진료하는 곳, 그로부터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는 비영리성을 갖고 있다는 가장 중요한 개념을 도외시 하고 있다. 부대사업이나 원격의료와 같은 부수적인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경영 지표를 개선하라는 것만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부대사업 등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의료’를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근치적 치료법이 아니다.
미래 의료 방향으로 우선 고민해봐야 할 것은 진료 시스템이다. 전통적으로 병원은 아픈 사람이 가는 곳, 병이 발생하고 난 후에야 찾는 곳이었다. 따라서 병원의 경영 지표는 외래환자와 입원환자의 숫자가 얼 만큼 되는가, 병실을 몇 개 갖고 있으며, 병실 가동률이 몇 %가 되는가 하는 것을 중심으로 관리돼 왔다. 그러나 사후적 진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비단 수익의 관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스템을 사전적 예방 중심의 의료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는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한다. 예방적 의료 시스템은 사후 치료적 구조에서 탈피해, 환자의 건강 검진을 통한 사전적 관리 개념으로의 진료 방식 전환을 뜻한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사전적인 예방 의료 시스템은 발병을 억제하거나 최소화 해 환자 건강을 지키는 동시,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수에 연연하지 않고도 병원의 수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일 것이다.
다음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은 환자 맞춤형 진료 시스템의 개발이다. 신체적 조건, 체질, 기저 병력 등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정형화된 약제를 처방하는 시스템에서 탈피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진료를 제공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헬스케어’라는 사전적 정의는 환자 맞춤형 진료 시스템의 개발에서 완성될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이 다소 막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국 의료 및 병원이 경쟁력을 갖추고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보건·의료 산업을 경제적 또는 경영적 관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다. 미래 지향적인 진료 시스템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로부터 경영 효율성과 환자 중심 의료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