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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두 달여 전공의 수련 '주 80시간'
병원계, 비급여 폐지 등 맞물려 어려움 가중…복지부 "의견 제출시 적극 반영"
[ 2014년 07월 11일 19시 11분 ]

시행 두 달여가 지난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상한제’를 두고 병원계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80시간이라는 기준이 대체 무슨 근거에서 나왔냐”부터 “취지는 알겠지만 최소 2~3년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개선해야 한다” 등 다른 환경에 놓인 의료기관별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모습이다.


특히 수혜 당사자여야 할 전공의들조차 대부분 “시행되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밝혀 제도의 근본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수련병원은 전공의들이 수련규칙을 열람할 수 있도록 병원 내 비치해야 한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제도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수련규칙이 서류상으로는 존재하나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병원신임평가센터는 지난 3월1일부터 6월5일까지 전국의 수련병원 평가위원들로 하여금 ‘수련규칙 이행  평가서’를 작성토록 했다. 6월 17일부터는 각 병원이 8개 항목(▲주당 수련 시간 ▲당직일 수 ▲최대 연속 수련시간 ▲수련 간 휴식시간 ▲당직 일수 고려 당직수당 지급 ▲연간 휴가 사용 현황 ▲휴일 및 휴가 ▲응급실 수련 시간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입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6월 23일 현재 3~4개 병원에 대한 조사가 완료됐다는 것이 병원신임평가센터 측 설명이다. 박혜경 병원신임평가센터 홍보국장은 “현지 조사 결과와 전공의 대상 설문 조사를 비교한 결과를 취합 중”이라며 “8월이나 돼야 규칙 이행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병원 “당직비 등 경영 악화…정부 차원 재정지원책 절실”

수련병원들은 “일단 법이 하달 됐으니 어려워도 지켜야지 별 수 있냐”는 반응이다.


다만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수술이 많은 진료과의 경우 규칙을 완벽하게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병원들은 의료기관, 진료과, 연차별로 ‘천차만별’인 수련 환경을 고려치 않은 제도의 한계를 지적한다.


충남 소재 C병원 관계자는 “지침이 내려졌으니 각 과에 최대한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경영 사정, 인력 운용 등 환경이 다른데 이런 걸 다 무시하고 규칙 하나 만들어서 지키라고 하니 우리로선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술이 많은 외과의 경우 지금 상황에서 레지던트 인원이 늘지 않으면 환자를 제대로 돌보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토로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주 80시간이라는 근거가 대체 무슨 객관적인 근거로 산출된 것이냐”며 “시행 규칙을 만들어서 복지부에 제출했지만 나 역시도 규칙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A병원 교육수련실장은 “제도 시행 이전부터 과별 특성 고려해서 규정을 다르게 적용할 수 없겠냐고 복지부에 여러 번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모든 상황을 하나하나 다 고려해 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러 갈래로 따로 따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의료계 차원에서 하나로 모아 전달한다면 반영토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해진 수련 시간을 지키려면 대체인력 충원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병원들은 비급여 축소, 저수가 문제 등 악화일로의 병원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여의치 않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복지부가 내년 전공의 정원을 200명가량 축소하고, 2017년까지 의사국시 합격자 수준으로 정원을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병원들의 인력 운용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법대로 수련 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전공의 업무 공백을 담당 교수들이 당직을 서가며 백업하는 상황”이라며 “교수들 업무 피로도를 생각하면 대체인력을 충원해야 하지만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충남 C병원 관계자는 “차라리 정부에서 지원이라도 해 준다면 우리도 마음 편히 규칙을 지킬 수 있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던 서울 상급종합병원 역시 대체인력 채용, 수련시스템 개선 등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 없이는 이번 개선안이 연착륙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서울 A병원 관계자는 “3대 비급여 축소, 저수가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전공의 정원까지 축소된다면 병원으로서는 대체인력 확충이 쉽지 않다”며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의료기관만 정부와 전공의들 사이에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병원 교육수련실장은 “미국, 영국 등은 나라에서 의사를 키우는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수련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준다면 개원의들을 페이 닥터로 모신다든지 해서 교육에 좀 더 집중하는 수련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수 전공의들 “여전히 100시간 이상 근무”
전공의들은 수련 환경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D대학병원 응급의료학과 3년차 전공의는 “이전에 비해 근무 시간이 줄어든 것을 느끼지 못한다”며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부산 소재 P병원 신경과 임상강사는 전공의 수련 시간 축소 때문에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달라진 것을 못 느끼겠다”며 오히려 되물었다.


장성인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수련 규칙 이행키로 하고 안 하는 몇몇 병원들에 대한 불만 수준의 민원이 협회 쪽으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전공의 1~2년차들은 당직 자체가 줄어들었으니 수련 환경이 개선됐다고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장 회장은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찾기 어렵다는 의문에 “전공의들이 예전보다 나아진 점에 대해 협회에 민원을 넣을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충남 C병원 수련부 관계자는 “시행 규칙이 현장에서 이행되고 있는 지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다”며 “수련 시간을 조정하려고 해도 3~4년차 레지던트들은 1~2년차 때 고생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있는데 80시간 맞추라고 하면 반발한다”고 규정 적용의 어려움을 전했다.


대한병원협회 병원신임평가센터 박혜경 국장은 현장의 전공의들이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4월 1일에 법이 통과됐고, 6월 현재 각 병원들이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규칙 이행을 준비 중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혜경 국장은 이어 “지금은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 정도밖에 안 된 만큼 각 과에서 당직표를 만들고, 근무시간 계측도 하면서 피드백이 현장에서 반복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주당 100시간 넘게 일하고 있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5월 26일 전공의 1700여명을 대상으로 ‘2014년 전공의 평균 수련 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일주일 평균 100.3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수련 주 80시간 상한제’가 제대로 닻을 내릴 수 있을 지에 대한 평가는 직역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하지만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전공의들이 양질의 환경에서 수련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박혜경 국장은 “전공의, 병원, 정부 모두 전공의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수련환경이 지금보다 개선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전공의 수련시간 관리는 의료계의 첫 경험이고, 아직 제도 시행 초반이다 보니 합의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적정 수련시간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제대로 논의해 본 역사가 없다”며 “전공의들 생각하는 것 다르고, 관리자들 다르고, 병원 상황 다른 만큼 지금은 평가 과정에서 비교 검토해가며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장성인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현실적으로도, 인식적으로도 그렇고 하루아침에 환경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다만 우리의 목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나은 수련환경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장성인 회장은 “제도를 통해 전공의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전공의들을 싼 값에 무한대로 쓸 수 있는 대상으로 봤다면 이제는 미래의 주치의로서 좋은 교육을 제공 받을 권리가 있는 주체”로 전공의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련환경 개선이 궁극적으로 전체 의료 질 향상을 꾀하려면 수련 내용을 충실히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아산병원 심태선 교육수련실장은 “80시간 내 고난이도 술기를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200번의 임상경험이 있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과정을 100번 임상경험만에 끝내면 오히려 전체 의료 질이 떨어지는 결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 실장은 “제한된 시간 내 수련의 질을 높이려면 전체 수련 기간을 외국처럼 늘리거나, 임상 강사로서 추가 수련을 하는 등의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제도가 만들어지기만 하면 모든 상황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가 그리 쉬언 것은 아니다”라며 “2~3년 정도 길게 보고 다 같이 노력하면 충분히 수련 규칙 이행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병원협회는 지난 10일 제 1차 병원신임위원회를 열어 복지부, 전공의협의회 등과 함께 수련환경시스템 개선 보상체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인 전공의협의회장은 “복지부와 전공의 수련과 관련된 보상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논의 결과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결과로 이어져 전공의들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가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혜경 병협 홍보국장은 “아직 신임위원회가 한 번 만나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개략적인 논의만 진행된 상황”이라며 “늦어도 연말까지는 복지부를 중심으로 해서 완전무결한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논의 결과들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도록 노력 하겠다”고 전했다.


박 국장은 이어 “다행인 것은 제도에 관계된 모든 직역들 중에서 방관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며 “그동안 어떤 이유였던 간에 복지부가 수련환경개선안을 먼저 발표하고 후속작업을 하다 보니 부작용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체가 꾸려졌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기대감에 신중한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 번 만나 누가 회장을 할지 여부와 위원 구성만 정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현장이 제도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견 점검하고 자료들 모아서 연말까지는 제도를 보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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