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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의 첫 일주일은 여성주간이다. 여성 발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남녀평등 촉진에 범국민적 관심을 드높이기 위해 법으로 제정했다. 기자생활 20년 동안 다양한 여성 문제를 취재해 보았으나 의료현장에서 여성의 삶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다뤄보지 못했다.
오래 전부터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간호사의 근무 여건이나 생활상은 비교적 자주 소개되었지만 급증하고 있는 여의사의 일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의학 드라마 등에서 비춰지는 여의사의 모습은 그야말로 스토리 안의 설정일 뿐이다.
의사 친구들이 많은 필자는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얼마나 고된 훈련을 받고 성장했는지 잘 알기에 여성이 의사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그 이상의 시련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의사로서 짐 지워진 책무를 한꺼번에 감당하기란 고난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일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주변에서 들은 얘기에 따르면 여의사들은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병원 사정에 맞춰 결혼 날짜를 잡고 나면 이런저런 생각이 밀려온다.
일반적인 경우 인턴이나 레지던트 수련 시절에 결혼 적령기를 맞이하는데, 젊은 여의사들은 전공과목을 선택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하는 게 현실이다.
내가 놀면 동료가 그만큼 고생해야 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식의 빡빡한 근무일정 탓에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임신과 출산과정에는 더한 고통이 따른다.
그동안 누군가 내 일을 대신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리고 실제로 출산휴가를 제대로 쓰기도 어렵다. 큰 대학병원 급이 아니면 법정 출산휴가 3개월을 다 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한다. 밤낮 없이 이어지는 당직근무의 쳇바퀴 속에 제대로 된 육아는 그림의 떡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계도 공부 잘 하는 여학생들이 줄줄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의대 여학생 수가 절반에 육박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현실에는 아직까지 소수인 여의사들이 스스로 부당한 대우를 고쳐나가기에 높은 벽이 존재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자사회에서도 보이지 않는 성차별 의식이 존재한다. 신입기자의 절반이 여성일 정도로 문호는 열렸으나 조직 안에서 능력을 꽃피우지 못하고 정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부서에 결혼을 앞둔 여기자가 전입하면 부서장은 인력 상황판에 ‘-1’을 적어둔다. 임신하는 순간 힘든 일을 맡길 수 없고 출산하면 바로 휴가다. 여기자는 부서 TO 하나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여기는 문화가 남아있다.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을 돕기 위한 아빠의 출산휴가 등 우리 제도는 그럭저럭 선진국을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출산을 책임지는 여성의 근원적인 특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백가지 대책이 무효다. 당장 인력 누수가 눈에 보이더라도 국가를 위해, 행복한 가정을 위해 출산하는 여성을 축복하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미래가 밝다. 병원이 당직 근무표를 짤 때부터 결혼과 출산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자리를 예상해 여유 있게 짜야 한다. 사람이 더 필요하다면 돈을 더 들여서 채용해야 한다. 그리고 여의사에 대한 평가는 휴가 일수가 아닌 실력과 업적으로 내려야 할 것이다.
서구사회에서 이런 인식은 명확하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내가 접한 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다소 황당한 뉴스를 다룬 적이 있다. 당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41살의 미혼여성 라시다 다티를 법무장관으로 발탁했다.
미모의 다티 장관은 여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매스컴에서 그녀의 얼굴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현직 법무장관이 임신을 한 것이다. 그것도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혼외자를 잉태했다.
두 달 만에 아기를 품에 안고 나타난 여성 장관. 그러나 누구도, 그녀가 임신기간 동안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었다. 장관이라도 여성은 여성이요, 여성이 출산하는 건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오히려 아기의 아버지가 누군지에 더 큰 호기심을 보였을 뿐이었다.
일에 대한 평가는 그녀가 법무장관 업무에 완전히 복귀했을 때 내리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렇게 우리사회가, 의료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나 규칙과 함께 의식의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의학드라마에서 주인공 남자 의사의 연인으로서가 아닌, 신비의 의술을 펼치는 명의로서 여의사를 만날 날이 앞당겨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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