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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 의료기기 분야를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밝혀온 삼성전자가 영상진단장비와 별도로 진출할 것으로 알려진 보청기 사업이 오리무중이다.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보청기 업계의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 “제품 개발이 아직 덜 됐다”, “이미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인허가도 받을 수 있지만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아예 추진되지 않았다” 등 각종 풍문만 돌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청기 산업은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 시대 도래 및 젊은 층 난청인 증가 등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세계 보청기 시장규모는 약 7조6288억원이었다. 향후 연평균 6.7%로 성장하면서 2019년에는 약 12조832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됐다.
급성장 중인 보청기 시장 매력적 국내도 마찬가지다. 생산 및 수입 원가 기준 2011년 시장 규모는 약 486억원이었다. 최근 5년간 15.3%로 급격하게 성장세를 보인 점에 비춰 2015년에는 약 86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청기 시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요인은 소음 등 후천적인 요인 때문에 난청인이 증가한 것도 있지만, 미관상의 이유로 보청기를 꺼려하던 대중들이 제품에 첨단기술이 적용되면서 점차 보청기 구매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보청기 구입에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각장애인이 아직 많다는 점도 향후 보청기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평가하는 주요 요인이다.
실제로 국내 청각장애인 중 약 40%가 비용 부담 때문에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업체와 경쟁, 대기업 아니면 불가능한 상황 국내 보청기 업계는 경쟁력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원천기술조차 보유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자체가 매우 열악하다.
‘세계 최소형 제품 개발 성공’, ‘개인 맞춤형 최첨단 제품 출시’, ‘미국 FDA, 유럽 CE 인증 획득 쾌거’ 등 의료기기 업계 보도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를 국내 보청기 업체들로부터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보청기 관련 핵심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진단장비, 치과용 임플란트 등 여타 분야에서는 최신 제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보청기 업계는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기술 격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업계 모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외국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자사 제품 및 기술력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 아닌 난청인에게 꼭 필요한 ‘생활 밀착형 제품’을 제공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 3개 업체가 국내 보청기 시장 점유율 57.2%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기준 해외 A사가 3만3680대, B사가 1만7696대, C사가 1만3521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외국 기업을 6개로 확대할 경우 점유율은 75.7%까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처럼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이 아닌 이상 격차를 줄이기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청기 원리는 단순할지 몰라도, 소형화·첨단화 등 세부적인 기술력을 따져보면 R&D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입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 30만원, 50만원 등 가격에만 기대어 홍보를 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오로지 눈 앞의 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다”이라며 “기술력 격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귀띔했다.
‘뿌리’ 아닌 ‘열매’ 채취 급급한 국내 업계 실제로 국내 보청기 기업은 크게 ▲외국 보청기 완제품을 수입·판매하거나, 사용자의 귓본을 제작해 공급하는 기업 ▲해외에서 유통되고 있는 보청기 칩과 주요부품(마이크, 리시버 등)을 선별적으로 수입 후 조립해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는 기업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보청기는 원가 대비 판매 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의료기기”라며 “국내 보청기 제조업체들은 주요 부품을 단순 조립에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핵심기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내한 제조사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는 워낙 저가의 제품이 널리 공급돼 있다 보니 살아남기 위한 제로섬 게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무슨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투자가 없으니 외국 업체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결국은 저가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간간히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중소기업청 위주의 연구과제가 나오고 있으나, 시장 성장세 및 전망에 비하면 규모면에서 크게 부족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천기술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특정 제품 분야에 국가 차원의 R&D 지원금을 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산·학·연 연구 활성화를 통해 경쟁력 제고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일류기업 삼성전자 손 떼나 설만 난무 지난해까지는 삼성전자의 보청기 시장 진출설이 무성했다. 심지어 의료진마저도 삼성전자가 곧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보청기를 개발할 수 있다”며 “인허가 과정을 밟고 있는지 또는 내부사정으로 지연이 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보청기 제품 개발 관련 움직임을 보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수입사 관계자는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풍부한 자금력, 다양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대기업이 뛰어든다면 원천기술이 부족한 국내 보청기 업계의 기술력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러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보청기 사업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내부사정은 어떤지 몰라도 올해 들어 삼성전자 풍문은 잠잠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 삼성전자는 "별다른 코멘트를 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발 여부에 대한 답변도 회피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의료기기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철저히 보안 속에 감춰왔다. 심지어 주요 국제학술대회 참가 계획에 대해서도 일절 함구해왔다. 보청기 사업도 같은 대응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청기 사업에 진출한다는 설이 어디서부터 새어나왔는지 몰라도 내부에서도 잘 아는 내용이 없다”며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또는 개발이 추진됐는지 업계에 전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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