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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간질’이라는 병명을 ‘뇌전증’으로 수정한다. 의학계에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조치를 내린지 무려 4년 만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는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감염병 진단기준 일부 개정안’을 고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간질’이란 법령 용어를 ‘뇌전증’으로 정비한다. ‘간질발작’이란 용어도 ‘뇌전증발작’으로 전환된다.
복지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개선 일환으로 일부 장애인 비하로 간주되는 ‘간질’이란 용어를 정비키로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사실 ‘간질’은 난치병, 유전병, 정신질환, 전염병 등으로 오해하는 잘못된 인식이 사회에 만연해 있어 환자들이 결혼 및 회사 생활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던 실정이다.
실제 간질 환자의 실업률이 일반인보다 1.7배 높고, 미혼율은 2.6배에 달하는 등 사회로부터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온 바 있다.
특히 어렵사리 취업했더라도 직장에서 발작 증세를 보이면 10명 중 4명은 해고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냉대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따라 의학계는 ‘간질’의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 질환명을 ‘뇌전증’으로 변경, 사용키로 했다.
대한간질학회는 지난 2011년 학회 명칭을 ‘대한뇌전증학회’로 개정했다. ‘간질’이라는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학회 명칭 개정에 앞서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위원회에서도 ‘간질’의 학술용어를 ‘뇌전증’으로 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학계의 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간질’을 법령 용어로 사용,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한뇌전증학회 측은 뒤늦게나마 복지부가 법령 용어 변경을 결정한 것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손은익 회장은 “의학계에서 뇌전증으로 바꾼지 4년이 지났지만 복지부는 아직까지 간질로 표기하고 있었다”며 “늦은 감은 있지만 사회적 인식 개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학회는 간질의 명칭 변경과 함께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 지원 부분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학회에 따르면 암, 뇌혈관, 심장질환, 중증화상 등은 중증질환으로 등록돼 수술 및 입원비, 자기부담금이 5% 밖에 되지 않지만 뇌전증 환자들은 수술비 20%, 약값 30%를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높은 진료비와 간질수술센터 부족으로 뇌전증 수술은 1년에 약 500건 밖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뇌전증학회 손은익 회장은 “뇌전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 일부를 선정해 처방과 투약 규제를 완화해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경세포의 갑작스런 이상흥분 상태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을 발작이라 하고, 이러한 발작이 특별한 원인 없이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를 뇌전증(Epilepsy)이라고 한다.
‘뇌전증’이란 말은 '외부의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히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기원했으며, 과거에는 '간질'이라고 불렀으나 ‘뇌전증’으로 개명됐다.
뇌전증은 그리스시대 이전에 이미 '신에 의해 발생하여 특별한 치료가 없다'고 해 '신성병'이라고 불리었을 만큼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이다.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시저,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시인 바이런, 도스토예프스키, 모파상, 단테, 고흐, 잔다르크, 알프레드 노벨 등 많은 위인들이 바로 뇌전증 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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