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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진단서 작성죄 : 대한민국 형법 제233조에 해당하는 범죄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또는 조산사가 허위의 진단서, 검안서 및 생사 관련 증명서를 작성한 때 성립한다.
최근 여대생 청부살해 사모님 주치의 세브란스병원 박 교수의 법정공방으로 허위진단서 작성죄 적용 범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가운데 이 죄목이 자칫 의사 고유 영역인 정당 진료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단서에는 전문 의학용어가 다수 포함돼 전문의가 아니고서는 해석이 어려운데다 환자가 통증, 심리적 불안 등을 호소할 시 의사로서 최선의 진료를 다해야 할 의료법상 의무가 명시돼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허위진단서 작성죄를 오용할 시 의사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허위진단서 재판에서 “진단서 내용과 환자 진찰 결과가 불일치 하는데도 의사가 고의적으로 허위 질환을 기재했다면 위법”이라면서도 “다만 의사의 진찰 소홀, 착오로 인한 오진으로 환자 상태와 반대되는 진단서를 썼다면 고의가 아니므로 작성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수 차례 선고한 바 있다.
즉 의사의 허위진단서 작성죄가 인정되려면 환자를 진찰한 의사 스스로가 진단서 작성 시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 진찰 결과를 기재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의사 실수 등으로 비롯된 오진으로 환자의 진단서를 잘못 기입했다면 이 또한 허위진단서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다.
또 진단서 작성 시 의사가 허위성과 고의성을 자각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수사기관인 검찰 등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실제 사모님 주치의 세브란스병원 박 교수의 경우 법원은 원심에서 기소 된 3장의 진단서 중 2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증거를 입증하자 유죄를 선고했으며, 1건은 증거 미비에 따른 무죄를 결정했다.
검찰과 박 교수는 원심과 관련해 양측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무죄가 선고된 진단서의 유죄 입증을 위해, 박 교수는 유죄 진단서의 무죄 증명을 위해 다시 한 번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 것이다.
검찰과 박 교수 변호인단의 소송에서 쟁점이 되는 것 역시 허위진단서에 대한 의사(박 교수)의 주관적 인식 및 고의성 입증 여부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며 팽팽히 맞서는 이유는 '허위'라고 판단해야 하는 의학적 진단 부분에 대해 검찰이나 사법부가 임의대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의학 전문용어가 가득한 환자 진단서 내용을 해석하는 것도 어려운데다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고유 영역인 정당 진료 결과에 대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자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명하고 범죄 유무를 결정하는 것 역시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심 재판부는 박 교수 소송을 진행하면서 전문의학 소견을 입증할 수 있는 의사들의 증언을 눈여겨 심리했다. 그리고 재판을 마친 뒤에는 13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판결문을 통해 허위진단서 사건을 상세히 설명하며 박 교수에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박 교수 측 구충서 변호사는 “박 교수의 실형 선고는 전국 의사들을 옥죄는 선행 판례가 탄생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측 이진우 변호사 역시 “대한의사협회가 윤리위원회 회부를 통해 박 교수에게 회원권리정지 3년을 내렸는데 이는 매우 아쉬운 결정”이라며 “의협이 박 교수 징계를 모색할 것이 아니라 의사 진단서 작성 권한이 축소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만일 박 교수에게 최종 유죄가 판결될 시 전국 의사들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며 “고유하고 주관적인 권한인 진단서 작성에 대해 법적 권한이 크게 축소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허위진단 혐의…무죄 판결 받은 의사들 이처럼 진단서의 주관적 인식과 고의성으로 인해 허위진단서 범죄 혐의를 받았다가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는 사건 역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진단서 작성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간 금품이 오건 정황 등 부당거래가 없을 때 허위진단서 작성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였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8형사부(황현찬 재판장)는 허위진단서 작성 및 행사를 통해 환자에게 4억3000만원의 보험금 편취를 도운 혐의를 받은 영상의학과 의사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사의 진찰 미진, 착오 등 오진으로 인해 진단서를 잘못 작성했다면 이는 고의적 허위진단서 작성이 아니므로 무죄”라는 대법원 선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영상의학과 의사와 환자 간 개인적 친분이나 이해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특별히 허위진단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형사재판에서 범죄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검사가 법관에게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설득과 증명을 해내야 유죄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력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의사에게 허위진단서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범죄로 볼 수 없다”며 “검찰은 항소심에서 허위진단서 관련 원심 대비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으므로 의사 무죄를 선고한다”고 못 박았다.
군인에게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했다가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유예에 이어 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의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면허정지 45일 취소 소송에서 “허위진단서 발급 대가로 의사가 금품, 향응을 받은 증거가 없고 군인의 후유장애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를 선고했다.
신경외과 전문의 이 모씨는 추간판 탈출증 판정을 받은 군인을 진단한 뒤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했다가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에 휘말렸다.
이 씨의 진단서로 인해 군인이 2500여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하자 경찰은 복지부에 허위진단서 작성에 따른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검찰은 “군인의 보험금 수령 과정에서 의사가 취득한 이익은 없다”며 기소유예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 씨에 45일간 면허정지를 명령했다.
이 씨는 “군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적 없고, 후유장애가 있다고 판단돼 합당한 진단서를 발급했다”며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적 없음에도 복지부가 재량권을 남용해 처분을 내렸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사가 허위진단서 발급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자료가 전혀 없고 군인은 지금까지도 좌상지 불완전마비로 영구장애가 인정된다”며 “의사 이씨는 군인 전씨의 척추수술 후 촬영한 MRI와 X-Ray 사진 판독 자료 등 객관적으로 전씨를 진단해 후유장애를 판정했으므로 허위진단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행정처분 과정에서 검찰 수사결과 이외에 의학적으로 의사의 허위 진단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의사 허위진단서 혐의 및 소송과 관련해 다수 의료인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허위진단 혐의로 인해 검찰 기소될 경우 의사로서는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다. 검찰이 환자를 진단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진단해야 한다·무죄 추정을 해야하는 사안을 가지고 무조건 징계 처분을 내리는 복지부 등 행정편의주의가 문제”라는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이어 “물론 불법 보험범죄 등에 악용되는 허위진단서는 엄벌에 처해야겠지만, 단순한 오진 등으로 진단서를 잘못 작성한 의사들에게 모두 범죄 혐의가 적용된다면 이는 상당한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소극적 진료를 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며 “허위진단서 작성죄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정당한 진료권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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