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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블루 상태 '기초의학' 회생 가능한가
이혜연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연대 의대 해부학교실)
[ 2014년 07월 27일 20시 00분 ]

의료계는 현재 너무 힘들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누구나 다 어렵고 힘들다고 하니, 의사들이 하소연은 이기적 불평으로 폄하된다.

 

그래서 당장 몇 년내로 빤히 드러날 의료현장 붕괴의 징후들은 경제활성과 복지의 여러 카드들에 가려, 그저그런  의사들의 뻔한 타령으로 치부된다.

 

심지어 어려운 때 이웃을 돌보지 않는 이기적 집단이 되기도 한다. 의료보험 재정을 튼튼히 하려고, 국가의 주인인 국민과 그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 사이의 신뢰를 깨기도 하니 의사들은 억울하기도 하고, 힘멊음에 자괴감도 크다.


외압이 크면 똘똘 뭉칠법도 하건만 너무 힘드니, 대학내에서도 수익을 많이 내는 분야와 아닌 분야 사이에 갈등이 깊어진다. 경영과 존립이 시급한 당면 문제인 상황에서, 수익과 무관한 분야는 생존시켜주는 것만이라도 감사해야 할 것같은 분위기에 짖눌린다.

 

대학의 목적, 교육의 본질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이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각 분야별로 전공의 지원자가 없음을 호소하고 그 분야의 학회장이나 이사장들이 그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는다.

 

왜 임상분야는 지원자가 미달됨에 대한 심각성을 호소하고, 각 대학병원별로 전공의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데, 기초의학 분야는 전국에서 의사 기초의학 수련의 전체가 병리학과 예방의학한 나머지 분야를 합쳐도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디에도 호소하지 않는 것일까.

 

어느 대학의 학장도, 어느 학회의 학회장도 그 심각성을 말하지 않는가. 너무 오래전부터 얘기했으나 아무도 듣지 않아서 기초의학이 죽어가고 있음을 이미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가.


어쩌면 매년 해외에서 경력을 쌓은 생명과학분야의 인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인재를 기를 필요가 없어진 탓일 수도 있다. 의과대학졸업자는 모두 임상의사가 되면 되는 것인가.  의과대학의 기초의학교육은 그저 의과대학이 지속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일 뿐인 것인가.

 

기초의학과정에서 의학을 이해하고 의사가 되어 살기위한 과학적 사고를 함양한다는 교육목표는 실현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상위 1%의 학생들을 독점하다시피 선발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우수한 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 엘리트들을 의료기술자로 양성하는 학원이라고 폄하하는 것에 대해 할말이 있는가.


지난 6월 27일 제34차 의협학술대회 현장에서 대한의학회가 주최하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후원하며 기초의학회와  MRC 협의회가 주관한, '미래의학을 위한 기초의학 육성방안 토론회'가 개최돼 육성방안과 함께 이와 같은 의문들을 풀고자 했다.

 

그러나 전문의제도가 없는 모든 기초의학 분야가 인력공급 없이 아사직전인 상황만 더욱 인식하게 됐다. 현장의 젊은 조교수급 인재들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체가 합심하여 기초의학을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정부가 적극 협조하여도, 10년 내로 은퇴할 기초의학교수들을 대체할 교수요원을 기를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기초의학 교수요원의 부족은 신설대학이 급격히 증가한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각 대학의 여건마다 다르기는 하겠으나, 의과대학 설립규정을 맞추기에도 부족했던 당시 대부분의 신설대학 기초의학교수들에게 교육과 행정업무는 과다하게 부여되고, 연구환경은 열악한 악순환 속에서, 후속세대를 기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후 이러한 여건은 개선되지 않았다. 새로이 의사기초의학전공자가 있더라도 이들은 의사로서의 훈련된 능력을 교실행정이나 교육업무 등에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게되자  전공분야 연구역량을 발전시킬 에너지와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모순된 수련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러한 열악한 수련환경이 결국 기초의학을 지원하는 의사전공자의 수를 감소시키는데도 일조를 했다.


2002년 전국의 의과대학 전임교수는 7000명을 넘어서 7731명이었으며, 이는 특히 90년대말에 신설된 의대의 임상교수 증가가 큰 역할했다. 더욱이 2000년에 시작된 의약분업이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 시켜, 거대한 상급종합병원과 함께 급격한 임상교원 수의 증가를 가져왔다.

 

그 결과 2010년 전국 의과대학의 전임교수수가 10,250명을 넘어섰고, 그 중 임상교수는 85.3%인 8740여명이었다. 2002년보다 2400명 이상 증가했다. 반면 같은기간에 기초의학교수는 150여명만 증가했다. 의과대학이 진료분야 중심의 성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기초의학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까. 임상의학에 비하면 대학교수라는 길 외에 다른진로는 없어보이는데 보장은 없고, 위험 부담은 많으며, 동료 임상의사에 비하여 능력이 폄하되며 대우는 좋지 않다. 즉 미래가 어둡다. 더욱이 군복무기간도 길다. 병역특례법이 적용되고는  있으나, 인턴을 한 후에 기초의학으로 진로를 변경하면 병역특례를 받지 못한다.

 

임상분야는 대학원과정에 있고, 전문의를 취득하면 자기가 원하는 기초의학 분야를 선택하여 병역특례요원이 될 수 있으나, 기초의학 전공자는, 군복무연기 관련된 서류를 한 번만 잘 못 쓰면 군입대 전 자신의 상황이 변경되더라도 절대로 병역특례를 받을 수 없으며, 선택할 수 있는 분야가 좁다는 단점도 있다.

 

즉 타분야와 비교해 연구경쟁력을 기를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는 것이다. MRC나  BK21,  MDPhD 지원제도 등 많은 기초의학자 육성방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수한 의사를 기초의학자로 기르려는 특화된 제도는 아니다.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어느새 통합교육과정이 되어 각 기초학문의 특성을 교육할 방법이 없다.

 

치과나 한의학과 같은 다른 의료분야나, 물리치료학, 방사선기사 등의 보건관련 분야의 교육과정보다 의학의 기초과정이 우수한지를  비교하고 반성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USMLE STEP1과 같이 기초의학 국가고시의 제도화도 필요하다. 병원만 있으면 기초의학 교수 몇 명을 초빙하여 구색을 갖추어도 의과대학이라 할 수 있었던 아픈 과거는 서남대학 사태를 낳았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의과대학의 인증평가 항목에서 기초의학의 교육과정이 얼마나 충실히 시행되는지에 대한 기준들이 필요하다. 각 대학은 연구를 활성화하고 연구중심병원제도도 진행중이다. 중계연구, 근거중심의 의학을 위해서는 기초의학계의 역량이 탄탄해야 한다.

 

임상을 전공하고 다시 기초의학의 길에 매진하는 기초의학자도, 기초의학을 전공하고 임상의 현장을 이해하는 기초의학자도 우리에겐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연구의 근간이 되는 기초의학자의 육성은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기초의학계는 앞으로 10년간 은퇴할 기초의학 교수들의 뒤를 이을 인재가 있을지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 이는 연구는 물론 각 대학의 기초의학 교육에도 심각한 위기가 올 것임을 암시한다. 고전적인 기준으로만 기초의학을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임상의사가 실험실에서 세포나 조직을 다루기만 하면 모두 기초의학이라고 하고, 내과의사는 생리학, 약리, 미생물 등을 뭐든지 가르칠 수 있고, 외과는 해부학, 병리학 등등을 가르칠 수 있으니 다 통합하자는 식이면, 임상의학은 모두 가정의학에서 가르치면 그만이라는 대통합적 주장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묻고 싶다.


의학 발전을 위해 모두 힘을 합쳐 기초의학을 살려야 할 때이다. 기초의학의 코드블루는 기초의학계만의 심정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의료계가 기초의학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뛰어와 주어야 할 때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세계의학의 리더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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