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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의 ‘동물용의료기기 기술문서 등 심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중규제 해소로 포장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와대의 정책 기조인 규제완화를 빌미로 농림부가 세(勢)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실상은 의료기기 업체들로부터 종별 임상시험 결과를 각각 별도로 제출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림부가 본질과 다른 내용을 개정 사유로 밝혔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최근 발표한 관련 행정예고안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 받은 인체용 의료기기를 동물용 의료기기로 등록 신청 시 기술문서 및 안전성․유효성 심사 관련 서류를 간소화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법령은 식약처에서 최종 허가받은 의료기기를 동물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농림부에 추가 허가를 받고 있도록 규정돼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업계는 중복 허가 면제를 요구해왔다.
A사 관계자는 “이미 동물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농림부에 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시간적·비용적 낭비를 초래한다”며 “사람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가 동물에게 문제될 리 없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업계의 불만이 계속 제기되자 식약처와 농림부는 동물용 의료기기 이중 규제 해소를 위한 회의를 가졌다.
그 결과 인체용 의료기기를 동물용 의료기기로 신청할 경우 기술문서 및 안전성·유효성 심사자료 면제 요건이 신규 제정됐다.
얼핏 보면 중복 허가가 면제됨으로써 제품의 빠른 상용화가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동물의 생리적·해부학적 구조 차이를 반영해야 하는 제품은(혈액검사기기, 호르몬 측정 장비 등) 자료 면제 요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의 경우 소, 말, 개, 고양이, 쥐 등 각 종별 특성을 고려한 기술문서 및 안전성·유효성 심사 자료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업계로서는 동물용 의료기기로 허가 받기 위해 임상시험을 더욱 철저하고, 다양하게 해야 하게 된 것이다.
B사 관계자는 “의료기기와 제약은 분명 다르다”며 “예를 들어 생리적 구조에 따라 약물 기전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제약은 종별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에 혈액검사기기의 경우 혈액 속 성분 분석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종별 기준에 맞춰 이상 유무를 진단하면 되기 때문에 모든 종에 따라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 시스템에 농림부 내심 불편?
농림부는 이번 개정안의 배경에 대해 동물 ‘적합성’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업계가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이중 규제 해소가 맞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안전성, 적합성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번 개정안은 철저히 적합성에 주목했다”며 “서류심사 자료 제출을 면제해주는 요건이 붙어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동물 임상시험을 거친 인체용 의료기기를 또 다시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인체용 의료기기 임상시험 자체가 철저하게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당연히 동물에게는 부적합할 우려가 있다”고 답변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소와 개의 경우 외형적 크기가 다른데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안 된다”며 “종별 특성을 고려한 적합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동물용 의료기기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와 업계는 농림부의 제도 개선 추진 방안을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실 우리는 이중규제 해소를 위해서는 인체용 허가 의료기기에 대해 동물용 등록 허가 절차를 더욱 간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며 “굳이 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인체용 의료기기가 동물에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청와대 정책 기조를 내세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농림부의 권한을 강화시키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며 “국가자문위원회에서도 규제완화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 자명하다. 이번 행정예고안은 업계의 실상을 반영한 이중규제 해소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